담양이야기⑪ 담양의 8.15....광복절 전후의 담양

 “그때가 1945년 8월 17일이던가. 일본놈들이 미군을 막기 위해 훈련을 시킨다는 거야. 그래서 20세부터 30세까지 청년들이 모두 추성경기장에 모이도록 되어 있었지. 오후 2시께 전부 대창을 만들어 막 나가려하는데 나올 필요가 없다는 연락이 왔어. 어쩐 일이냐고 물었지만 아는 사람은 없었어요.”

당시 28세로 일제의 강제동원령에 의해 훈련에 참여하려 했던 김성수 씨의 증언이다.
그때 일제의 징용을 피하던 1백여 명의 청년들은 이처럼 훈련이 무산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연령층 징용’의 대상자였다. 자체방위를 위한 향토사수 성격을 띈 의용군 훈련이었다. 그러나 훈련이 취소된 이유를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조국광복’이나 ‘일본의 항복’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용군 소집에 대해 주민들은 일본군의 최후의 발악이라고 평가한다.  해방이 된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훈련을 계획할 만큼 일본의 항복 소식이 일본인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담양에서 해방소식은 이틀이 지난 8월 17일 오후에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훈련이 취소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궁금해 하던 주민들의 입을 통해 해방의 감격이 전해졌다.

김성수 번영회장은 당시 상황을 “그때 신풍(神風)이라고 아주 강한 태풍이 불었어. 전기도 끊어지고 통신망도 두절됐어요. 건물들이 부서질 정도로 큰 바람이 불었지요. 물론 라디오도 없었고 못 들었으니까.” 이러한 상황을 정리해볼 때 일반인들에게 조국해방은 더디게 알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김성수씨는 이날 저녁 6시께 교분이 많았던 김종곤(29세)씨의 방문을 받았다. 그는 보성전문 출신의 엘리트로 조흥은행 담양지점에 근무하는 은행원이었다. 그는 평소에 아끼던 애마를 의기양양하게 타고 왔다. 조국이 해방되었으니까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해야 될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날 저녁 읍내 유지급 청장년 20여 명은 조흥은행 숙직실에 모여 건국준비 등을 논의했다.

비록 늦게 알려지긴 했지만 다음날부터 주민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불렀다. 죽물시장 거리를 누비며 해방의 감격에 휩싸였다. 옷장터(죽물시장) 일대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환희를 만끽했다. 흥분을 참지 못한 일부청년들은 친일파나 일본인을 규탄하자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담양에서는 다른 지방과 달리 과격한 양상은 없었다. 일제 당시 악질적인 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없었던 담양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일반인들과 달리 담양에서도 조국해방을 가장 빨리 접한 일단의 청년그룹이 있었다. 정경인을 비롯한 진보성향의 사회주의자들이었다. 이들 몇몇은 항일운동과 함께 일제치하에서 노동운동을 한 사회주의 이론가들이었다. 중앙이나 광주지역과 내통한 연계를 갖고 있어 국내외적인 상황을 보다 빨리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의 활동중심은 노동조합이었다.

그와 뜻을 같이 한 의식 있는 청장년들은 이미 8월 15일 저녁에 모임을 가졌다. 이어 8월 16일 저녁에는 담양읍 담주리에 소재한 청년회관(현 주창하임, 옛 명성극장)에 모여 건국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거행했다. 정경인이 위원장에 추대되었으며 부위원장에는 국기현, 총무부장 강재완, 산업부장 강종득, 치안대장 임귀석 등이 임명됐다.
한편 1945년 9월 22일에 한민당 담양군당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건국준비위원회는  1945년 10월 20일경에 해체되고 인민위원회로 조직을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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