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 긴 장마가 마지막 한방을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 엄청난 집중호우가 한반도 전체를 물바다로 덮었다. 여기저기서 둑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나고 집과 들이 물에 잠겨 그 피해 규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수해는 인재(人災)인가 천재(天災)인가. 하늘이 뚫리고 미친 듯 내리는 비를 보면서 천재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좀 미리 대비했으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측면에서 인재를 주장하기도 한다.
천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학의 발달과 함께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마냥 천재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천재를 경고하고 모든 부서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야 인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재난은 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같은 환경부 산하의 수자원공사가 기상청 예보 보다 많은 비가 내려 홍수 조절에 실패했다고 하면서 인재에 대한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모두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기관간의 책임공방은 어이가 없고 볼썽사나운 것이며 스스로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낼 뿐이다.
물 관리 업무는 홍수 예보에서 부터 관리까지 환경부에 책임이 있다.
즉 환경부는 수자원공사를 인수하면서 국토부에서 중점을 둔 홍수조절에 환경부 고유 물 관리 책임까지 통합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홍수피해는 국토부의 수량(水量)보다는 환경부의 수질(水質)에 집중하게 되어 홍수 조절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스템 통합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 운영에서 미숙한 점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주 담양군을 비롯한 남부 11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피해복구비 중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50~80%를 국고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법대로 하면 이번에 피해를 입은 주민은 재난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도지사협의회도 올해 코로나19 조기극복을 위해 많은 예산을 집행하여 호우피해 극복을 위한 재원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원 금액과 범위를 현실에 적합하도록 대폭 확대 해주어야 한다고 중앙 정부에 건의했다.
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기준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추경편성은 시간이 걸리고 아직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충분히 비축돼 있다고 판단하여 4차 추경 편성은 유보한 상태다. 실제로 지금까지 세 차례의 추경 등을 통해 나라 곡간은 적자상태라서 보상은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번 수해복구에 지원 나온 공무원들은 멀쩡하게 보이는 비닐하우스 안을 들여다보면 내부는 쓸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차라리 새로 짓고 설치하는 것이 더 나은 형편이다. 힘들지만 묵묵히 수해현장으로 출근하여 피해농민들과 아픔을 같이하는 그들이 고마운 존재들이다. 얼마나 될지 모르는 보상을 위한 조사도 아마 긍정적으로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
‘위기는 호기’ 라는 말이 있다. 낙심하여 지쳐버린 농민에게 지금은 어떻게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 왕(王)들은 가뭄과 홍수가 나면 부덕(不德)의 소치로 여기고 하늘에 용서를 빌었다. 정부의 모든 공무원은 물론 국민들은 아픔을 같이하고 피해극복에 최선을 다해 재기의 희망을 북돋아 주는 것이 위기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