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블루하우스매점. 앞뒤로 여닫이문이 있지만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지하 1 층의 밀폐된 공간이었다. 벽에는 곰팡이를 제거한 흔적이 뚜렷했다. 처음 들어섰을 때, 퀴퀴한 곰팡내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다수는 얼른 코를 감싸 쥐었다. 한쪽 구석에서 바퀴벌레 몇 마리가 황급히 도망쳤다. 지하는 마치 맨홀 속처럼 습도가 높았다. 그런 공간에 페인트를 바르고, 테이블세트, 전자레인지, 냉장고, 냉동고, 냉온정수기, 온장고 등의 집기를 들였다. 물론 회사에서 준비했다. 콘크리트가 두꺼워 환풍기는 설치할 수 없었다. 다수는 판매할 물건만 준비해 매점을 열었다.
 
다섯 시가 넘어서자 매점은 이내 왁자지껄했다. 예식 시간에 맞춰 하나둘 나타난 하객처럼 사생들이 몰려들었다. 여섯 개의 테이블은 금세 찼다. 다수는 밀려드는 손님들을 보고 흐뭇해하다가도 잠깐잠깐 돌아서서 인상을 심하게 구겼다. 지독한 발 냄새 때문이었다. 안전화를 신고 하루 종일 일했던 직원들이 씻지도 않고 내려왔을 터였다. 북적거리는 통에 누구의 발에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씻고 와서 먹으라고 말할 만한 성격도 아니었고, 그럴 경황도 없었다. 환풍기 생각이 간절했다. 다수는 수시로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곤 했다.
  사생들은 발 냄새 따위는 일언반구도 없이 다만 먹고 떠드는 것에 집중했다. 목청을 돋우고,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웠다. 어떤 테이블에서는 뒤늦게 물끄럼말끄럼 합석한 사생이 선 채로 술잔을 기울였다. 자리를 차지한 사생들은 술 마시기 대회라도 하는 듯 마구 마셔댔다. 취하면 술병이 흉기가 될 수도 있기에 막걸리와 캔 맥주만 들여놓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출출한 배를 술로 채우거나, 고단한 하루, 기분 나빴던 일을 잊기 위함인지도 몰랐다. 계속되는 불쾌한 소리와 담배 연기, 끊임없이 괴롭히는 매스꺼운 냄새, 곤드레만드레 취한 사생들이 게워낸 토사물이 난무할 때면, 매점이 마치 지하 감옥 같았다. 갇혔다는 생각이 들면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다수는 하루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밀려들수록 역겨운 냄새의 농도도 짙어졌다. 더러운 세균이 몸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아저씨, 식중독 걸렸어요?”
  기숙사 사생 한 명이 다수에게 말했다. 다수는 1층에 있는 화장실로 급히 뛰어 올라가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변기통에다 구토를 하고 있었다.
  “아니.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미셨나 봐.”

  발 냄새 때문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다른 핑계를 댔다. 매점에 발 냄새가 심하다는 소문이 다수에게 좋을 리 없었다. 사실 전날 저녁에 술을 마셔 컨디션이 안 좋기도 했다. 평소에는 구토까지는 하지 않았다. 구토를 하고 나니 속이 좀 편안해졌다. 다수는 밀걸레를 집어 들고 화장실을 나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역겨운 냄새가 콧속으로 끊임없이 밀고 들어왔다. 다시 구토가 나올 듯했다. 다수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임신한 사람처럼 헛 구토를 몇 번 더 했다. 다수는 주머니에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매점으로 내려갔다. 사생들이 물으면 감기에 걸렸다고 둘러댔다. 다수는 한 달에도 셀 수 없이 많이 감기에 걸렸다. 다수에게 매점은 끔찍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유일한 생계수단이었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을 열었다.
 
어느 날 다수는 회사에서 지정해준 병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기숙사 사생 중 한 명이 슈퍼결핵으로 불리는, 광범위약제내성결핵으로 강제 입원명령을 받은 며칠 뒤였다. 그 병에 걸린 사생을 다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퇴근 후 발효 식품인 ‘꼬모’를 꼭 사 먹곤 했다. 가끔이지만 다른 사생들처럼 다수 앞에서 푸념도 늘어놓았다. 그의 감염으로 기숙사가 발칵 뒤집혔다. 사생 모두가 검진을 받아야 했다. 검사 결과 다수 외에 일곱 명이 결핵에 걸렸고, 그 사실이 회사에 통보되었다. 그날 늦은 시간에 총무과 김 대리가 찾아왔다.
 
 “다수 씨, 슈퍼결핵이 아니라도 최소한 6 개월 정도 약을 먹어야 한다는 설명 들으셨죠? 조금만 소홀히 하여, 약에 내성이 생기면 7년 이내에 절반가량이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라는 설명도 들으셨을 거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매점보다는 건강관리에 신경 쓰시는 게 어떻겠어요?”
  다수는 천정만 바라보았다. 사생들에게 더 이상 감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회사 입장을 너무나 잘 알지 않은가.
 
다수는 매점 운영 2년 만에 매점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 아니, 넘겨야 했다. 회사에서 시설을 지원했으니 권리금 따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물건 값만 겨우 받고 나왔다. 끔찍한 공간에서 탈출했다고 잠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단 3일 만에 다수 얼굴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세상이 깊은 산 중에 있는 동굴 같았다. 다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단군신화 속 곰처럼 방에 틀어박혔다. 약이나 밥을 먹을 때만 입을 열었다. 위로를 건네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건 다행이었다. 아내도 멀리했다. 아내는 일을 찾아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다. 1월이었다. 아내는 신년 계획이 아닌 평생 계획을 다시 세워야겠다고 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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