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지역사회와 더욱 가깝고 밀착된 마을뉴스, 동네뉴스, 골목뉴스 서비스 제공을 위해 ‘뚤레뚤레 동네한바퀴’ 코너를 신설하고 마을의 자랑거리와 소식,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합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마을은 우선적으로 취재, 소개해 드립니다.(취재문의 : 담양뉴스 381-8338) /편집자 주

마을주민들(신금자님,정희용 이장님,박순덕님,정운찬님)

가사문학면에 멋진 매화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절기와 맞지 않는 아쉬움을 안고 가본다.
광주호를 감상하면서 가는 길부터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몇 번 갔던 기억은 있지만 하도 오래돼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지곡리 지실마을은 송강 정철의 후손들이 사는 집성촌으로 한때는 100호 가까이 살았지만 지금은 40호 정도가 산다. 또 600여 년 전부터 행해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당산제를 모신다. 지금은 당산제가 간소화 되었지만 이전에는 정월 초사흘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깨끗하고 부정한 일이 없는 사람을 두 명 뽑았다. 화주(제물을 담당하는 사람)와 축관(제의 진행 일체를 맡는 사람) 이다.
이날부터 화주와 축관 집에는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서 궂은 사람의 출입을 막았다. 화주와 축관은 14일 밤 제의시간까지 몸가짐을 각별하게 조심해야 했다. 당산제에 사용되는 비용은 인구전(人口錢:사람당 정해진 금액을 거출함)으로 충당했다. 물론 지금은 지원금이 나온다. 
또한 백중에는 마을에서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마련해서 어르신들을 대접한다.(※ 담양향토문화연구회 ‘담양지방의 제(祭)’ 참고함)

정희용 이장님의 안내로 초당에 들렸다. 이곳은 우리나라 창작판소리의 명창 박동실 선생이 30여 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박동실 명창은 이곳에서 안중근·유관순·윤봉길·이준 등 열사들에 대한 열사가(歌)를 지으면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으며 김소희·박귀희 등 후진 양성에도 매진했다.

계당(송강 정철의 넷째아들 정홍명이 살던 집)

계당 옆 400년된매화와 넓고 시원한 계곡

400년 된 매화를 보기 위해 동네 위쪽으로 올라갔다. ‘계당(溪堂)’이라고 써진 건물이 보였다. ‘계당’ 입구에서 전정하는 분이 보여서 인사드렸더니 정철의 16세손 정구선님이었다. ‘계당’은 어린 시절을 지곡리에서 보낸 정철의 넷째 아들 정홍명 선생이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 6.25때 불타고 사랑채만 남은 것이다. ‘계당’은 80이 넘으신 어르신이 혼자 관리하기에는 넓은 터라 군에서 관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목재 그대로가 보여서 생생한 느낌은 느껴졌지만 계속 이렇게 둔다면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후손인 정구선 선생님은 송강 정철의 발자취가 어린 만수동(萬壽洞) 일대의 개인소유 임야와 건물을 지난 2009년 자연환경국민신탁(The National Nature Trust)에 신탁했다. 송강문학 발상지가 제대로 복원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좀 더 올라가니 ‘바람소리’카페가 있어서 저녁 식사도 주문했는데 주변환경도 감상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마을을 왼쪽으로 돌아보다가 이끼 낀 돌담과 마당 꽃밭이 아름다워 발길이 멈췄다. 사진을 찍고 싶어 내다보니 마침 주인이 계셔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자 들어오라고 대문도 열어주셨다.
“잡초로 덮였던 집을 정리하고 나니 마을주민들도 몰라볼 정도로 예쁜 집이 되었어요.”
“어디에서 정원관리 배우셨나요?”
“제 생각대로 꾸몄는데 제가 음악과 미술을 해서 도움이 되었나 봐요.” 다음에 시간 내서 다시 구경오겠다고 다짐하고 나왔다.

내려가는데 길가에 마을 분들이 모이셨다.
“이 마을에 얼마나 사셨어요?”
“제 이름은 옛날 국무총리와 이름이 같아요. 정운찬요. 75년 살았어요.”
“마을이 좋아요?”
“조상들이 살았던 곳이니까 전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죠.”
마을을 더 내려오니 이전에 가서 맛있게 먹었던 ‘소쇄원 채식부페’가 보였다. 조금 더 내려가니 ‘그림이 있는 방앗간’이라는 카페가 보였다. 카페 사장님께 물었다.
“어떻게 카페 이름을 지은 거예요?”
“이곳은 100년 넘은 방앗간이 있었던 자리예요. 학생들이 그림을 전시하고 싶으면 무료로 대관해주려고요.”
“멋진 생각이네요.”
“남편이 퇴직 후 귀향해서 약간의 농사를 지어 로컬푸드에 납품하고,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께 채소를 직접 수확해 가라고 하죠.”
“너무 좋아하겠어요. 이 댁에서 맛있는 메뉴가 뭔가요?”
“대추·레몬·자몽·생강·오미자차와 팥빙수는 제가 직접 만들어요. 그날 준비해놓은 음료가 떨어지면 판매를 중지하죠.”
“힘들거나 즐거운 점은요?”
“손님들이 여기에 오면 편안하다고 할 때 기분이 좋고요. 이번 장마 때 4번이나 침수되었던 것이 힘들었어요.”
대추차를 맛보고 나니 다음에 꼭 팥빙수 먹으러 가고 싶었다.

카페 '그림이 있는 방앗간' 주인 부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이것저것 도와주시다 일을 보러 가셨던 이장님이 오셨다.
“마을주민 여러분들이 이장님이 너무 잘한다고 하던데 비결이 뭔가요?”
“특별한 것 없어요. 제가 하겠다고 한 것이니까 최선을 다하는 거죠.”
“이장님으로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요?”
“무등산에 있는 식당 30가구를 우리 마을 쪽으로 이주시킨다고 발표가 났어요. 그런데 이미 광주호 바닥도 깊지 않고 부영양화 되어 있는데 식당가 폐수가 늘어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아서 마을주민들이 다 걱정하고 있지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관로를 통해 하수 종합처리장까지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같이 토론해서 좋은 생각들을 모아야 할 것 같다.

양홍숙 군민기자  webmaster@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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