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이야기⑮담양시장 이전 논란(1953-1955)

▲1950년대 후반 담양읍 5일시장

담양시장 이전 논란은 1953-1955년까지 근 3년에 걸쳐 갑론을박 진행되면서 담양읍과 담양읍의회, 그리고 당사자인 담양시장 일원 담주리, 객사리 상인과 주민, 이외에 담양시장 개장일을 기존 2일,7일장에서 5일,10일장으로 변경하려는 진정서로 인해 창평시장 상인들까지 연일 시위를 벌이면서 담양 지역사회가 무척 혼란스러웠다. 당시의 상황은 아래와 같이 전해지고 있다.

1953년 5월 15일 오전10시, 담양읍사무소에서는 20여명의 유지 및 사회단체장이 읍장실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읍장실 출입문에는 ‘외인 출입 절대금지’가 붙어 있었다. 밀담이 시작된 지 3시간이 지난 오후 1시가 지나서야 끝났다.당시 국승준 담양읍장에게 “무슨 밀담이 그리 진지합니까?”라고 필자가 묻자 국 읍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이 사람아 무슨 밀담! 담양읍 발전 관계로 이야기했을 뿐 색안경 쓰고 넘겨짚지 말게.” 그러나 뒤따라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평상시에 비해 약간씩 굳어 있었다. 모두 말문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필자는 “보통 일이 아니다!” 고 직감하고 맨 뒤에 나온 정 주사를 붙잡고 무슨 회의를 했냐고 물었다. 역시 함구령이 내려졌는지 답변을 안해주었다.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보니 담주리 소재 동명식당 안집 깊숙이 자리하여 점심을 기다리고 있었다.방안에 몇 사람이 있는가 신발을 확인하던 중 갑자기 방안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들었다. 

담양시장 이전 문제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담주리에 있는 장을 천변리 우시장쪽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담주리 시장은 너무나 비좁고 우마차의 통행이 불편할뿐더러 장옥의 증축이 불가능하여 노점상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니 전남도의회에 건의서를 제출하여 승인을 얻어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날 회의내용은 이전파(?) 추진위원이 극비로 이날까지 3회에 걸쳐 모임을 갖고 이날 도의회에 이전 건의서를 제출한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는 서정헌 추진위원장을 비롯하여 초대 담양읍 의회 의원 김유곤, 국채동, 이은행, 정진구, 박옥용, 이남선, 김수곤, 전기철,  박장순 등 10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읍의원 15명 중 9명이 시장 이전에 동의 날인하였다.이와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담양읍민은 양분되어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읍의회가 긴급 소집되었으나 각파의 주장이 난무하고 욕설과 설전이 그칠 줄 몰랐다. 이전 반대의원은 노창섭, 정선경, 박준언, 이금산, 임봉찬, 장한진 의원 6명으로 9대 6이란 약세를 면하기 위해서 세 규합에 나섰다.연일 계속되는 담양시장 이전 반대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갔다. 만약 이전이 성사될 경우 담주리의 시장을 주축으로 하는 상가는 전폐되고 객사리의 죽물시장을 중심으로 한 모든 상가 역시 위기를 면키 어려운 처지에 직면할 것이었다.특히, 객사리에 있는 담양산업조합은 시장이전 반대의 선봉장이 되어 읍의원 6명과 함께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섰다. 1차로 김쾌득, 서기표, 허신, 이대문, 정용수 등으로 시장이전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2차로 정성영, 이판근, 이길종, 도의원 김종곤 씨 등 20여 명을 보강하여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1954년 11월 9일 담주리 정성영 외 2,856명은 서명 날인하여 담양시장 이전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 접수된 건의에 대해 도의회에서는 54년 11월 19일과 25일, 27일 3회에 걸쳐 심의하고 산업위원회에 회부, 집행부에 이송했다.

한편, 이에 앞서 1954년 6월 26일 담양치안관 김성수 외 39명은 담양시장 날짜를 변경해달라는 진정서를 전남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진정서에 대해 심의 후 집행부로 이송했다. 시장 일자변경 진정서가 도의회에 제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창평시장 상인들과 면민들은 54년 7월 10일 1천여명이 모여 담양시장 일자 변경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창평장날은 5일과 10일로 닷새 만에 개장되고 있는데 2일과 7일인 담양장날을 5일,10일로 창평장날과 같은 날로 변경하려는 진정인을 규탄하는 시위가 연이어 벌어졌다. 그들은 담양시장 날짜가 변경될 경우 창평시장은 영구히 폐쇄될 것이며 어떠한 불상사가 야기될 지도 모르니 전남도의회나 40명의 진정자는 즉각 철회할 것을 경고했다. 그 후 진정은 철회되었다.

한편, 1955년 7월 13일자로 담양읍에서 신청한 담양시장 이전허가 신청에 대해 전남도지사는 “이전은 곤란하니 현 시장을 확장함으로써 시장 번영을 기하라”는 통첩을 보냈다. 수년간 분쟁을 거듭한 담양시장 문제는 1955년 10월 23일 제29차 담양읍의회에서 논의 끝에 이전파와 확장파 간에 원만한 타협이 성립되어 전남도지사의 지시대로 현 시장을 확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출처 : 이해섭의 담양이야기)/담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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