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ㆍ특집 기획
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추월산 길라잡이(제2화)강성오 작가

담양뉴스는 『기획연재Ⅴ/소설』로 2020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연재합니다.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 출신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나 억울하게 처형됐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본지는 금년도 송순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월2회 가량 지면을 통해 연재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제2화>

■ 1593년 8월

1592년 4월에 왜적이 침략한지 3년이 지났고, 1593년 12월 13일에 덕령이가 초장을 마치고 기병한지 2년 4개월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후 명나라와 왜적이 강화협상을 벌이고 있었으나, 크고 작은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순신 장군의 활약으로 해상으로 군량미를 수송하려던 왜군이 심대한 타격을 받아 곡창지대인 전라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 능주가 들은 소문이었다. 왜적이 추월산을 넘지 않았지만, 언제 추월산을 넘을지 몰랐다. 공격하려고 척후병을 미리 파견했는지도 몰랐다.  
  능주는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려고 바위등걸 뒤에 몸을 숨기고 발아래부터 범위를 넓혀가며 살펴보았다. 추월바위 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희끗한 물체였다. 분명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하얀 움직임은 잠깐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릿느릿 움직였다. 하얀 움직임은 추월바위에서 굴바위 쪽으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하얀 움직임이 능주 쪽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능주는 잔뜩 긴장하며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바위틈을 살피고는, 자리를 이동해 다른 바위틈을 살폈다. 하얀 봇짐이 등에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어두운 탓에 무기를 들고 있는지 아닌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움직임이 마흔 걸음 이내까지 가까워졌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바위틈을 쿡쿡, 쑤셔가며 이동했다. 그런 행동 때문에 벌이 놀라서 날아오른 듯했다. 
 
 “아니 이게 누구다냐? 떡배 아녀?”
  작달막한 키에 하얀 저고리를 입은 떡배가 방위등걸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능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치 귀신을 만난 듯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자기를 놀래 킨 이가 능주임을 알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십년감수했다고 했다. 능주는 손을 내밀어 떡배가 일어서는 것을 도왔다.
  “마, 식겁했음니더! 그칸데 형은 이 시간에 웬일입니꺼? 아직도 석청 따러 다니십니꺼?”
  떡배가 능주 손을 힘껏 쥐며 말했다.
  “석청이 사시사철 나오는 건 아니잖여? 아직도가 아니라 아카시가 피면 어김없이 산에 오른당께. 그나저나 동상은 이 시간에 웬 일이여? 나는 도깨빈 줄 알았다니께.”
  능주는 아카시아가 한참일 때가 석청을 따는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꿀을 따면, 아카시아 꽃이 시들기 전까지 월동할 꿀을 벌이 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꿀을 따고 나더라도, 벌이 월동할 식량을 마련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은 것이었다. 
  “형님요? 도깨비고 나발이고 일단 목부터 좀 축여야 겠슴더. 물 쫌 없는교?”
  얼마나 목이 탔는지, 떡배는 물부터 찾았다. 
  
둘이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추월산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떡배가 어떤 표정인지 알아볼 정도였다. 목이 말라서일까. 떡배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물을 찾아 산속을 헤매느라 기력을 잃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물부터 먹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능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맹감나무’라고 불리는 청미래덩굴이 눈에 들어왔다. 능주는 청미래덩굴 옆으로 바투 다가가 넓고 단단한 이파리 두 개를 따서 저고리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떡배 옆으로 다가와 떡배에게 따라오라고 하고선 앞장서 걸었다. 
  “나 맹키로 납작 엎드려서 기어야 해. 나부터 들어갈 텐께, 불르면 들어오소.”
  능주가 떡배를 굴바위 석굴 앞으로 인도하여 시범을 보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등잔불을 확인했다. 석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불을 켜지 않아도 능숙하게 들어올 수 있지만 처음이라면 바위에 머리를 부딪칠 수도 있고, 바위 틈 사이에 손을 헛짚어 부상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등잔불은 그대로 켜져 있었다. 떡배는 능주가 보였던 시범을 곧잘 따라해, 등 봇짐을 풀어 석굴 안으로 밀어 넣고 바닥을 기는 자세로 석굴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었읍니꺼?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예?”
  떡배가 눈을 휘둥그래 뜨고 말했다. 
  “식량이 없어도 물이 있는께 메칠은 버틸 수 있제. 동상, 목마르다 했제?”
  능주는 주머니에서 청미래덩굴 이파리를 꺼냈다. 이파리를 원뿔 모양으로 만들어 움푹 들어간 바위에 고인 물을 떠서 떡배에게 내밀었다. 떡배는 냉큼 받아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떡배가 물을 마시는 동안, 능주는 다른 이파리에 물을 떠서 또 떡배에게 건넸다. 떡배가 연거푸 물을 마시고 나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높은 바위에서 물이 나오다니. 정말 희한하네예? 형은 이 석굴을 어떻게 알았습니꺼?”
  떡배가 입에서 턱 밑으로 흐르는 물을 소매로 훔치며 물었다. 
  “아마 내가 아홉 살 때였제? 하루는 아부지가 나보고 함꾼에 갈 디가 있다고 하등먼. 그라고는 앞장서서 산에 올르셨제. 지게도 없이 산에 오른께 일하러 간 것은 아닌 줄 알었제. 그란디 아부지가 자주 뒤를 돌아봄서 누가 지켜보는 건 아닌지 조심하드랑께. 아부지가 그렇게 하신께 솔찬히 겁나등먼. 행여나 나를 산에다 땡게불고 가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여. …… 그건 아니었고, 이 석굴을 갈케줌시로 난이 일어나면 역서 피하라고 하등먼. 그람시로 엎드려서 들어가야 한다고 시범까지 보였당께.”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담양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