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군민기자석 귀농일기
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23)귀농인 김현배 님의 ‘오, 마이 토마토!’
귀농인 김현배 님

  탱글탱글한 선홍색 방울토마토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만감이 교차한다. 어쩌다 윤기 좔좔 흐르는 방울토마토에 물기라도 머금고 있으면 한동안 상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다이어트, 피부미용, 변비예방에 좋다고 익히 알려졌지만, 나는 그보다 항암이나 성인병에 효과가 좋다는 말을 더 믿고 싶다. 
아내 때문이다. 
  
 아내는 희귀질환 때문에 입원 중이다. 
복합통증증후군(CRPS)인데 어떤 자극이 없어도 칼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옷을 걸치는 것도 따갑고 무겁게 느낀다. 몸을 씻으려 해도 물방울이 스칠 때 전해오는 강렬한 통증 때문에 샤워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나마 날이 따뜻할 때는 병원 신세를 덜 지지만, 혹독한 겨울에는 병원에 줄곧 입원해야 한다. 지금도 입원했지만 아직까지 묘약이 없다. 약이 있으면 희귀병도 아닐 것이다. 그런 탓에 항암이나 성인병에 좋다는 토마토의 효능이 아내에게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안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토마토를 바라보곤 한다.
  토마토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한숨을 짓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 때문에 이래서는 안 된다고 나약해지려는 마음에 채찍질을 가한다. 이미 지나가버렸으니 돌이킬 수 없음에도 후회가 불쑥 치솟곤 한다. 잊자고……. 미래에 충실하자고……. 마음을 다잡곤 했지만 아직도 완전히 마음을 비우지 못한 것은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방울토마토 시설하우스

담양으로 오기 전에 광주에서 살았다. 
보험업에 종사했는데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놈의 실적 때문에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계속 하다가는 제 명에 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실적 스트레스로 자연스럽게 다른 일을 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직할 곳이 거의 없었다. 내 고민을 잘 아는 분이 나를 따라 귀농하라고 권유했다. 그분은 광주에서 살면서 담양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계셨다. 담양으로 이사 갈 계획인데 따라오면 농법을 전수해주겠다고 했다.
  그분을 믿고 연고도 없는 담양으로 과감히 귀농했다. 실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조급함도 있었지만 부지런히 농사지으면 되겠지 하고 좀 안이하게 생각했다. 농촌 출신이라 농사를 만만하게 본 것이었다. 하여튼 열심히 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일을 시작해 11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 일을 했음에도 매출이 형편없었다. 도시에서 그렇게 열심히 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가장 큰 원인은 농법이었다.

방울토마토 상품

 나를 담양으로 이끈 분도 탁월한 식견을 가진 분이 아니었다. 궁금증이나 문제가 불거져 깊이 있는 것들을 질문하면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4동에다 미니토마토를 재배했는데 인건비 건지는 것도 빠듯해 보였다. 대책을 찾아야 했다. 그분만을 믿기보다는 다른 방법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농업기술센터였다. 기술센터의 정책 중 선도농가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제도가 있는데, 나는 그 정책의 수혜자가 되었다. 가까운 황금리에서 30년 넘게 방울토마토를 재배해 오신 베테랑 농부에게 7개월 정도 교육을 받았다. 그때가 2018년 이었다. 멘토님의 덕으로 방울토마토에 대해 보다 넓고 깊이 알 수 있었다. 매출도 늘었다. 그 후 6,400만원을 올렸는데 이전보다 두 배가까운 액수였다. 2019년에는 멜론까지 재배하여 매출액이 8,000만원 넘었다. 자신감이 좀 생겼다.
  자신감이 넘쳐 만용을 부렸다. 좀 더 수확을 늘릴 것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물을 많이 주면 더 좋을 거라는 얄팍한 생각에 물을 과다하게 주었다.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했다. 봄이 되니 나무가 힘없이 서 있었다. 원인을 찾아야 했다. 멘토, 농업기술센터 담당자, 마이스터대 교수 등에게 자문을 구했다. 공통적으로 짚은 원인. 그것은 물을 과하게 공급한 게 원인이었다.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아내에게 묘약이 없듯 말이다. 그걸 경험한 후 느낀바가 엄청났다.
역대급 교훈을 얻은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방울토마토를 포기할 수 없었다. 소득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아내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절실함 때문이다. 아내에게 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약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자 농부인가보다. 아내가 먹을 것이기에 약을 하지 않지만, 행여나 병이 올까 봐 친환경 인증은 받지 않았다. 병충해로 작물이 죽어가는 꼴을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럴 때가 온다면 약을 칠 것만 같아 친환경 인증은 받지 않고, GAP인증만 받았다.
  

방울토마토 포장(아들과 함께)

지금 하우스 안에서 탱글탱글한 선홍색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서로가 자기를 봐달라고 광택을 뿜어낸다. 나는 짧게 인사하고 녀석들 곁으로 다가간다. 녀석들 중 일부는 아내에게 갈 것이다.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녀석들에게 손을 내민다./강성오 전문기자

※ 김현배 귀농인은 1978년생으로 지난 2017년 수북면(월성산길)으로 귀농했다.
(연락처 : 010-2715-5060)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광호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