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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의 詩이야기/ 詩의 향기,삶의 황홀(12)

겨울나무 숲에서의 고백성사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김종철 시인의 <고백성사>란 시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김종철 시인은 1947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1970년 작가세계로 등단하였습니다. 시집으로 <못에 관한 명상> 등이 있습니다.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채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작년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이라는 말이 채택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라는 뜻이지요. 우리나라 정치는 양 진영으로 나누어서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인 양 싸웁니다, 자기 진영은 무슨 짓을 해도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박살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한데 그들은 이 진영 테제의 창시자가 구소련의 스탈린이란 사실이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시에서 시인은 고백성사를 합니다. 힘 있고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고백성사를 하지 않는데 가난하고 외로운 시인만 고백성사를 합니다. 김종철 시인의 「고백성사」란 시는 우리의 폐부를 찌릅니다. 아내와 함께 성당에 가서 고백성사를 하는 행위를 자기 마음에서 못을 뽑는 걸로 인식하며 이 못 저 못을 뽑아봅니다.
  우리도 우리의 가슴에 박힌 못을 뽑아야 합니다. 남에게 함부로 막말을 퍼부어서, 성급하게 판단하고 행동을 해서, 무절제한 애정 행각 때문에, 헛된 물질과 명예를 탐냄으로, 자기의 사욕을 위해 친구를 배신함으로 남에게 못을 박아댄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남에게 못을 박는 이런 모든 행위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 못을 박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결국 그 못을 뽑으려고 우리는 발버둥을 치며 고백성사를 합니다. 눈물을 흘리고 참회를 하며 고백성사를 하지만 박혀서 휘어진 못은 여간 뽑기가 힘 드는 게 아닙니다. 뽑혀 나온 자리는 또 얼마나 흉한가요? 하지만 그 못을 뽑지 않고는 우리는 우리의 생을 온전히 영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고백성사’라는 말은 ‘고해성사’를 고친 말로 원어로는 콘페시오(confessio)입니다. 천주교에서 행하는 일곱 가지 성사 중 하나로, 영세를 받은 신자가 범한 죄를 뉘우치고 천주님께 직접 또는 천주님의 대리자인 사제에게 고백하여 용서를 받는 일을 가리킵니다.

  신년을 맞아 마음다짐을 위해 기차여행이라도 하고 싶은 때입니다. 그래서 다음은 김시태 시인의 <겨울 어느 간이역에서>란 시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김시태 시인은 1940년 제주도 출생으로 1967년 현대문학 평론으로 등단한 뒤 시도 써왔습니다. 시집으로 <소곡> 등이 있습니다.

눈에 묻힌 집과
겨울나무 숲
강아지도 짖지 않는
깊은 산 속

지금 이 시간이 유일한 거라면
이 풍경들도 유일한 거,
잠시나마 내려서 걷고 싶다.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
아니, 누구도 가보지 못한 세상
거긴 무슨 말씀이 계실 듯.
몇 천년도 더 기다려 온
소중한 말씀이…… 

  시인은 겨울 기차여행을 가서 지금 어느 간이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간이역을 지나면서 눈에 묻힌 집과 겨울나무 숲, 곧 강아지도 짖지 않는 깊은 산속을 봅니다. 그 적막하고 신성한, 어쩌면 이승에서 다시는 보지 못할 듯한 풍경을 바라본 것입니다. 그 풍경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그 풍경이 사색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지금 이 시간이 유일한 거라면, 이 풍경들도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네 삶의 한 순간도 사실 되돌릴 수 없는 유일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눈은 녹을 것이고, 겨울나무 숲은 또 잎으로 무성할 것입니다. 이 순간에 느낀 신비스러움은 금방 퇴색하고 사라집니다. 
  살다보면 때론 어떤 은총이나 법열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간이역을 지나면서 만난 그 풍경엔 시인이 여태까지 꿈꾸고, 찾고, 바라던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영감이 스칩니다. 시인이 아직 가보지 못한 세상, 아니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세상이 있을 것 같고, 거기 몇 천 년도 더 기다려온 소중한 말씀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는 아마도 시간을 넘어서 있는 신의 말씀 같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기차에서 내려 잠시나마 그 풍경 속을 걷고 싶은 것입니다.
  시인의 기차여행은 우리네 인생행로의 비유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간이역이 비유하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 하차하여 새로운 인생과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싶지만, 차마 기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마음만 기웃거리다 기차와 함께 떠나버리는 우리네 인생 말입니다. 
  여기서 풍경이란 말은 원래 풍광(風光)이라고 합니다. 바람과 빛이 흐르는 경치 말이지요. 우리네 삶과 모든 사물도 사실 바람처럼 흐르며 제 존재의 빛을 잠깐 빛내다가 제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존재들이지요.*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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