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이야기(24)일제강점기 말기의 일제의 만행

●노무자 징집

#산업전사로 명칭한 조선인 강제징용

1940년대 대동아 전쟁이 한창일 때 일제는 조선인을 징병, 징용, 노무자, 위안부 등으로 끌어가고 노약자들이 농산물을 어렵게 생산해 놓으면 벼, 보리, 목화 등과 소까지 닥치는 대로 공출이라며 빼앗아가니 도무지 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면서기는 징용이나 노무자 동원에 제외되어 있어서 나도 면서기 시험에 응시하여 취직을 했더니 범을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 할까. 내가 안 가는 대신에 남을 데려오라니 큰일이며 남의 벼, 보리를 강제로 공출시키려니 정말로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면서기들이 대창을 들고 다니며 농민들이 숨겨놓은 양곡을 대창으로 찔러서 찾아내어 공출을 시키는데 내 것도 숨겨 놓고 사는데 남의 것을 찾아내어 공출을 시키기란 인정상 할 일이 아니고 아니하면 성적이 나쁘다고 상사의 질책이 심하니 상사에게 적당히 노력한 것처럼 보이고 면민들한테도 저놈 죽일 놈이라는 말을 안 들을 정도로 꾀를 부려야 했다.

징용이나 노무자 동원은 처음에는 영장을 발부하여 면서기가 영장을 들고 가서 본인에게 전달하고 데리고 오는데 본인이 없고 가족에게 전달하였을 때는 피하게 된다. 그러므로 본인이 집에 있어도 없다고 가족이 대리수령하고 피하는 일이 많다. 이토록 같은 면내 친구들을 면서기가 잡아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므로 충원이 안 되었다. 그러니 많은 사람을 데려오도록 영장에 이름을 안 쓰고 나누어 주면서 있을만한 집 문밖에 가서 해당자가 있는 것 같으면 그 자리에서 이름을 써서 잡아오라는 것이다. 누구든 꼭 한 명씩 데리고 오라는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 중에 환자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찾아가서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네.” “무슨 부탁?” “노무자를 꼭 한 명 데리고 오라니 누구를 데리고 가겠는가? 자네는 환자이니 노무자에 가더라도 신체검사에서 불합격되어 돌아올 것이니 자네의 왕복여비와 일당은 내가 줄게 좀 다녀와 주겠나?” 했더니 방긋이 웃으며 “일당은 무슨?” 하면서 일어섰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보면 내가 노무자로 가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날 저녁은 일본인 군 노무계장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우리 마을에 면 직원이 4명인데 다 모이도록 해달라며 우리 마을 기피자를 잡으려 했다. 나는 직원들을 모이도록 하는 것보다 기피자들이 피하도록 하기 위해 큰 소리로 동료직원을 불렀다. “아무개, 노무자 잡으러 가자고, 군 노무계장이 오셨으니 속히 나오소!” 이렇게 외쳐도 깊은 밤 12시가 넘어서 잠에 취하면 모르고 잠만 자니 우리 마을에서 3명이 붙잡혔다. 

이들이 우리를 얼마나 원망하리... 한 마을 사람들이 면서기 좀 다닌다고 우리 마을에 먼저 와서 붙잡아 간다고.... 이제 붙잡은 3명을 데리고 다른 마을로 옮겨가서 나더러 3명을 지키라고 해놓고 그 마을 기피자를 잡으러 들어갔다.
내가 지키는 3명은 같은 마을 사람들인데 어떻게 지키란 말인지? 이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우리는 도망가네.” 하더니 세 방면으로 뛰어가면서 큰 소리로 “노무자 잡으러 왔네. 도망들 치소” 하니 그때가 먼동이 틀 무렵이라 그 마을 사람들이 후두둑 도망을 쳐서 한 사람도 못 잡았다. 

군 노무계장은 화를 내면서 “전부 네가 잘못 했으니 책임져라”고 야단을 쳤다. “어찌 내가 잘못 했단 말이오. 3명이 세 방면으로 도망치는 걸 나 혼자 어쩔 수가 있소?” “하루 저녁내 한 사람도 못 데리고 가면 되겠느냐?” 하면서 투덜투덜 혼자 군청으로 떠나는 것을 보니 이게 모두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싶었다.(출처: 담양향토문화연구회, 『50년대 격동기의 진상』)/ 담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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