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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30)귀농인 윤서희 님의 “모두 다 사랑하리”
귀농인 윤서희 님

  그녀는 80명이 넘는 식구와 살아간다. 엄청난 대가족이다. 
사람과 유기견과 유기묘를 한 가족으로 여긴다. 잠자리에 들어선 시간 외에는 거의 이들과 생활을 한다. 진짜 식구보다 더 애정을 쏟는다. 버림받은 이들을 보살피려고 담양으로 터전을 옮겼을 정도다. 

자기 일정대로 일을 보다가도, 개가 다쳤다거나 유기견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할 일을 뒤로 미루고 현장으로 먼저 달려가, 개를 구조하여 사비를 들여 치료하고 집에서 보살핀다. 어떤 아이는 수술하느라 370만원이 넘게 들기도 했다. 후원 받는 곳이 없으니 사비를 들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치료하느라 예물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팔았다.
  
 그녀가 담양으로 이사한 것도, 본업을 등한 시 한 것도 이들 때문이다. 
그녀는 정수기를 대여해주는 게 본업이었다. 하지만 유기견과 유기묘를 관리하느라 정신이 팔려 본업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었다. 이사도 마찬가지다. 도회지 집에서 이들을 키웠는데 이들에게 흙을 밟고 뛰어다닐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원주택을 생각했다. 남편이 있지만 이들과 잠을 잘 때도 많다. 특히 집에 처음 들여온 새 가족과는 반드시 잠자리를 같이 한다.
  “사람도 같이 밥 먹고 같이 잠자면 정이 들잖아요? 애들도 마찬가지에요.”

  새 식구와 잠을 자다가 물린 적도 많다. 그녀 몸에는 개한테 물린 자국이 많다. 학대를 받은 개나, 심신이 불안정한 개들은 그녀가 해칠까 봐 함께 자려고 하면 사납게 짖고 물기까지 한다. 대부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친화력이 생기지만 한 녀석은 5일 넘게 마음을 열지 않고 물었다. 희망이가 그랬다. 희망이가 물 때마다 그녀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개와 교감하려 애썼다. 사랑 받고 자란 녀석과 학대받고 자란 녀석의 차이가 큰데 희망이는 학대를 많이 받고 자란 게 틀림없었다. 끈질긴 교감 끝에 이제는 그녀와 둘도 없이 친하다.
  

 그녀는 새 가족이 들어오면 반드시 개명한다. 이들의 상태나, 나이, 견종 등에 맞게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의 뜻이 이름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황제는 너무 어렵게 자라서 황제 대우를 받으라고 황제라 지었고요, 하이디는 도시견인데 한국에서는 도사견이 식용으로 사육 되지만 외국에서는 애완용으로 기르거든요. 외국 물을 먹으라고 하이디라고 지었어요. 콜라는 색상이 콜라 색과 비슷해서 지었고요, 미남이는 갈수록 예뻐지라고 지었습니다.”

  그녀가 관리하는 유기견은 70 마리가 넘고, 유기묘는 20마리가 넘는다. 그 많은 녀석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는데 두 번 개명한 적도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어린 강아지가 차도에서 뛰어다니는 걸 보았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차를 멈추고 내려서 강아지를 향해 위험하니 이리 오라고 두 팔을 벌렸다. 오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강아지가 품으로 파고들었다. 3개월 정도의 강아지였다. 복 받고 자라라고 이름을 복둥이라고 지었는데, 마을에서 복둥이를 기른 할머니가 계셨다. 해서 그녀는 복희라고 이름 지었지만 애칭을 복이라고 부른다. 
  
 그녀가 담양과 인연을 맺은 건 혜림복지관에 근무하는 선배 때문이었다. 
선배가 사회복지사였는데 선배 때문에 복지관을 종종 방문했다. 재능기부를 위해서였다. 그녀의 재능은 노래였다. 재능기부 때문에 방문한 담양이 마음에 들어 이사를 결심했다. 혜림복지관으로 재능기부를 다니기 전에도 그녀는 함평 샤론의집에서 불운한 사람들을 도왔다. 
  그녀가 유기견과 유기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유년시절 때 주변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키웠다. 하지만 아버지는 가족처럼 대했다. 개가 상처를 입으면 손수 약을 구해와 치료하고 보살폈다. 그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자랐으니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데리고 오다보니 대가족이 된 것이다. 

  그녀는 갖은 정성을 들여 가족을 살핀다. 곧 죽을 거라고, 헛돈 들이지 말라고, 사람들이 뜯어 말려도 데려가 달라는 울음이 애처로워 안고 와 사비를 들여 치료했다. 그렇게 어려운 녀석들을 돌보고 나면 몸이 망가진다. 녀석이 좋아진 만큼 몸이 축난다. 그렇게 공을 들였으니 함부로 분양하지 않는다.
  “십사오년을 기른 녀석을 하늘에 보냈다고, 분양을 해달라는 분도 계셨어요. 저는 그분의 사랑을 짐작하지만 녀석을 기르면서 남긴 흔적을 요구해요. 접종 기록이나 병원 방문 기록 등을 보려고요. 그렇게 꼼꼼히 따지고 분양을 해야 재유기견이 되지 않거든요.”

유기견을 가족처럼... 과수원에서

 그녀는 800여 평의 밭에 과수를 심었다. 뜻하지 않게 농부가 되었지만 밭을 구입한 것도 유기견과 유기묘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이들을 돌보는 게 더 행복하다. 
사람들은 60이 넘어도 성격이 바뀌지 않는데 녀석들은 두 세 달만 지나면 바뀌고,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안다. 오기 전에는 컹컹 짖던 녀석들이 이제는 무릎을 베거나 배를 베고 눕는다. 동물이지만 자신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은 것 같아 행복하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을 바라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좋은 가정으로 분양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오늘도 그녀는 누가, 어떤 가정이 녀석과 어울릴지 상상에 잠긴다./강성오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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