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촌마을 주민들

2주 전, 지인과 덕촌마을을 지나가는 길에 예쁜 집을 발견했다. 
그래서 도중에 차를 세우고 그 예쁜 집 앞에서 서성거리며 기웃거렸더니 주인분께서 나오셔서 얘기를 나누었다.
 “집이 정말 예뻐요. 일을 많이 하셨겠어요.” 
“네 맞아요. 이제는 무릎이 아파요. 그래도 꽃은 계속 심고 싶어요.” 
내가 계속 기웃거리며 정원 이쪽저쪽을 살펴보는 모습을 보고 주인분께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이런 인연으로 60호 정도가 사는 덕촌마을을 알게 되었던 것인데, 본격적으로 마을을 탐방하고자 2차 방문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마을을 전체적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마을회관 앞에서 설명서를 읽어보니 이 마을은 옛 창평현을 다스리던 행정의 중심지다. 회관을 지나 걷다가 어르신 두 분을 만났다. 남동댁과 무동댁이다. 두 분 다 남면(현.가사문학면) 태생으로 한 분은 섣달에, 또 한 분은 정월에 중매로 시집와서부터 계속 친구다. 남동댁은 젊어서 집 짓고 땅 살 때 아버지께 돈을 빌렸는데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큰 동생에게 갚아서 마음이 편했다고 말씀하셨다. 

무동댁이 가져오신 튀밥을 먹고, 다시 동네를 돌다 정원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임오순 님)을 만났다. 화분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어 더 안으로 들어가 보니 텃밭에 갖가지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거의 모든 꽃들을 직접 발아시키거나 꺾꽂이로 키웠다고 한다. 정말 꽃을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9증 9포로 만든 꽃차도 만들고 있다니 정말로 부지런한 분인 듯 했다. 도시에서 살면서 귀촌을 준비해 3년 전 이사했단다. 
“어떠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풍족하게 느껴져요.” 
나는 이날 야생화·효소·발효차 만들기를 좋아하시는 임오순님 으로 부터 하늘말나리·연삼·화고초 등의 식물 이름을 배우게 되었다. 

 이장님과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이장님 댁 마당에 항아리가 많아 여쭤보니 된장을 손수 담가 판매하다가 지금은 몸이 힘들어 그만 접었다고 한다. 
“어떻게 된장을 만들게 되셨나요?”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제가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먹여 키웠는데도 아이들이 자주 감기에 걸렸어요. 주택으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감기에 걸리지 않더라고요. 또 제가 임신하면 입덧이 심해서 10개월 동안 밥을 먹기 힘들 정도로 구토증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된장은 먹을 수 있었어요. 거의 임신기간 동안 된장에 양파·표고·멸치·다시마·무를 넣고 끓여 먹으면 구토를 하지 않았죠. 또 된장의 항암효과에 대해 알고 나서 귀촌해 된장을 만들게 되었어요.”

명지원 입구

이장님의 안내로 마을에 있는 갤러리 '명지원'에 갔다. 
아주 오랜만에 가보니 그사이 더 많이 정성스럽게 가꿔져 있다. 많은 명소들이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재방문했을 때 씁쓸함을 남기는데, 갈수록 아름다워지고 있는 명지원을 보게 되어 정말 기뻤다. ‘명지미술관’ 전시 작품도 아주 좋았으며, 정원은 나무와 꽃들 하나하나에 눈이 가게 신경을 썼다. 젊은 사람들이 사진찍기도 좋게 마음을 쓴 것이다. 담양군 ‘생활 속 예쁜 정원 최우수상’과 전라남도 ‘예쁜 정원 우수상’ 받을 만하다. 다음에 가족과 차 한잔 그리고 가능하면 식사도 하러 와야겠다. 

명지원 정원의 주인을 만나러 갔다. 
“안녕하세요. 예쁜 정원을 한 번 더 보게 되어서 기뻐요.” 
“네. 2주 전보다 더 많은 종류의 꽃들이 피었어요.” 
낮 달맞이·양귀비·색깔별 장미·인동초·선인장·수레국화 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꽃들이 주인의 섬세한 손길을 받아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래서 겨울에는 몹시도 봄이 기다려진다고 하신다. 
“어떻게 오셨어요?” 
“남편이 퇴직 후 귀향하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살았던 인천에 딸도 살고 있어서 반대했어요. 그러나 하도 간절히 원해서 따라왔죠.” 
“6년이 지난 지금 전원생활은 어떠세요?” 
“복잡한 도시보다 한가로운 시골이 백번 좋죠. 공기도 좋고 주차난도 없고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희망 있으신가요?” 
“저는 계속 꽃을 심고 가꾸고 싶어요. 꽃을 보고 있으면 걱정과 근심 욕심도 모두 사라지고 꽃을 닮고 싶어지죠. 같은 취미를 가진 동생이 곁에 있고(임오순 님), 남편도 지지해주니까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꽃을 닮은 정원 주인을 뒤로하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꽃 보러 오리라 다짐했다.

마을 가는 길

마을풍경

창평현령 선정비각

보존하고픈 옛 시골집

정원이 예쁜 집(임춘순 님)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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