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 공연연습장의 개관을 축하하며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 담양읍내. 과거 주조장이었던 것을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태어난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인접한 곳에 새로 이주한 담양읍교회를 군이 매입했었고 그 공간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아르코공연연습장으로 탈바꿈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개관식이 열린 것이다. 

식 보다 먼저 도착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박종관위원장은 담양문화의 거점으로서 옛 양곡저장 창고를 갤러리와 카페로 변신시켜 전국을 놀라게 한 담빛예술창고와 재작년 문을 열자마자 바로 명소로 진입한 이곳 해동문화예술촌의 성장에서 보여준 힘을 여러 모로 감탄하면서 그 이면에는 문화예술을 아끼고 지원할 줄 아는 지역민과 지방정부, 자치단체장의 문화력과 긍지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주고받았다. 먼저 둘러본 연습공간은 그야말로 작은 규모의 무용이나 음악 등을 연습하고 이와 관련한 회의나 학습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는 녹음까지 가능한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었다. 연극과 민속분야의 활동을 전개해왔던 경험은 그곳의 장비 하나 하나가 결코 만만치 않은 역량을 가졌다는 것을 알기에 장비 값은 톡톡히 하겠다고, 이게 담양이니까, 저력이 있으니까 안그러겠냐고 내게 반문을 하기도 했다. 

드디어 개관의 테이프 커팅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현장에 들어섰다. 교회의 예배당으로 쓰인 곳에서 개막식을 시작했다. 부군수와 군의회 부의장과 예술위 위원장, 담양군 문화재단 상임이사의 축사가 있었다. 그때 박종관 위원장의 인사말씀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담양은 이름처럼 따스한 물과 볕이 있는 동네라서 항상 포근해요. 작년 7기 예술위 출범할 때 나주에서 회의하고 예술위 위원들과 담양을 찾았을 때 다시 한번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담빛예술창고를 갔을 때 소도시라고 생각되는 이곳에 예술가들이 선망하는 전시공간과 품격있는 전시를 시리즈로 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습니다. 담양은 문화를 품어줄 줄 아는 동네임에 틀림없거든요. 국창 이날치 선생의 본향도 이곳이고, 박동실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소리꾼들의 성지도 담양이잖아요. 담빛예술창고에 이어 해동문화예술촌도 시각예술의 거점 공간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분야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만들고 있는 공연연습장이 담양에도 들어섰으니, 이제 담양에서 시각과 공연예술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기반이 생성된 것 아니겠습니까? 모쪼록 이 공간을 다양한 예술가와 지역민들이 문턱없이 찾아와 사용하고 놀이의 공간이던, 도모의 공간이던, 창작의 산실이 되든 마음껏 이용하신다면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간결하면서 지역의 속내를 깊이 알고 있는 듯한 위원장의 인사말씀을 들으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민선 7기 시대에 담양은 정말 문화분야에서 많은 속도를 내었다. 그 전의 흐름이 생태와 인문도시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움직였으며, 그 안에서 담양군의 브랜딩은 청정한 지역이자 아름다운 자연과 시가문학이 어우러진 고장으로서의 포지셔닝에 주안점을 두고 자리를 잡아 갔다. 그런 결과는 관광분야와 행정분야에서 정말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죽록원, 관방제림, 메타세퀘이아가로수길과 메타랜드, 국수거리 등으로 쏟아지는 방문객들은 여느 대형관광지도 부럽지 않은 고장이 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행정의 제분야는 담양을 더욱 아름답고 멋진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숙의하며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모든 지혜를 동원하여 각종의 사업들을 담양으로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담빛길이나 쓰담길이나 농촌활력사업이나 도시재생사업, 슬로우시티와 같은 사업들이 담양의 미래를 위해 펼쳐졌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에 지금의 시대에 우리는 문화도시 담양을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각종의 하드웨어 구축사업으로 종결되었다면 빈 공간이나 관리시설 같은 곳으로 전락할 것을 담양은 다른 도시와 달리 인재를 모셔올 줄 알았다. 담빛이, 해동이 그 증좌이기도 하다. 문화자본의 잉여지대로 보이는 광주지만 여전히 발언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을 담양으로 모셔와 함께 동시대의 예술을 이야기하는데 경계가 없는 곳으로 담양이 자리잡은데에는 이런 과정의 수고로움과 개방성과 환대성에 기인한 것이다. 

아르코공연연습장의 개관은 이제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담양의 문화력은 시각뿐만 아니라 공연예술의 창제작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거기에 문학계의 거목인 문순태 선생님과 고재종 선생님이 담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까지 더하면 장르예술이 꽃피우도록 행정과 담양문화재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를 토대로 문화도시센터는 문화향유와 창작을 넘어 문화자치의 힘까지 키워가도록 매진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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