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순국하기 전 1년의 이야기를 최근 ‘영웅’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었다. 2년 전에는 ‘장사리 잊혀진 영웅 들’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6·25전쟁에 참여한 학도병들의 숨겨진 위국헌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드러냈다.
영화의 주인공이 된 인물들은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이다. 이처럼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용기와 재능을 발휘했다면 당연히 국가의 영웅으로 존경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주 우울한 소식이 언론을 장악했다. 한 때 ‘아덴만의 영웅’ 이라 불리었던 청해부대 장병들이 집단으로 코로나에 감염되어 이 영웅들이 작전 중에 배를 버리고 철수하는 ‘패잔병’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영웅이라고 불렸던 그들이 패잔병이 되어버린 것은 장병들이 애국심이나 군인정신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임무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었다. 나라가 백신 확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끄러울 때도 아프리카 저 멀리 해역에서 300명 수군들은 나라를 대표하여 태극기를 걸고 망망대해 좁은 배안에서 해상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승조원이 하나 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으나 급하고 심각하게 보살피지 않았다. 결국 90%가 감염된 지옥 같은 배안에서 그들은 피가래를 토하며 나라가 우리를 버린 것 아니냐며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해군이 배를 버리고 퇴함한다는 것은 최고의 치욕이며 죽음과 같은 것이어서 그들은 해열제를 먹어가며 배를 버리지 않으려고 버텼지만 결국 나라는 그들을 공중급유기에 태워 귀국시켰다. 

해군 청해부대 장병들의 선박 감염 사고는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치욕스런 사고를 유발한 관련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낸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했지만 그들은 이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오히려 자화자찬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는 말이 그렇고 공중급유기를 이용한 수송 작전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라고 추켜세운 소리가 역겨울 뿐이다. 국방부까지도 이런 철수 작전을 ‘군사 외교력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할 정도로 이 나라 관료들은 정신이 나갔다.
안타깝게도 며칠 전 천안함 침몰로 남편을 잃었던 43살의 미망인이 16살 아들 하나를 남겨두고 암으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유튜브로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나서서 장례를 치렀고 무명의 시민들은 조의금을 보내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었지만 왠지 화가 난다.
정치인들은 뒤늦게야 조문을 하고 무척 큰 인심 쓰는 듯 생색을 냈다. 영웅의 죽음은 홀대하는 이 나라 정치가들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영웅이 홀대받는 나라에서는 다시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고 군인을 홀대한 나라는 역사적으로 망했다. 
그래서 적어도 정치하려는 사람들은 군대만이라도 제대로 다녀 온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많은 것이다. 그들이 닥친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이 지면을 통해 위로와 애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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