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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 【대숲소리】/살어리 살어리랏다 담양에 살어리랏다김홍식 칼럼위원(전 광주서부교육장, 굿네이버스 광주지역후원회장)

고려속요 <청산별곡>은 당시의 힘들고 어려운 세상사를 피해 자연에서 근심 걱정 내려놓고 마음 편히 살고 싶은 소망을 노래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극적이고 현실도피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비판하지만 상처받고 오갈 데 없는 사람의 처지에서 본다면 꼭 그렇게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 청산과 바다 옆에서 복잡한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것이 좀 더 적정할 것 같기도 하다. 설령 해석이 개인마다 조금 다르면 어떠한가. 어차피 작품은 이미 독자의 몫인 것을! <청산별곡>의 1연을 함께 읽어본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청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청산)애 살어리랏다 

  여기서 굳이 청산별곡의 작품평을 길게 할 생각은 없다. 청산에 살고 싶은 화자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부분이 반생태적인 삭막한 도시를 떠나 생명이 숨 쉬는 자연 속에서 한결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에 딱 어울리는 구절이어서 한번 떠올려 본 것이다. ‘청산’은 고유지명으로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에. 이를테면 ‘청산’ 대신 ‘담양’으로 대체하면 ‘살어리 살어리랏다 담양에 살어리랏다’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요즘 담양하면 자연풍광과 인문학적 자산은 물론 멋과 맛의 고장으로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이 표현이 원작의 의도 여하를 떠나 썩 잘 어울리지 아니한가.

  사실 요즘은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을 찾아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이나 바닷가 주변을 찾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자락이 편안하게 감싸는 어느 곳에 애써 터를 닦고 그곳에서 유년 시절의 추억을 캐내거나 멀리 떠나온 고향집을 상기하며 생태적 삶을 회복하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가꾸려는 노력이기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 고향 대나무골 담양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고장, 찾고 싶은 고장으로 단연 손꼽힌다. 담양에 정착하고 싶은데 마땅히 땅이나 집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을 종종 만난다. 이분들이 이렇게까지 담양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광주와 가까워서만은 아니다. 
  담양으로 가는 길을 종종 걸어본다. 대나무 가로수의 청청한 환영을 받으며 기분 좋은 동행을 한다. 동쪽의 만덕산과 남쪽의 무등산 원효계곡, 북쪽의 추월산과 병풍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넓은 평야를 살갑게 적시며 흐르고, 길을 따라 곳곳에서 과거와 현재의 위대한 인물들을 가슴 벅차게 만날 수 있다. 너무도 유명해서 일일이 다 열거할 필요도 없다.

  고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성 또한 대단하다. 사람도 그렇고 다 그렇지만 노력하며 가꾸지 않으면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은 진리다. 오래전에 관방제를 쌓고 거기에 심어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또한 그러하다. 비단 환경만이 아니다. 지역의 사람을 키우는 일 또한 그러하다. 지금 우리가 어떤 일에 주목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내게 주어진 것만 그대로 누리고 갈 수는 없는 법. 지난 천년을 기억하며 다가올 천년을 준비하는 노력은 현재를 살아가는 담양인들의 고귀한 책무이기도 하다. 

  담양을 찾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 왔는데도 전혀 낯설지 않고 고향처럼 친근하고 포근한 인상에다가 만나는 사람들 또한 높지 않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이웃하며 정겹게 살았던 것 같다고 한다. 이보다 더 좋은 평가가 있겠는가. 아, 내 고향 담양이 좋다. 고향이 아닌 사람 또한 담양이 좋단다. 이쯤 되면 너도나도 “살어리 살어리랏다. 담양에 살어리랏다. 풍요와 인정 넘치는 담양에 살어리랏다”를 간절한 소망처럼 노래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소리높이 울려 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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