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한 차선을 점령한 대형 트럭의 행렬을 보니 뉴스에 나온 요소수 구입을 위해 늘어선 트럭 행렬 그것이었다. 2년 전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행렬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요소수나 마스크나 지금 딱 필요한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당시 마스크 부족사태를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대혼란을 만들지 않아도 될 일을 크게 만들었다. 이번 요소수 부족사태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단 일이 터지고 나면 견디고 버티는 국민들의 근성이 있고 지시가 내려오면 그 일을 해결해 나가는 늘공(원래부터 공무원을 지칭함)들의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려운 시험의 관문을 뚫고 법령에 따라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능력과 축적된 경험을 믿는 편이다. 다만 그런 늘공을 지휘 감독하는 어공(선출되거나 지명된 정치적 공무원)들의 능력과 정치적 편향이 업무의 우선순위를 그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는 매년 미군과 연합 워 게임을 한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실전과 같은 전쟁 연습을 하는 것인데 현재는 이것마저도 축소해서 현재의 국방 대비태세는 현역군인 자신들까지도 걱정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어느 날 한창 연습이 진행되는 도중에 적이 총을 쏘고 포를 쏘지도 않았는데도 자꾸 아군의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체크하는 가운데 답답해서 옆의 미군 참모에게 물어보니 먹는 물을 점검해보라고 했다. 그렇다,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싸우라고 하고 있는 나는 전투경험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로 진짜 전쟁이었다면 큰일을 저지를 무능한 지휘관이었던 것이다.  
이후 참모들과 시간만 나면 점심을 먹을 때도 불쑥 예상치 못한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한마디씩을 주고받으면서 돌발상황에 대비한 능력을 키워 나갔다. 

 연습이라는 것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찾는데 매우 유용하다. 매년 한번 실시하는 국가차원의 을지 연습은 정례적으로 보직을 바꾸는 공무원들에게 자신들의 직무를 익히는데 매우 유용하다. 이것은 노란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연습이 아닌 나와 국가를 위한 연습이다. 그래서 노란색 복장을 하고 재난 현장에 나선 어공들은 내가 진짜로 이 옷을 입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해봐야 한다. 

 이번 요소수 부족 사태는 10월 초부터 KOTRA에서 정보를 주었고 대기업도 미리 감지했던 사항이었다. 중순에는 현지 대사관에서도 보고가 있었지만 막상 어공들은 요소수가 부족하다고 하니까 농민들이 쓰는 비료가 부족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하니 이것은 기본적으로 해당 부서의 업무분장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못했거나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었거나 연습과 토의가 부족한 팀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선거를 통한 리더의 선출은 그 사람의 전문능력보다는 사람을 이끌고 일을 시키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10월초에 국내외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놓치지 않고 요소수가 부족했을 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인지 질문만 던졌어도 늘공 조직은 무슨 수를 써서도 해결해 나갔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요소수 부족은 앞으로 나라의 모든 것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질문을 하라. 어떻게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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