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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지역밀착형 기사/귀농일기(44)귀농인 오영수님의 계단을 쌓듯 차근차근 귀농
오영수 귀농인

 이번에는 고향에서 영구 정착을 목표로 귀농했다.
객지에서 살 때 가슴 깊이 고향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일로 고향에 다녀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했고 여운도 오래 갔다.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각오 아닌 각오를 새기고 객지에서의 삶을 이어 갔다. 외롭고 허전하면 고향으로 달려가 위로를 받곤 했다. 그렇다고 고향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었다.
 
 고향에 정착하려고 처음 귀향한 건 삼십대 초반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대우자동차에서 6년간 근무하다 사직하고 귀향했다. 전남공고 기계과 출신인데다 대우자동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업사를 차렸다. 기계 제작을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없었다. 내일은 좀더 나아지겠지. 매일 희망을 꿈꾸며 힘겹게 버텼지만 희망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담양을 뒤로 하고 상경길에 올랐다.
상경 후 건설계통의 철을 다루는 일에 종사했다. H빔으로 계단을 만드는 분야에서 35년 간 일했다. 그동안 만든 계단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건물 규모에 따라 계단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큰 건물일수록 일하는 기간도 길고 계단도 많이 쌓아야 했다. 기억에 선명하게 남기에 유리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여의도에 자리한 세계금융센터, 제2롯데월드 등이 기억에 선명하다.
 
 서울살이를 하면서 일 못지않게 가까이 한 것이 있었다. 다름아닌 역학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역학을 접한 건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할 때였다. 그때 접한 역학에 반해 4~5년을 독학했다. 처음 귀향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자 공부도 만만치 않았지만 혼자 하려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배울 곳을 알아보다 양동의 아산철학원을 알게 되어 몇개월 배우다 상경하게 되었다. 상경해서도 공부는 계속했다.

  한국역학문화원에 등록해 기초 과정과 고급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역리사검정관리협회에서 처음으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 생활상담역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회 때에는 작명상담역리사 자격증을 땄다. 틈틈이 공부를 계속해 한문지도사 자격증까지 땄다. 경기대와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배운 후로는 두뇌개발지도사, 풍수지리지도사, 진로적성 상담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끊임없는 공부와 많은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그걸로 밥벌이 수단으로 삼지는 않았다. 내 밥벌이 수단은 역시나 계단 제작이었다.
 
 한때는 주택공사 전남지사에서 근무한 적도 있었다. 용접 담당이었는데 일거리가 없을 때가 종종 있었다. 일이 없으니 무료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걸 본 소장이 가만있지 않았다. 나는 일거리가 없어 답답한데 소장은 농댕이 부린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잦은 불화가 있었고 1년여 동안 불화가 이어져 결국 난 뛰쳐나오고 말았다. 식당일도 해 보았다. 형의 권유 때문이었다. 정신성 공황장애가 있어 경기도 광주에서 3년 째 거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형이 식당을 개업했다고 3개월만 도와달라고 했다. 3개월 쯤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아 흔쾌히 나섰는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무려 5년이나 형을 도와야 했다.


  철과 함께 산 세월이 35년이라 신물이 날 법도 한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지금도 틈틈이 철을 만진다. 서울살이를 하면서 철을 다룰 때와 귀농해서 철을 만지는 것은 차이가 있다. 고향에서 산다는 마음 때문인지 요즘은 마음이 편하다. 일에 쫓기는 느낌은 아예 들지 않는다. 일을 해도 여유가 넉넉하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계속 할 생각은 아니다. 내 꿈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체리다.
철은 딱딱하고 강한 이미지라면 체리는 부드럽고 말랑하고 달콤한 이미지다. 평생 철만을 다루었는데 정 반대의 작물을 계획하고 있으니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래서 나는 체리 공부 중이다. 역학에 심취해 오랫동안 공부하듯 체리도 그렇게 공부할 것이다. 체리도 자격증이 있다면 역학처럼 다양한 자격증을 딸 각오인데 자격증 제도가 없으니 열심히 공부할 뿐이다. 공부하다 보니 체리가 결코 만만한 작물이 아니다.
하지만 잘 기를 수 있게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계단을 쌓듯 차근차근. 체리를 준비하는 과정이 마치 계단을 쌓는 것처럼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차분히, 그리고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흑자색 체리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상상을 하니 준비 과정도 즐겁다. 역학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가슴에 불길이 이글이글 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강성오 전문기자

※ 오영수 님은 2019년 무정면 문학길로 귀농했다.(연락처 : 010-4021-0221)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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