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이(담양군문화도시추진단장)

2021년 예비문화도시를 위해 달렸던 과정들이 ‘너랑 나랑 엮어가는 연관문화도시- 아카이브전’으로 전시되고 있다. ‘바퀴달린 문화도시 담양’, ‘문화도시 人 작당소’ 등 12개 읍면을 다니면서 만났던 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예술가가 그려준 초상화를 들고 찍은 사진, 영상을 찍기 위해 디스코 춤을 추었던 가족들, 할머니를 따라서 처음 바구니를 만들어 본 손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흘려버릴 수 없는 명언들까지도 한줄 한줄 기록을 해놓았다. 
‘바퀴달린 문화도시 담양’도 다시 재현했다. 푸드트럭으로 12개 읍면을 다닐 수는 없지만 ‘초상화 그려주기’와 ‘내 인생 컷’에 대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두 개의 예술 매체가 지역민들에게, 혹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현재 나의 시간을 기록해주고 있다. ‘너랑 나랑 엮어가는 연관문화도시- 아카이브전’을 둘러보고 있으면 매우 중요한 큰 사건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힘들고 지칠 때 찾아가는 엄마의 품 같은 아늑함을 선사한다. 2021년이라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담양의 사람들, 마을을 들여다보고 마주침으로써 드러나는 이이야기이며 사소한 것들이다. 
지난 시간의 기록과 기억은 담양을 담아내는 역사가 된 것이다.

담양군이 2022년 4차 예비문화도시로 지정이 되어서 문화도시에 대해 탄력을 받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예비문화도시가 되었다는 것은 빛나는 관광과 역사가 아니라 소소한 삶의 행적들이 빛날 수 있도록 기록되어지고 기억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의 눈빛이 살아있어 좋았다는 전문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담양군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깊은 삶의 궤적까지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동안 문화원은 역사와 문화재를 중심으로, 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는 마을의 문화와 마을활동가 양성을 중심으로 자원을 축적하고 기록해왔다. 각각의 중간지원조직에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왔던 것이다. 이제는 서로 연계의 고리를 만들어 담양을 기억하는 ‘담양아카이브’를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각각의 조직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기록이 책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담양으로 집합, 배치되어야 한다. 
한 명의 노인이 사라지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 했다. 담양을 배워가는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매개가 필요하다.

문화학박물관을 만들었던 미술사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는 1924부터 1929년 사망할 때까지 ‘이미지 아틀라스 므네모시네(Der Bilderatlas Mnemosyne)’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고대의 바빌론 점토판, 아랍 천지창조 신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동전, 당대의 정치적 장면들, 타로카드, 요리책 커버, 우표, 책표지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가 포함된 흑백 이미지들을 검은 사각 판넬에 집합, 나열, 배치하였다. ‘므네모시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억의 여신으로서 바르부르크는 고대에서부터 북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의 생활상까지 모두 기억의 이미지로 담아내고자 했다. 이는 오래된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의 파편까지도 끌어올려 재현하고자 한 이미지의 아카이브였다고 볼 수 있다. 
한 시대의 미술사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우리 시대가 소홀히 하고 흘려버리는 작은 사건과 이미지들까지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함을 프로젝트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함이다.

‘너랑 나랑 엮어가는 연관문화도시- 아카이브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문화도시가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지역민들의 삶의 방식과 생활상들이 소멸되지 않고 기억되기 위해서, 이어지기 위해서, 마을회관이 마을아카이브관으로 전환되고, 경로당이 소소한 기억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억의 담양아카이브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므네모시네’처럼 담양 곳곳의 주름들과 삶을 마주하며 문화도시와 함께 [담양아카이브]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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