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을 살아왔는데 의식이 든 이후로 평생을 양쪽 진영이 투쟁하는 소리만 듣고 살았다. 
남과 북, 군부와 민간, 호남과 영남, DJ와 YS, 좌와 우, 보수와 진보, NL과 PD, 자본가와 노동자, 친이와 친박, 친문과 반문, 태극기부대와 댓글부대 등등에다 얼마 전엔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대변되는 공정과 불공정의 대결이 있었다. 
요새 대선 국면에선 여야싸움만 아니라 여여, 야야 갈등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패륜적이다. 그런데 이런 양 진영의 싸움은 죄다 정치적 야욕이 만들어낸 것이다. 목민심서에 의하면 정치의 요체는 백성들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들에겐 정치가 권력을 잡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쟁일 뿐이다.

  
 진영 체제의 창시자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라고 한다. 
그의 생각처럼 정말 세상은 공존할 수 없는 적대 진영으로 나뉘어 있으며, 정치는 진영 간의 전쟁일 뿐인가. 하기야 교수 중에 강의 땐 늘 중도 중용을 이야기하던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진영의 나팔수가 되고, 같은 진영 안에서도 소신 있는 발언을 하면 진영의 팬덤들이 나서서 무참하게 공격해 버린다. 양 진영이 정책을 가지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당연한 일이다.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일진대, 그런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경쟁을 통해서 민중의 삶의 개선과 국력의 신장을 도모하면 얼마나 좋으랴.
 한데 우리나라 정치 진영에선 왜 막말과 분풀이와 피해의식의 발로만 난무하는가. 
그토록 기회균등과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던 사람들도 자기 진영의 사람들의 문제에는 사생결단하고 투쟁에 임한다. 독재자들의 전술 교과서가 된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는 프로파간다의 요령을 간파한다. 상대를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대중 본능을 자극할 문구를 동원하고, 사태가 불리해지면 지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라고 한다. 
1950년대 미국 공화당 의원 조지프 매카시도 이런 방법을 썼다. 국무부에 침투한 공산주의자가 205명이나 있다는 명단을 갖고 있다며 크게 ‘뻥’을 치고, 정적을 향한 거침없는 인신공격을 특화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단순히 상원의원에 머물렀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판이 꼭 이 모양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했지만, ‘소란-능변’술만 날로 쌓아가는 우리나라의 정치는 『논어』에 나오는 ‘눌언민행(訥言敏行)이라는 말도 좀 배워야 한다. “말은 굼뜨게 행동은 재빠르게 하라.” 말만 앞세우고 실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을 조심하라는 가르침이다. 오늘날 진영의 정치인에게 딱 맞는 말 아닌가. 
“사람이 성숙한다는 것은 이질성에 대한 이해력 내지 포용력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규칙이 매우 다른 타인을 그 나름의 조건 속에서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움”(김찬호, 『눌변』)의 신사들이 우리 정치에는 왜 없을까. 신사는커녕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동과 사랑과 지혜로 올려놓은 국격이나 도덕 수준을 끊임없이 끌어내리는 천박하고 야비한 사람들이 되레 정치인이 아닌가.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 왔다./우리가 하느님과 비슷하거나/하느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우리의 머리를 흉내 내어/교회와 관청과 학교를 세웠다./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생선회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김광규 시인의 「도다리를 먹으며」라는 시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를 하느님 수준으로 올려놓고 인간들이 하는 짓은 온통 분리하고 차별하고 공격하고 죽이는 일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우리의 눈과 귀와 손발은 모두 좌우에 하나씩 붙어서 완전체를 이룬다. 그런데 이걸 원수인 양 철저하게 분리해놓고, 이제는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 삼아 술을 먹는다. 한데 회로 먹는 도다리는 원래 한쪽에만 눈이 붙어 있는 것이 생태의 모습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두 개의 눈을 갖고도 도다리처럼 한쪽 눈만 맹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눈은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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