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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 추월산 길라잡이(제22화)

담양뉴스는 『기획연재Ⅴ/소설』로 2020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월2회 연재중입니다.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 출신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나 억울하게 처형됐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 / 편집자 주.


                               6. 1592년 6월
(제22화)

민경이가 수리동산에 오른 것은 아랫집 한수 때문이었다. 한수는 외아들인데도 의분에 넘쳐 노모를 홀로 남겨두고 의병군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동 중에 어머니가 눈에 밟혀 고경명 장군에게 사정을 말했다. 장군은 어머니를 봉양하라고 한수를 돌려보냈다. 그 소식을 들은 후 민경이는 한 가닥 희망을 가졌다. 덕령이도 병든 노모가 있지 않은가. 장군이 돌려보낼 것만 같았다. 시어머니께 한수 이야기를 전하니 시어머니도 화색이 밝아졌다. 시어머니는 두 아들이 기병한다고 할 때, 당신은 걱정 말고, 가서 나라를 구하라고 흔쾌히 허락했지만 내심 자식들의 안위가 걸린 모양이었다. 부모의 마음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 민경이가 나갔다가 들어오면 두 아들의 소식부터 묻곤 했다.
 
 “오늘도 소식이 없더냐?”
병석에 누워계신 시어머니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머님, 그냥 누워 계셔요.”
민경이는 시어머니 옆에 무릎 꿇고 앉아 부채질을 해 드리며 말했다.
  “두 자식을 사지로 보냈는데, 누워 있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
시어머니가 다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많이 편찮으시잖아요? 두 아들을 덥석, 안아주시려면 건강부터 챙기셔야죠.”
 
민경이는 애써 일어나려는 시어머니를 다시 자리에 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위병으로 해쓱했는데, 두 자식의 기병 후로 눈이 오목하게 들어가고, 얼굴이 확연하게 검게 변했다. 몸도 집단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아가야, 오늘이 며칠 째냐?”
시어머니 목소리가 쇠약했다. 두 아들이 집을 떠날 당시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떠난 후로 부쩍 약해졌다.
  “열하루에 출발했고, 오늘이 스무이렛 날이니 열 엿새째입니다.”
  “한수는 진즉 왔다면서야?”
  “온지 열흘도 넘었습니다.”
  “둘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 건 아닐까나?”
  “말씀이라도 그리하지 마세요. 두 분 다 틀림없이 무사히 돌아오실 거예요.”
 
시어머니는 초점이 희미한 눈으로 민경이를 보았다. 민경이는 무사히 돌아올 거라는 말 외에 희망적인 말을 해드릴 수 없었다. 안타까웠다.
  “안 되겄다. 나랑 함꾼에 나가보자.”
  시어머니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날이 너무 더워요. 성한 사람도 버티기 힘든데, 그러다 큰일 나십니다.”
  “그늘에서 기다리면 되지 않겄냐?”
수리동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어 그늘은 충분했다. 하지만 병든 몸으로 오르기에 경사가 심했고, 거리도 상당했다. 그렇다고 그 이유를 댈 수 없었다. 환자라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늘도 무덥기는 매한가지에요. 야속하게도 오늘은 바람 한 점도 없네요. 바람이 조금이라도 부는 날 어머니를 뫼시고 가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언덕인데, 집보다 더 덥겠냐?”
  “흙벽이라 집이 더 시원해요. 광옥이가 부채질 안 해 드리던가요?”

민경이는 집을 나서기 전에 광옥이에게 잊지 않고 당부했다. 할머니가 더위에 고생하지 않도록 부채질을 자주 해드리라고. 민경이가 집에 붙어 있지 않으니, 광옥이가 얼마만큼 부채질을 해 드리는지 알 수 없었다. 돌아와서 물으면 많이 해드렸다고는 하는데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안 해 주긴 왜 안 해줘. 틈만 나면 해 주더라. 그 어린 것도 애비 걱정이 되는지, 요즘은 웃지도 않더라. 눈에 근심만 가득하고…….”
시어머니가 천정에 시선을 박고 근심이 짙게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어머니는 광옥이를 생각해 걱정을 함부로 토로하지 않은 듯했다. 걱정하는 마음마저 숨겨야 하는 시어머니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민경이는 시어머니 손을 살짝 쥐었다. 부드러운 살결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앙상한 뼈마디만 느껴질 뿐이었다.

  “어머님, 내일 능주 아저씨가 산에서 내려오면 시숙님께 한 번 다녀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잡숫고 그냥 누워계셔요.”
민경이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민경이는 그럴 마음으로 능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능주가 석청을 딴다고 산에 올라간 지 이틀이 지났다. 석청을 따던 못 따던 내일이면 내려올 것이다. 지금까지 능주가 삼 일 이상 산에서 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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