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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소월의 시(詩)가 떠오르는 지성인의 죽음박환수 칼럼위원

지난 2월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이어령이 저 세상으로 갔다.
8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아름다웠다고 고마웠다고 전해 달라’고 하였다. 그는 암과 투병하며 힘든 시간임에도 세상을 뜨기 전에 김지수 작가와 1년 여 기간 동안 16번의 인터뷰를 했고 작가는 이를 정리하여 책을 낸 것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면 삶이 무엇인지 안다. 진실의 반대는 망각이다. 덮어두고 잊었던 것에 진실이 있다. 은폐하려는 것은 거짓이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도 밑줄 긋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주옥같은 글들이 정리되어 있다.

얼마 전 배우 강수연이 세상을 떠났다.
뇌출혈이 원인이라지만 아마도 세상이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몸이 견디지 못하고 이 세상과 하직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아역배우로 출발하여 50년 넘은 연기생활을 오직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였고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우리나라 영화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탁월했다. 영화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부산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시들어가는 영화계를 부활시키려고 온 역량을 집중하고 애정을 쏟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 시절로 되돌리기 위해 열심히 행사를 준비하던 도중에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집행위원장 직을 내려놓게 되고 그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순수 예술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강수연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이다. 

같은 시기에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의 시로 기억되는 시인 김지하 씨가 세상을 떠났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되기도 하였고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기도 하여 좌파 저항시인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학생 운동권이 분신자살을 이용하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생명을 경시하는 투쟁 방식을 정면 비판하는 등 좌파 진영의 극단적 투쟁방식에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좌파에서는 그를 ‘변절자’와 ‘배신자’로 낙인찍기도 하였다.

안타까운 문화예술계의 거장 3명의 죽음을 바라보며 이 시대의 참다운 지성인 3명을 잃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식인은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知識)을 전부로 인식하고 편견과 외골수적이며 좌우를 분간치 못하는 맹목적인 특성을 갖는다. 반면 지성인은 지식을 활용하여 직면한 문제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최근 정치인들의 일탈행위와 그럼에도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을 바라보면 이 사회가 지성인이 아닌 지식인의 수준에 머물러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자기 자신이 가진 전문성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잘못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들에게 지성을 일깨워 주고 세상을 떠난 이 3명을 그래서 지성인이라 부르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소월의 시(詩) ‘진달래꽃’을 보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여기서 ‘고이’란 무엇인가. 겉모양이 보기에 산뜻하고 아름답다는 뜻도 있고, 정성을 다한다는 뜻, 그리고 편안하고 순탄하게라는 뜻도 있다. 안타까운 죽음에 김소월이 사랑하는 이와 이별해야 하는 슬픔을 고이라는 표현으로 보내 듯 그렇게 지성인 3분을 고이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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