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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11)/생태감각, 살아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힘임선이(담양군문화도시추진단장)

생태감각, 살아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힘

동네지식인을 자처하는 고영직 문화평론가님의 강의를 시작으로 담양문화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터무늬아카데미가 진행되고 있다. 

‘연관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담양의 비전이 지역민들에게는 피부로 와닿는 언어인가라는 질문을 툭 던진다. ‘연관’ 단어 앞에 수식어처럼 붙는 ‘너랑나랑 엮어가는~’에 대한 설명도 아직은 미지수로 남아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질문들이 채워지는 자리들이 4회까지 이어졌다. 담양의 지리적, 문화적, 사회적 태생에 대한 다양한 지혜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감각사회연구소의 김지나 소장은 ‘생태감각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2시간에 걸친 대화를 시도하였다. 

여기서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강의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라는 것이다. 주제를 따로 생각하지 않고 참여하는 이들이 모인 이유, 듣고자 하는 말, 나누고자 하는 언어를 서로에게 던졌다.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면, 살면서 나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그럴싸한 스토리 처럼 무대에 등장 시킨 적이 없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줄 마음과 시간을 내어준 경험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살피는 과정을 해봄으로써 다른 사고로의 전환을 경험했을 시간이다.  

참여자들의 대화에는 힘이 있었다.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예술을 지역에 싹틔우기 위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살아왔던 날들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그것 자체가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일, 생각에 행동을 더해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감정이 주변, 지역사회와의 관계 맺음이 제대로 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하는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즉, 감정은 나의 욕망이며,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하며, ‘나’라는 존재를 사회에 등장시키는 키워드와 같은 것이다. 문화도시에서 ‘나’를 등장시키는 것은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임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근육을 키우는 토대의 시작이다. 

‘나’의 존재를 사회에 등장시키는 것은 낯설음을 경험하고 관계방식을 함께 논하면서 관계망을 형성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서로의 감정과 감각을 건드려 갈등이 생겼을 때 해소해나가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다. 여기서 갈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원래 갈등은 칡의 「갈(葛)」과 등나무의 「등(藤)」이 합쳐서 된 말로, 칡덩굴과 등나무 덩굴처럼 뒤엉켜서 일이 풀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켜 쓰는 말이다. 서로 상반되는 견해, 상황, 이해 등에 차이가 생겨 충돌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갈등을 자꾸만 피해간다. 그러다 보니 갈등을 해소하는 법을 익혀본 적이 없다. 왜 칡덩굴과 등나무의 덩굴이 자꾸만 뒤엉키는지에 대해 뿌리부터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 엉켜있는 현상만을 바라본다. 

결국 현상은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자 이유이며 결과가 돼버린다. 이제 갈등의 현상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를 발생시킨 뿌리를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지역사회에 이슈를 자꾸 던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를 받아서 공개적으로 토론할 토대도 필요하다. 갈등이 유발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방식과 활동들에서 도출되는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생태 감각을 깨우는 것과 같다. 
에리히 프롬은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실감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활동적일 수 있는 자기 나름의 힘과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에리히 프롬이 이야기했던 시기와 현재의 시대적 배경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자기 나름의 힘이라는 것은 나의 존재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드러내는 것은 용기를 전제로 한다. 더군다나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 드러냄이란 상당히 큰 결단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드러냄’을 시도하는 결단과 용기이다.  

문화도시는 운영하는 이들의 도시가 아니다. 문화재단도 아니며, 문화도시추진단도 주체가 될 수 없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지역민, 버티고 살아왔던 어르신들의 도시이며,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의 터전이다. 또한 담양이 좋아 들어오는 이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세대와 세대, 선주민과 이주민, 참여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 간의 갈등을 묻어두지 않고 언제든지 깨워 싸워야 한다. 만나서 편견없이 상대방의 서사를 듣고 관계 형성과 방식을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 
내면의 것들이 표면화되도록 발산시키는 힘이 너랑 나랑 엮어가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변화와 발전의 과정이 될 수 있다. 도시가 변하고 삶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작용 가능하다. 담양이 추구하고자 하는 문화도시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것이 담양의 생태감각을 깨우는 일이다. 내면에서 분출되는 감정과 감각이 낯 설음에 기꺼이 도전하게끔 함으로써 사고의 전환, 변화를 이끄는 것, 편견을 깨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생태감각이 깨워지는 순간은 지역민 스스로의 힘이 드러나는 순간이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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