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3)
담양뉴스는 2022년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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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머니의 향수 일당귀꽃차

찜통 같은 더위에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대 같은 비가 내리고난 후 뜨거운 해가 떠오르며 하얗게 피어난 꽃, 일당귀. 

담양에서의 시댁 문화를 알아가고 있을 때였다. 여름철 밭일을 하고 돌아오신 시어머니의 가슴에 하얀꽃 하나가 꽂혀 있었다. 고정이 되어 있지는 않아서 움직이실 때마다 좋은 향기가 코끝에 닿았다. 그 꽃이 무어냐고 어머니께 여쭈었다. 대답하시길 노인냄새, 땀냄새 나지 말라고 밭 가장자리에 피어있는 꽃을 하나 꽂았다 하시면서 “냄새 좋지”라고 말씀하시곤 힘든 시간을 쉬고 계셨다. 그때부터였다. 일당귀꽃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고, 매년 돌아오는 그 시기와 일당귀꽃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0년대 초반, 장성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도 문의가 들어왔다. 당시 장성에는 일당귀 재배농가가 큰 규모로 형성되어 있었고 이에 꽃대를 비롯한 일당귀 작물의 자원 활용화 교육을 맡게된 것이었다. 그간 공부하고 경험하며 분석한 내용을 기반으로 일당귀를 소재로 한 활용법에 대해 소개하고 부위별 채취부터 가공까지의 기술을 지도했다. 해당 교육은 꽃뿐만 아니라 잎, 줄기, 뿌리까지 전초의 자원 활용 방법에 대한 가능성을 열 수 있었던 교육이었다. 다만 일당귀라는 작물의 ‘꽃’까지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더불어 ‘관상용’에서 벗어나 ‘수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자원’으로 활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독특하고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기억한다. 이후 일당귀를 꽃차로 제조하면서 생겨나는 부산물인 줄기, 잎 등의 자투리 자원을 활용하여 향낭교육도 하게 되었다. 일당귀꽃 향낭은 지금처럼 습도가 많을 때에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향은 마을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게 교육이 끝나고, 어머니의 품에 있던 소박한 향으로 느낀 일당귀의 매력은 더 이상 시골 새댁의 개인적인 경험이 아닌 것이 되었다. 나한테 좋은 게 다른 사람에게도 좋다는 건 참으로 벅찬 일이지 하며 다시 돌아와 내 주변에도 알리고 나눠야지라는 마음으로 월산면 도동마을에 마을 경관사업을 추진했다. 일당귀 모종을 구하여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마을 입구에 일당귀를 심었다. 일이 끝났을 때쯤 나가보니 모종은 약나무라 하면서 어르신들의 주머니에 비닐봉지에 한웅큼씩이 들어가 있었고 한쪽 구석에만 보일 듯 말 듯 일당귀가 심어져 있었다. 그저 웃었다. 어르신들의 행복이라면 건강을 위해서라면 집마당이면 어떻고 마을 입구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접은 적이 있다. 

일당귀는 일본에서 들어왔다 하여 일당귀 또는 왜당귀로 불리며 따뜻한 남쪽 환경이 재배에 적합하다. 당귀인 참당귀는 북쪽 환경이 재배에 적합하여 충청도 이북,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며 제천, 봉화, 정선 원주 등에서 대단위로 재배되고 있다. 하얗게 피어나는 일당귀는 꽃대가 나오면 뿌리 쪽에 단단한 심지가 박히는 현상이 일어나서 뿌리를 약재로 사용할 수 없다. 보랏빛의 당귀도 꽃대가 나오면 뿌리의 생육이 활발하지 못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꽃대를 제거해준다. 따라서 식물의 사용부위에 따라서 꽃은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지만 활용할 지식과 경험만 가지고 있다면 귀한 사용 부위라고 할 수 있다. 

일당귀꽃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 작은 꽃을 분리하여 이물질을 제거하고 수증기에 30초씩 3회 찌고 식히기를 반복한다. 찐 후에는 얇게 펴서 그늘에서 건조하는데 보통 10일 정도 소요된다. 장마철로 습기가 많을 때라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가정에 식품건조기가 있어서 편하다. 식품건조기에 45℃로 온도를 설정하고 24시간 건조를 하면 완성된다. 

일당귀와 당귀는 보혈제로 주로 사용되어 여름철에 마시는 좋은 꽃차이다. 중국에서는 여름철 비가 오는 날 손님을 집에 초대하면 집안의 향기를 일당귀로 채우고 더불어 일당귀꽃을 띄워 차를 대접하였다고 한다. 일당귀꽃차를 마실 때는 300ml 다관에 일당귀꽃차 0.5g을 넣고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내어 마신다. 유리다관이라면 다관 안에서 하얗게 피어나는 모습을 감상하며 향에 취할 수 있는 품격 있는 꽃이다.

장맛비에 습도가 가득한 날이다. 창문 너머 뒤뜰에 하얗게 피어있는 일당귀꽃, 잠시 낙숫물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일당귀꽃차 한 잔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년 돌아오는 한 여름의 향기라는 추억 조각을 남기시고 하늘의 별이 되신 시어머니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여여한 시간을 보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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