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월 발효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가입에 이어 CPTPP와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의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58개국과 18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음에도 농업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거대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려 하는 것은 우리 농업, 농촌을 완전히 피폐화시킬 수 있는 것이어서 농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게다가 2019년에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여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작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인해 얻는 득과 실은 무엇이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에는 어떻게 피해를 보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사실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향후 있을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농업에 대한 각종 보조금 지원이 제한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의 지위가 포기되면 전체 농산물의 4%만이 민감품목으로 지정이 가능하고 그 외에는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쌀의 경우 관세철폐와 함께 수입쌀이 대거 밀려와 경쟁력을 완전 상실하여 우리 농업이 폭망할 수 있는 실정이다. 참깨의 경우도 630%의 관세가 부과되어 겨우 유지되고 있는데 관세가 철폐되면 참깨 농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농업에는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데도 아무리 국익이 우선이라고 하더라도 피해를 당하는 농민들을 위해 최소한의 대안은 마련해 줘야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법인데 정부가 바라보는 농민들은 국민의 한 사람인지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떻든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위한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초대형 농업수출국이 속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면 농업 분야 피해가 매년 최대 4,400억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우리 농업에서 전남의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전국 17%의 작물생산과 14%의 가축사육을 책임지고 있어 피해가 더 극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거대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변할 것만이 아니라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농민들을 위한 대책을 충분히 세우고 전남도와 담양군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직시하고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거대자유무역협정으로 더 많은 피해를 보게 될 작목은 무엇인지? 보호받을 수 있는 작물은 뭔지? 작목전환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다양한 분석과 이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이개호 국회의원이 이전에 대표발의 한 ‘FTA무역이득 공유제’의 제대로 된 법제화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을 위한 기금이 마련되고 사용될 수 있도록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더욱이 거대자유무역협정 당사국들이 세계적인 대형 농수산물 수출국이라는 점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더욱 암담하게 하는 것이기에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은 물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치솟는 곡물가 등을 고려해 볼 때 식량안보적 차원에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독일정부처럼 “농업, 우리는 살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며 농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을 펼치진 못할지라도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해줘야 한다. 그러한 기본이 준비되지 않는 거대자유무역협정의 체결 준비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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