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거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일상화되는 요즘이다. 
구름이 새파란 하늘을 어지럽히는 것조차 멋스럽게 보이는 가을의 초입에 잠시 생각도 멈춰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조금은 한적해서 사람이 와글와글했으면 하는 다미담예술구의 한 공간에 앉아서 문 밖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팔짱을 끼고 여유를 부리면 걸어가는 연인, 혹은 젊은 친구들을 보게 된다. 문 안에서 바라보는 이는 그들이 궁금해진다. 
이 시간에 이곳을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보고 싶어서 이 거리까지 와서 두리번 거리는 걸까, 아니면 죽녹원이나 국수거리를 거쳐서 천천히 걷다보니 이곳까지 와닿은 것일까 하며 이 거리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 본다.  

여행자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이들이 담양을 찾는다. 
제일의 명소는 단연 죽녹원을 꼽을 것이다. 인공림으로는 호남 최고를 자랑하는 죽녹원은 다양한 대나무종을 만나고 숲의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요즘은 미니 시가문화촌까지 더해져 관광명소로서 주가를 한층 더 올리고 있다. 
관방제림은 넉넉한 품으로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편안함을 선사하고, 메타프로방스는 가족들이 휴식과 여흥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3대 관광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담빛예술창고, 해동문화예술촌은 여행객들에게 담양의 예술을 만나게 해주는 문화거점공간이 된다. 
이곳까지 거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잠시 망설여진다. 
온라인상에서 정의되는 ‘편안한 복장으로 오후의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분위기 좋은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먹는 커피가 진짜커피’라는 커피를 담양의 커피숍에서 마시고 나면 담양을 느낄 수 있는 정취는 멈춤이다. 멈춤 후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어쩌면 그 다음으로 다미담예술구를 꼽을 수 있겠다.

담양오일장과 국수거리가 맞닿아 있고 조금만 걸으면 읍내로 진입할 수 있는 곳, 내년이면 현대화된 오일장 쇼핑몰을 볼 수 있는 거리가 다미담 예술구이다. 도시재생으로 리모델링되거나 일부 건축된 공간과 지금도 생업을 이어가는 상인분들의 가게가 어우러져 조성되어 있다. 
한창 번창했던 때와 쇠퇴해가는 시절을 모두 지켜보셨다는 덕흥상회 할머니는 ‘죽물시장, 닭전머리, 우시장 등이 여기저기 있었고, 그때는 대나무로 울타리를 쳤었어!’라는 얘기를 들려주시며 여전히 이 거리를 지키고 계신다. 다미담예술구가 조성된 초기에 들어온 핫도그 가게 사장님은 요즘은 장사가 조금(?) 된다는 언질을 던진다. 
주민들은 생업을 이어가고 과거를 이어가는 시간들을 다미담예술구에서 채워가고 있다. 
다미담 갤러리&카페에서는 지역민의 이야기를 듣는 야그쌀롱이 5회에 걸쳐 이뤄졌다. 
이제 며칠 후면 저녁 시간이 조금 시끄러워질 것이다. 
예술가들이 모여 전시를 하고, 담양에서 농사짓는 젊은 농부들이 농산물을 들고나와 판매를 하며, 대나무로 엮어낸 죽공예품은 전시와 판매를 통해 담양의 대나무와 예술을 알린다. 또한 주변 상인들은 작은 먹거리를 통해 오가는 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전시 갤러리가 두 동이 있으나 간헐적 전시 외에 활용되어진 시간이 꽤 흐른 듯한 다미담 예술구의 문화가 시작되려고 하는 것이다. 간혹 회의나 토론회가 진행될 때만 미닫이 문이 열리고 그 외는 열쇠로 잠궈졌던 거리의 문들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그 공간에 채워지는 콘텐츠는 지역민의 소소한 이야기이며, 예술의 전시 활동이며, 담양농산물의 생산일지이다. 
작은 사건들이 생겨나고 있다. 작은 사건들은 담양을 형성하는 점들이다. 

이는 다미담 예술구를 활성화하자는 이야기를 넘어서는 것이다.
다미담예술의 특정한 거리에 문화를 집중하자는 것이 아닌 사람과 시간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함이 묻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민의 활력이 먼저인 공간의 문화, 담양의 문화가 형성되어 지역민과 관광객을 만나는 열린 공간, 예술이 지역민을 만나는 시간, 농업이 예술과 문화로 접목되는 연결의 지점들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멈춰져 있던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곱씹어 이야기되는 사건이여야 한다. 그것이 틈새를 찾아 연결하는 문화적 행동이자 이야기이다.

70년 넘게 터를 잡고 살아오신 덕흥상회 할머니의 스토리가 야그쌀롱에서 펼쳐지는 날에 젊은 여행객이 다미담예술구의 야그쌀롱을 찾아와 담양에서의 시간을 자신 삶의 흔적으로 담아가길 기대한다. 
이것이 연관되는 문화도시의 설레는 미래 모습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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