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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6)

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16)
담양뉴스는 2022년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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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학자의 나무 회화나무꽃차(괴화차)

화나무꽃이 떨어진다. 7월부터 시작된 하얀 비는 8월까지 이어진다. 담양 오일장을 가는 길목에 회화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바닥에 수놓은 꽃들, 저만치 걸어오시던 아주머니들은 건너편으로 발걸음을 옮기신다. 회화나무꽃 떨어져 카페트처럼 깔려있는 그 길을 밟고 싶지 않으셔서일까. 아무도 밟지 않은 모습에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겹쳐 보인다.

회화나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일화자본초(日華子本草)』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화한 회화나무꽃은 괴화(槐花), 꽃봉오리는 괴미(槐米)로 불리며 보통 건조한 것을 함께 사용한다. 꽃과 꽃봉오리 외에도 열매, 어린가지, 잎, 나무껍질 또는 뿌리껍질, 수지, 뿌리도 모두 약으로 사용되었던 기록이 있으며 각각 괴엽, 괴백피, 괴교, 괴근 등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회화나무꽃은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및 알칼로이드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혈압강하, 항염, 항바이러스,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이다. 나무의 형태가 매우 아름답고, 꽃은 향기가 있어 가로수나 밀원식물로도 사용된다. 

회화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대표적인 학자수(學者樹) 또는 정승나무라고도 한다. 학자들이 공부를 할 때 나무의 파장이 잠을 깨운다하여 귀한 나무로 여겨져왔다. 우리나라에서는 88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로수 식재를 고민하던 중 선비의 나라의 이미지와 부합된 회화나무를 선택하기도 했다. 오늘날 테헤란로와 올림픽대로를 보면 아름다운 자태의 회화나무가 즐비하게 꽃을 피운다. 이외에도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겸비한 회화나무는 전국 여러 곳에 위치해있다. 그중의 한곳이 서울 창덕궁에 있는 회화나무이다. 천연기념물 472호로 지정된 수명이 300~400년 된 회화나무 8그루가 있다. 서산시 해미읍성에도 300여 년 간의 역사를 간직한 서산시의 기념물 ‘호야나무’가 있다.

2015~2016년에 걸쳐 <서울 600년, 나무의 기억으로 묻다>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조선왕조 500년과 근대사 100년을 회고하여 기록하는 것을 나무의 시간으로 물어보는 흥미로운 제작기획으로, 나무자체의 시간을 더듬어 보는 관점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나무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다루었다. 이 가운데 회화나무꽃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음청류에 대한 제작 참여를 제안 받았다. 예로부터 귀하게 여겨져 온 회화나무꽃 그 자체에 대해 면밀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음청류로 분류되는 꽃차 이외에 꽃밥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기획을 하게 되었다.

우선 그 귀한 꽃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당시 담양군 용면에는 면사무소에서 용현리 가는 길에 밀원식물 차원에서 가로수로 식재되어있던 회화나무가 있었다. 귀한 회화나무가 담양의 한적한 곳에 있다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용면 면사무소에 협조요청을 한 후 회화나무 일부를 채취하여 꽃차와 꽃밥 만드는 과정 기록을 시작했다.

첫 번째 회화나무꽃차. 채취한 꽃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개화 정도에 따라 꽃을 분류한다. 뜨거운 팬에 생화를 넣고 덖고 비비고 식히기를 9번, 열기로 인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이 되면 향기롭고 노란 빛깔의 꽃차가 완성된다. 300ml 다관에 0.5g의 꽃차를 넣고 100℃의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리면 살짝 초록빛이 도는 노랗고 맑은 찻물이 나온다. 녹차와 감잎, 뽕잎을 섞어놓은 듯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맛도 흥미롭고 깊다.

두 번째, 꽃차를 발효하는 과정도 기록에 남겼다. 회화나무꽃으로 발효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햇빛과 면보, 그리고 꽃이 필요하다. 꽃을 면보에 싸서 햇빛을 받게 둔다. 두 시간 쯤 지나면 그늘로 가지고 와서 열을 식힌다. 이 과정을 일주일 동안 반복하면 암갈색의 꽃차가 완성된다. 차를 한잔 우려서 입안으로 한 모금 넘기면 회화나무꽃의 풍부한 향과 맛에 마치 정승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니 과연 수양(修養)에 가장 어울리는 차다.

세 번째, 회화나무꽃밥. 쌀을 여러 번 씻은 후에 그 위에 꽃을 넣어 솥밥을 짓는다. 잡곡밥보다는 흰쌀밥으로 밥을 지었을 때 더욱 맛이 좋다. 완성된 꽃밥은 백미가 살짝 노란빛을 띄게 된다. 단정하고 맑은 그 맛과 모습이 인상적이다. 학자들의 건강을 위한 식탁 위의 꽃으로서, 이보다 잘 어울리는 꽃이 있을까.

회화나무꽃차와 꽃밥은 주로 약용으로 쓰였던 회화나무꽃의 쓰임을 당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현대적으로 새롭게 각색하여 탄생한 것이지만, 과거 기록을 통해 꽃을 활용한 사례를 보면 꽃을 바라보았던 선인들의 지혜를 통해 상당한 귀감을 얻는다. 더불어 꽃을 바라보았던 당대 사람들의 인식, 일상의 모습, 문화의 일면을 엿볼 때면, 흐르는 시간과 공간의 모습만 달라졌을 뿐 꽃과 사람이 나눈 대화는 늘 아름답고 향기로웠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올해는 유난히도 흐드러지게 핀 회화나무꽃을 보기 위해 읍에 나갈 때마다 담양군 만성교 부근을 지난다. 어느 날은 떨어진 꽃을 곱게 쓸어 담는가 하면 어느 날은 꽃이 떨어진 자리가 아름다워 밟지 못하고 비켜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비가 오는 날이나 비가 그친 다음 날이면 오가는 발걸음 자국을 모두 덮을 만큼 꽃이 바닥을 수놓는다. 다 져버린 모습은 비가 몇 번 더 내리고 바람이 불면 사라져버리겠지만, 다음해에 다시 꽃이 필 때까지 아름다운 그리움이 되어 마음속에 남을 것임을 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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