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의 피로인
양진영 작가담양뉴스는 2019년 창간4주년 기념 『기획연재Ⅲ/소설』로 ‘2019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자인 양진영 작가의 걸작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을 연재중입니다.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제7회 송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조선왕조 정유재란때 일본으로 끌려간 소쇄원의 주인 양산보의 후손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사료를 바탕으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양진영 작가의 장편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월2회 가량 지면을 통해 연재중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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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귀환의 노래

그러고 나서 이틀 후 몽인은 사람을 보내 인근20리 내에 사는 왜인을 두루두루 초청했다. 큰 잔치를 연다고 알렸는데 명목은 올해는 가마터를 좀 일찍 마감해 남은 도자기를 값싸게 처분한다는 것이었다.

겨울에는 목재가 부족해서 가마에 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겨울 기간에 쉬는데10월 전에 남은 그릇을 처분한다고 알렸다. 몽인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이도와키는 한 개의 값이 집 한 채와 맞먹는, 귀한 것도 있었다. 오사카의 부자나 소유하지 오즈 같은 시골에 사는 왜인이야 구경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잔칫날이 되자2백 명도 넘는 왜인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말을 타고 온 사람도70인이 넘어서 가마터 일대가 때아닌 말 울음 소리로 들썩였다.

정한 마음으로 원수가 있거든 내리 정을 주고 잘 도와주세.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굽어 보살펴 잘 도와주세.
저 바다를 건너다 지치면 힘을 내고 용기를 얻세.

한쪽에서 무녀가 오구굿에 한창이었다. 내년에도 그릇을 풍성하게 구워 사기마을이 번창하게 해달라는 기원이었다. 굿의 마지막에는 혼을 부르는 나비춤을 춘다. 마지(밥), 삼색나물, 백설기가 가득 차려진 제사상 주위를 무녀가 빙빙 돈다.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 그대로를 본떠서 사뿐사뿐 땅을 박찬다. 나비는 다시 소생한 생명인즉 죽음을 이긴 영혼이다. 그들의 애벌레는 죽어 번데기가 되어 고치에 묻힌다. 그러다 다시 깨어나 형형색색의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난다.

무녀는 광주리에 담긴 종이 나비를 한 움큼 집어 사람들의 머리 위로 뿌렸다. 저승에 가서 나비처럼 다시 살아나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불교 신자가 많은 왜인은 돼지고기, 소고기를 꺼렸다. 대신에 잔칫날에는 개고기를 먹었다. 조선인은 집집마다 큼지막한 누렁이를 키워서 큰 놀이가 열릴 때면 고깃감으로 내 놓았다. 소 여물을 끊이는 솥단지에 서너 마리를 넣고 푹 삶았다. 

“이것은 술이 아니여, 저녁 밥이여. 오늘처럼 출출할 때 요놈을 마시는 맛은 첫날 밤보다 더 짜릿하다오.”
산척패는 바가지에 왜인이 좋아하는 도소주를 가득 붓고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잔을 권했다. 흥을 돋우려 아낙들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오동추에 달은 밝고
임 생각이 절로호 나네 에헤헤.
청사초롱에 불 밝혀 들고
임의 방으로 놀러호 가세 에헤헤.

연회에 취한 왜인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연신 술을 들이켰다. 5 리 밖에서 가마를 감시하던 야스하루의 군사도 잔칫날 분위기가 궁금해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졸개가 다가오면 아낙이 다가가 술과 고기를 권했다. 무사 대장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몽인은 얼른 일어나 상좌를 권했다. 명절 때면 선물도 보내서 알고 지내던 무사였다.

산척패가 잡아 온 꿩고기와 술을 권하자 못 이기는 척 받아 먹었다. 조선인들이 모처럼 한 턱 낸다는데 구태여 훼방을 놀 필요는 없겠다 싶었는지 감시병들은 칼과 창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도소주를 마셨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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