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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 추월산 길라잡이(제30화)

담양뉴스는 『기획연재Ⅴ/소설』로 2020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월2회 연재중입니다.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 출신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나 억울하게 처형됐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 / 편집자 주.

                               

7. 1593년 8월 (제30화)

 민경이는 무등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까무룩 잠에 빠진 세상을 지켜주려는 것처럼 무등산은 위용을 뽐내며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귀를 쫑긋 세웠다. 벌겋게 단 쇠붙이를 모루에 올려놓고, 땅, 땅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오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안심이었다. 깊이 잠들었을 테니까. 눈이라도 좀 붙인다면 무기를 만들 때 부상당할 가능성이 낮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무등산이 든든하게 덕령이를 지켜주기 바랐다. 가슴에 두 손을 합장하고 무등산 신령님께 빌었다. 신령님. 나리께서 편히 잠들 수 있게 잘 지켜 주시어요. 간절히 비옵나이다.

 민경이는 공손히 빌고 나서 여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막에서 허리라도 쭉 펴고 있을까. 너무 노곤해서 뒤척이는 건 아닐까. 내가 이렇게 보고파하는데, 알고나 있을까. 아니다, 나보다 더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움에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고 있을 듯했다. 너무나 보고 싶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달려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당에 나와 이렇게 기다리는 게 아닌가. 잠시라도 다녀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아닌가.
  
 하지만 덕령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묘살이 중에 여자를 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아내라도 말이다. 고기도 입에 대지 않고 죽으로만 연명하고 있는데 언감생심 아내를 품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잘 알면서도 덕령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 덕령이가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여막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마당에서 여막은 보이지도 않았다. 여막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어머, 내가 비쳤나 봐. 스스로를 타박하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어느덧 보름달이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8. 1593년 12월

 덕령이는 담양 부사와 장성 현감에게 약조한 대로, 초장을 마치고 출정을 서둘렀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었다. 덕령이에 대한 소문과 충정 어린 애국심으로 의병들이 장군의 깃발 아래 벌 떼처럼 모였다. 족히 오천은 넘어 보였다. 의병의 세력이 급속도로 커지자 담양 부사 이경린과 장성 현감 이귀의 추천으로 형조좌랑의 직함과 함께 충용장이란 군호를 하사받았다. 민경이는 설이라도 쇠고 가라고, 통사정 했다. 하지만 지금 설이 대수냐고 했다. 조상님께 차례는 올리고 가는 게 도리지 않겠냐고 하자, 또 광옥이랑 덕호 아우와 함께 정성껏 올리라고 했다. 덕령이는 민경이의 간절한 만류를 외면하고 의병을 이끌고 남원으로 향했다. 
  
 민경이는 8살 광옥이의 손을 잡고, 장군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 않고 지켜보았다. 민경이는 의연했지만 광옥이의 눈시울은 붉게 충혈되었다. 덕룡이가 떠나자 민경이는 장군의 안위에 목을 매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들려오는 소식이 죄다 부음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근동에서 통곡이 울려 퍼졌다. 민경이는 마치 덕룡이가 전사한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렇다고 덕룡이 소식을 제때 받아보지도 못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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