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28)
담양뉴스는 2022년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국내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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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추억을 불러오는 향의 산물 발효목련꽃차

혹독한 추위와 기록적인 적설량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3월의 따뜻한 햇살 받으며 봉긋이 털을 세우고 희끗희끗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겨울은 봄을 맞이하기 위해 목련꽃을 선물하면서 사라진다. 간간히 서릿길을 통해 겨울의 흔적을 남기면서 말이다. 마침내 목련꽃이 피어날 때, 아련함을 감싸 안은 향기는 지나간 추억을 불러온다. 

30년 전 담양에 처음 발을 내딛어 정착할 때, 장성 백양사의 목련꽃을 만났다. 하얗게 부서지는 등불과도 같았던 목련꽃, 그날 이후로 목련의 우아함과 섬세함에 풍덩 빠져버렸다. 그렇게 인연이 된 목련꽃으로 꽃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헌을 토대로 설탕과 꿀에 재워 마셨다. 달콤한 맛 위에 오는 은은한 향이 좋았었던 기억이 난다.

2000년도부터 거래처가 늘어나고 꽃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목련꽃차 ‘발효’를 시도해보았고, 2003년도부터는 목련꽃의 발효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생발효’로 시작했다. 생발효 목련은 하얀 꽃잎이 황금색으로 바뀌어 또 다른 아름다움을 품은 듯했고 시간이 주는 향은 깊고 그윽했다. 2006년도부터는 가정에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온도발효’ 방법을 고안해냈다.

간단했다. 식혜를 만들 때 밥통에 보온으로 하고 6시간을 두어 삭히는 것처럼, 목련꽃 발효도 유사한 방법으로 제조를 시도했다. 이처럼 생발효·온도발효를 거쳐 탄생한 발효목련꽃차는 2011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차문화전시회’ 때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온도발효를 위해서는 먼저 목련꽃을 채취해서 감싸고 있는 비늘과 털옷을 손질하여 하얀 꽃봉오리만 준비한다. 생화일 때는 꽃 자체에 수분이 많기 때문에 마른 면보를 사용한다. 채취한 꽃을 24시간 동안 실온에서 수분을 날리는데 꽃잎의 탄력이 떨어질 때 마른 면보를 사용하여 목련꽃을 감싼 후 밥통에 넣는다.

이때 많은 양을 한 번에 면보에 싸는 것보다는 두세 개 층을 두어 나누어서 넣는 것이 좋다. 밥통에 넣고 두 시간이 지나면 뚜껑을 열어 전체 목련꽃을 고루 섞어준 다음 다시 층층이 새 면보에 싸서 밥통에서 2시간 두기를 반복한다. 한 번에 6시간을 두지 않는 이유는 열전도가 바로 이루어지는 가장자리와 밑면, 즉 용기에 닿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온·습도 차이로 발효가 균일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2시간에 한 번 씩 젖은 면보는 새면보로 바꾸고, 전체를 고르게 섞은 목련꽃을 싸서 밥통에 넣는 것이다. 

이렇게 두 번의 바꿈과 섞음을 통하여 6시간이 되면 꺼내어 채반에 얇게 펴서 건조한다. 수분의 양에 따라서 짙고 옅은 초콜릿색으로 목련꽃차가 새롭게 재탄생된다. 건조가 된 목련꽃은 덖지 않고 한지에 싸서 항아리나 햇빛이 들지 않는 바구니에 보관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더 향이 깊어지고 부드럽게 변한다. 이처럼 혹시 목련꽃차를 만들다가 색이 갈변을 하여 마음이 상할 때는, 목련꽃이 이미 건조된 상태이므로 젖은 면보를 사용하여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이외에는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하여 발효목련꽃차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외에 발효목련꽃차의 종류에는 제조 방법이 표준화된 긴압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목련둥치차’와 ‘목련포차’가 있다. 기존 목련꽃차의 유통과 보존 방법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결과 ‘숙발효’를 통해 발효목련둥치차와 목련포차가 완성되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발효차로 보이차를 말한다면 한국꽃차의 발효차의 대표적인 예는 단연 목련둥치차이다.

목련둥치차는 목련꽃을 수증기에 찐 후 꽃송이 12~13송이를 한 묶음으로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며, 건조된 상태로 중량은 10g±1g이다. 하나로 묶여있기 때문에 향이 가두어져 풍미가 깊고 부드러우며 단맛과 매운맛의 조화가 감미롭다. 목련포차는 수증기에 찐 목련꽃을 목련의 어린잎에 감싸 만든 차를 의미하며, 목련 특유의 꽃과 잎의 향이 조화롭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발효목련꽃차는 한국꽃차가 단순히 색과 모습만 보는 차가 아닌 시간을 불러들여 향을 피우는 산물이라는 점을 알게해준다. 발효목련꽃차의 연구·개발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며 목련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나누며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발효목련꽃차 한 잔이 정담을 나누는 자리에 향기로 피어난다면 그 이상 아름다움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보물처럼 가지고 있는 작은 단지 하나를 열었다. 피어오르는 향이 뚜껑을 연 이의 마음을 단지 안으로 잡아당긴다. 잠시, 잊어버리는 시간. 발효목련꽃차 한 잔을 우려 봄바람 부는 목련나무아래로 나가보련다. 나무의 기억으로 나를 보는 꽃봉오리를 바라보며.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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