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문학평론을 하는 친구와 자주 얘기를 나누며 질문을 던지다 문득 “사투리”리고 하는 말이 지역을 폄훼하고 지역민을 멸시하거나 비아냥거릴 때 사용하는 것이니 대체할 만한 용어가 있냐고 물었다.

그이의 입에서 단번에 나온 말은 “제땅말”이었다. 무릎을 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단어였다. 저만큼 그 지역 고유의 언어를 표현해내며 자존감을 지켜내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싶어졌다. 

서울의 제땅말, 제주의 제땅말, 담양의 제땅말 같은 것에는 어떤 분리심도 작동할 필요가 없다. 거기 손발을 땅에 기대고 사는 이들의 말이니 이보다 명확한 말이 어디 있겠냐 싶은 것이다. 서울의 중류층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말이라고 하니 그럼 서울의 중류층은 사회학이나 통계학적으로 이를 분류할 수 있는가? 소득이 다르고, 주거지가 다르고, 출신지가 다르고, 삶의 양상 자체가 각기 다른데 어디 표준말이라는 것으로 한 번에 퉁쳐 버린다는 것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표준말 따라하기를 시발로 해 서울 따라잡기에 열을 올렸다. 

예컨대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공모사업이나 보조금 사업 등의 양상이 예전에는 강남 같은 선진지(이 말을 사용하는 순간 나는 후진지가 된다) 따라가기나 홍대 앞이나 을지로 같은 곳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과 이를 선정하는 심사위원 태반이 서울 거주의 전문가로 통칭되는 교수거나 연구원이거나 박사거나 컨설팅사의 대표라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들에게는 사업의 목적을 관철하는 잣대가 엄중하게 자리잡은 데다 이 사업에 공모하는 지역이 지닌 보편적 가치나 특수성 자체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각각의 전공 관점에 따른 명확한 분야가 존재함으로서 이미 표준적이지 않게 설계가 되어 있다. 몇 해 전 하도 답답해서 이런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지역에 대한 상식수준을 넘어서는 지식체계를 갖추도록 아예 심사위원 자격을 심의하자는 정책을 제안한 적도 있었다. 

다시 돌아보면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가 표준에 사로잡힌 순간부터 우리는 서울에 예속되고, 서울 바라보기 따위의 선망 체제안에 들어선 것이다. 서울을 향한 정신적 종속과 심리적 박탈감 등은 다양한 형태로 모두를 서울 아니면 루저 인 것 마냥 만들어 버린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것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최고령화 사회, 기후위기 등이었다.

서울로 집중된 모든 것을 지역으로 내려 보낸다며 혁신도시를 만들고 반강제적으로 국가기관을 보내놨지만 세종시에 정부공무원 중에서 이틀이 멀다않고 서울에서 각종의 회의와 평가와 설명 등을 하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로 속빈강정이 되어 버렸다.

정신의 다른 표현인 언어, 그 표준을 특정 지역으로 설정한 것 자체부터가 이미 지방을 무시하는 짓이라는 점을 언어학자도 정치가도 사회학자도 심리학자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면서 지방소멸을 막아야 한다고 각종의 지원정책에 최전방에 소멸지수를 토대로 한 우선 지원을 펼치고 난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한국의 지성들은 돌아보아야 한다. 
강력한 중앙 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수도인 서울의 언어만이 대한민국의 정신과 영혼을 지배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지역의 언어를 통제해 왔는지? 그래서 국어사전이 표준화 되며 생각의 확장을 사전안에 가두어 두거나 통제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영국에는 영어가 프랑스에는 불어가 베트남에는 베트남어가 있듯, 강원도에는 강원도 말이 전라도에는 전라도 말이 있는 것이고 장흥 사람은 장흥을 ‘자응’이나 ‘장’으로 광양 사람은 ‘과냥’이나 ‘가냥’으로 고흥사람은 ‘고응’, ‘공’으로 부르는 고유한 통칭이 있는 것을 로컬의 시대에 더욱 새겨 보아야 할 일이다.

바야흐로 매일 매일 지역에서 이뤄지는 창의적인 일들이 지상파와 신문과 SNS에 넘쳐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조바심을 가진다. 
그 첫 번째는 돈 안 되는 일에 먼저 손을 대는 것으로 인한 영속성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지역의 생산양식을 비롯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더라도 제품 판매처 및 고객 확보의 한계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세 번째는 힙한 것과 트렌디한 것이 갖는 제품의 수명주기에 관한 것이다. 도입기와 성장기를 거치면서 사전에 퇴로나 신상품을 개발해 놓지 않는다면 버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치 제땅말과 같은 자기언어의 개발을 통한 상품 설명의 명확성과 우수성이 돋보이도록 하는 방식과 이 모든 것을 뒷짐지고 바라보지 않고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정치인, 행정, 선배시민, 이웃주민 등과 깊이 있는 연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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