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나 계층에 따라 해서 되는 운동이 있고, 해선 안 되는 운동이 있다면 평등하거나 공정한 사회가 아닐 것이다.

자연인이든 공인이든 누구나 자기 신체적 능력이나 소질,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하고 싶은 운동 종목을 골라 즐기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특정 직업군에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운동이 있다고, 또 하지 말라고 강요까지 하는 종목이 있다.

골프가 대표적이다. 골프를 하지 말라고 ‘사회적으로 압박하는’ 그 직업군은 바로 공무원들이다. 역대 정부, 그리고 경제 사정에 따라 어떤 정부는 ‘눈치 보지 말고 공무원도 골프를 즐기라’고 한 적도 있지만, 아직도 공무원들이 골프를 즐긴다면 약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공무원과 골프의 복잡성

사실 골프라는 운동이 사치스러운 운동에 가까운 점도 있다. 다른 종목의 운동이나 취미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해야 할 시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은 인구가 즐기는 운동종목은 아니다.

다른 종목과 조금 다르게 오랜 시간 갈고 닦아야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종목 특성도 일반화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회합이 어렵고 실내종목 운동 즐기기가 어렵게 되자 젊은이들이 대거 골프에 입문했다가 과다한 비용 등의 이유로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는 세간의 평이 아마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공무원들에게 골프를 치지 말라고, 아니 골프를 치면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무원들도 어느 정도 직급이 오르면 골프를 즐길만한 경제적 상황이 되니 뭐라 할 것은 아닌데도 ‘공무원 골프=부도덕’이라며 사시(斜視)로 보는 것은 정작 ‘골프’라는 운동을 운동 자체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때문이리라.

바로 이해관계인과의 골프를 통한 부적절한 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골프는 혼자 플레이 하지만 경기진행은 무조건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해야 하는 단체종목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하는데, 팀을 구성할 때부터 업무상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을 끼워 넣거나, 아예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이 모여 팀을 짠다.

설령 공무원은 그런 의도가 없더라도 운동을 주선한 어떤 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해관계가 큰 ‘업자’나 ‘민원인’이 한 조가 되어 운동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게 골프라는 운동이다.

무려 4시간 이상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스킨십하고 대화를 나누는 종목의 특성상 동반자와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고, 실제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더욱이 은밀한 거래가 현장에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문제다.

특성상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인데 그 비용을 업자가 부담하고, 심지어는 게임 중 내기 과정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잃어준다’는 등의 내용은 비밀도 아니다.

“공무원은 골프치면 안되나?”

각종 인허가권이나 사업집행권을 가진 공무원에겐 그 길을 뚫으려는 업자들의 로비가 집요하다.

친한 제3자를 동원해서 접근하는 방법은 무한대다. 그 중간지대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집단이 언론인이라는 점도 매우 볼썽사납지만 현실이다.

무시못 할 권력관계인 언론인의 요구에 공무원은 본의 아니게 넘어가기도 한다. 노골적으로 업자를 꼬드겨 골프를 즐기는 나쁜 공무원보다는 덜하지만, 제3자의 꾐에 넘어가서 같은 일을 저지르는 공무원도 마찬가지로 좋지 못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괜히 ‘골프’라는 운동이 매를 맞는다.

이같은 이해충돌적 상황에 공무원들은 무조건 발을 빼야한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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