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34)
담양뉴스는 2022년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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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리움의 꽃 접시꽃차

붉은 접시꽃은 뜨거운 심장을, 분홍 접시꽃은 아련한 마음을, 하얀 접시꽃은 순수함을 담은 듯한 모습이다. 생각 없이 꽃밭을 둘러보다가 한 가운데 빼꼼 인사하듯 피어나는 접시꽃을 보았다. 어디서 찾아와 꽃밭 한 가운데에 둥지를 틀었을까. 붉은 접시꽃이 아래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접시꽃을 보았을 때는 이렇게 예쁜 꽃이 무슨 꽃일까 했는데 작은 접시 만큼의 예쁜꽃이라 접시꽃이라고 불리운 건 아닌가 생각했다. 

처음 담양으로 내려와 생활을 시작했을 때, 장독대 주위에 병풍처럼 피고 지던 접시꽃의 모습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다. 시어머니가 가꾸어 놓으신 꽃을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니, 어려운 시댁과 시골 문화에서 오는 긴장이 한편으로 해소되는 편안한 행복의 시간을 선물해준 꽃이 바로 접시꽃이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몇 년간 접시꽃은 장독대를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그 이후로 왜 그리도 접시꽃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맸던 건지. 

사실 담양에 살아오면서 군데군데 접시꽃에 대한 기억이 아련하게 있다. 월산면에서 담양 방면으로 가는 길에도 접시꽃으로 꽃길을 만들던 어르신이 계셨었다. 지금은 안 계시지만, 접시꽃은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시어머님의 자리에 장독대 병풍이 피었다가 사라졌듯이, 용흥사 길목에 집주인이 바뀌니 접시꽃 자리가 다른 꽃으로 바뀌었듯이, 월산면에서 읍쪽으로 난 길목에 고운 접시꽃길도 어르신의 부고와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접시꽃은 곁에 머물다가 사라진 사람을 불러오는, 그리움의 꽃으로 마음에 남아있다.

접시꽃은 촉규화(蜀葵花)라 하여 약재로 사용되었던 꽃이다. 붉은 꽃은 적규화(赤葵花), 흰꽃은 백규화(白葵花)라 부른다. 접시꽃은 소염효과와 지혈작용 등이 있어 통경, 백대하, 하복부냉증, 대소변을 이롭게 하여 부인병에 주로 사용한다.

접시꽃은 막 개화하는 꽃을 채취하여 수증기에 10~15초씩 3회 반복하여 찌고 식히기를 반복한다. 접시꽃은 찌는 시간이 길 경우 꽃잎이 뭉게질 수 있으므로 유의한다. 꽃을 충분히 식힌 다음 식품건조기에 45℃에서 24시간 건조하고 수분체크 후 병립한다. 

접시꽃은 여름꽃이기 때문에 수분이 많으므로 꽃잎을 분리하여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접시꽃 이외에도 수분이 많은 여름꽃에는 무궁화, 부용꽃이 있다. 바람이 많이 불 때 꽃 근처에 가더라도 눈을 비비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꽃가루가 눈 주위에 묻은 것을 비비면 충혈, 심하면 염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생화였을 때의 꽃가루는 사람에게 독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제조과정을 거치면 영양으로 바뀌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채소나 곡물도 생으로 먹지 않고 익혀먹는 것이 많은 것처럼, 꽃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접시꽃차 1~2송이를 300ml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2분 간 우려내어 마신다. 접시꽃차는 쓰고 달며 성질은 평하다. 접시꽃은 꽃가루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제조 시 수증기에 쪄주는 과정이 필요하며 마실 때에는 꽃가루를 마셔도 해가 없지만 깨끗한 차를 원한다면 고운 거름망을 사용하는 것도 참고하길 바란다.

지금도 집 뒤 장독대 옆에는 어김없이 접시꽃이 피어나고, 그리움의 비가 내린다. 접시꽃은 찻잔에서 피어나지만 추억은 가슴속에서 피어나 머릿속에서 영상을 돌린다. 처음 다가섰던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접시꽃을 맞이하러 길을 나선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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