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공기·빛깔사업’ 점검차 풀뿌리지원센터 활동가들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마을사업을 이상적으로 하는 마을이 어디인지 물었다. 그 마을에 벤치마킹하러 가고 싶어서였다. 질문하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청촌(淸村)마을이요.”라고 대답했다. 도대체 어떤 마을이길래? 

청촌마을은 약 500년 전 밀양박씨가 들어와 개척했다. 
처음에는 청계동(淸溪洞)으로 불려오다가 1910년 푸른 계곡물이 흐르는 마을이라 하여 청촌으로 개칭했다. 마을 앞에는 만덕산과 무등산이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안산(마을앞산)이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변 좌우로는 40년 된 철쭉과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꽃피는 시기가 되면 정말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하니 눈앞에 바로 그림이 떠오른다. 도로 옆에는 원앙과 수달이 사는 청정 상수도 보호구역인 (동복호로 흘러가는) 남천이 넓게 흐르고 있어 마을이 확 트인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 이장님과 자미뜰동아리회장님-형제처럼 연인처럼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니 김종욱 이장님과 장창환 ‘자미뜰(마을동아리)’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청촌마을은 이주민과 함께 29호가 살고 있다. 마을회관과 남천 주변에 온갖 꽃들을 심어서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을 것 같다. 마을회관 내부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다른 마을들과 달라 보였다. 마을회관 맞은편 ‘청촌 사랑방’ 내부도 배색도 자연스럽고 정돈이 잘 되어있어, 창문 밖으로 펼쳐진 모내기한 논을 보면서 얘기하는 동안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청촌사랑방'

▲ 남천 청계정과 황포돛배

청촌마을에는 다른 마을에서 보기 힘든 5곳의 명소와 함께 자랑거리가 적지않다. 
마을의 첫째 명소는 이 마을의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인 청계정(淸溪亭)이다. 이 정자는 1985년 오승열씨가 지은 것으로 마을 앞 큰길가 남천 가에 있으며 300년 넘은 보호수인 느티나무 세 그루가 정자를 감싸고 있어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정자에 걸터앉으면 남천의 물에 발이 담가질 듯하여 한여름의 더위도 저절로 잊혀질 듯했다. 게다가 이 정자 옆에 있는 농수로에는 오래된 빨래터가 있어 물소리가 음악이 되어 옛 정취가 살아있다.

둘째는 ‘자미(배롱나무)갤러리’로 마을 맨 앞 남천 가에 설치된 마을 오폐수처리장에 마을 문화와 공동체 활동기록을 담은 사진 22점을 전시해서 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볼거리도 제공한다. 

셋째는‘청춘쉼터’다. 마을 버스정류장과 마을 중간지점인 동네 초입에 꽃과 조형물, 그리고 흔들의자를 설치해서 주변경관을 감상하거나 쉬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부녀회장님께 전화하면 커피도 배달된다.”는 시화동아리 자미뜰 회장님 말에 셋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넷째는 ’숲정거리‘로 4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풍림이 700여 미터 조성되어 화순적벽에서 골짜기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이 방풍림 앞으로는 작은길이 있어 숲정거리 라고 불려왔다. 지금은 고목들이 훼손되었지만 앞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다섯째는 ’행복마중터‘로 동네 앞 버스정류장을 벽돌로 쌓았다. 책·사진·홍보판·꽃바구니·의자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놔서 이곳에 앉아서 누군가와 담소도 나누며 쉬어가고 싶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마을의 자랑거리로 ’전래행사‘가 있는데, 모내기(모내기 상사소리도 재현되어있다.)·보매기 행사(논에 물을 대기 위해 보를 막는 것)·써레시침(모심기가 끝나면 농기구를 씻어 다음 농사를 준비함)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활발한 마을동아리 활동도 마을의 자랑이다. 청촌마을은 8년 전 마을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즈음 우선 마을 주민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풍물동아리를 시작했고, 동아리가 3개로 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화창작동아리 ’자미뜰‘은 〈나는 동네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라는 동네 15명 주민의 3~8쪽에 해당하는 자서전을 출간했다. 

노래동아리 ’청촌리아‘는 남자, 여자들 역할 바꾸기로 남자들이 복달임을 준비하는 동안 노래를 불러주기로 시작해서 길거리 버스킹·뮤직비디오 촬영·방송 출연까지 했다. 

풍물동아리 ’얼쑤풍물패‘는 가사문학면 노인회잔치 무대,마을주민 집들이축하, 8.10한마음마을축제와 마당밟기·마을굿·보메기·써레 씻김·백중놀이·6.25 전쟁 이후 멈췄던 당산제 복원 등의 행사에서 큰 몫을 한다.

▲행복마중터 '버스정류장'

이장님과 자미뜰 회장님께 온통 꽃천지인 마을을 어떻게 가꾸었는지 물었다. 
제일 먼저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시작한 풍물동아리가 큰 역할을 했단다. 그리고 적은 금액의 마을사업들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마을 공터에 피는 많은 꽃은 이제는 주민들 마당으로 들이는 일이 남아있다고 했다. 김종욱 이장님은 부모님이 연로하신 이유도 있었지만, 시골은 자기 뜻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귀향했다. 회의를 거쳐 주민들 팀별로 꽃밭을 가꾸게 했다.

당연히 원예를 많이 아는 고정국 주민이 많은 협조를 해주었다. 시화창작 동아리 장창환 회장님은 30년간 농민운동 했던 경험을 살렸다. 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두 분이 마치 형제처럼 어쩌면 연인처럼 사이가 좋아 보였다. 

기부 천사이신 박종님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아 마을 창고부지를 구매했다. 이에 화답하여 마을 주민들은 추석에 박종님 할머니의 시부모와 남편의 묘소를 벌초해준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는 청촌마을은 방문객에게도 마을 주민에게도 심심할 틈이 없어 보인다. 꼭 가보세요. 계절별로 가보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양홍숙 군민기자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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