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터무늬 아카데미가 끝났다. 
‘터무늬’와 ‘아카데미’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어색한 조합이다. 터무늬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런 만큼 지역적인 색깔이 더 짙다. 더 깊게 들어가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탯자리 이야기, 살아가는 시간이 쌓이는 대지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아안으며 무늬를 만들고 있으니 그럭저럭의 느낌마저 든다.

그런 단어와 이론적이고 철학적이며, 학문과 학술을 통칭하는 아카데미라는 단어가 붙었다. 어울리지 않는다. 맞지 않는 듯하다. 아니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지역의 이야기가 학문과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 해법을 찾아가는 장이었다.

주제는 ‘나’, ‘지역’, ‘청년’ ‘인식’, ‘환경’, ‘상호’, ‘공동체’ 등 7개의 키워드로 진행되었다. 
어디서나 늘 있어왔던 키워드들이지만, 담양이라는 지역의 터무늬를 톺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7개의 키워드 중 가장 포괄적인 것은 공동체이다. 

공동체 하면 대부분 ‘마을’을 먼저 떠올린다. 한 우물을 마시며 살아왔던 동네의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마을의 변화와 성장을 꾀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심동체의 활동을 펼치는 일사불란함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이 우리의 공동체일 것인가. ‘우리도 잘 살아보세’의 시대는 지났지만 ‘잘 살아보세’라는 외침이 여전히 마을을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문화’하면 우리의 사고에는 고정된 관념이 먼저 떠오르듯이 ‘공동체’의 이미지도 그러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다문화 인식, 괜찮은가?’를 강의했던 다문화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장한업 이화여대 교수는 이미 우리는 다문화에 살고 있다고 설파한다. 고정관념의 ‘다문화’가 아닌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이미 생활 속에 잠재되어 있음에도 단일의 문화로 인식하고자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하는 것이다. 일례로 결혼식장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양가 부모님들은 단아한 모습으로 정성껏 손님을 맞이한다. 아버지는 양복을, 어머니는 한복을 입고 계신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다. 의심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가부장 제도의 모습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양복 입은 아버지는 모던하고 젠틀한 이미지로, 한복 입은 어머니는 다소곳하고 여성스러우며, 현모양처 모습에서 우리의 사고는 고정관념으로 지속되고 있다. 

깊은 내면에는 나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외면으로 포용성이 넓은 것처럼 우리는 행동한다. 그러면서 상대방과 경계 짓기를 통해 우위를 점하고 하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에 동질성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사회는 흘러가고 우리는 동화되어간다. 

같지 않으면 틀리다고 판단하는 기준들이 우리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 역시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한 울타리 안에 들어와야만 안정감을 갖는다. 울타리를 벗어나면 틀린 것이고, 밖에서 울타리로 들어오려고 하면 다르다고 경계한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섰던 조현 한겨레 기자는 저서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에서 ‘마을공동체 살이는 장소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변화다. 소박하게 이웃과 서로 돌보며 친밀해짐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다’라고 공동체의 정의를 말한다. 여럿이서 살 때 괴로웠던 이들이 혼삶을 꿈꾸지만 괴로운 것보다 더 외로워지는 현실에서 새롭게 사는 공동체를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 다문화 속 공동체를 생각해 봄 직하다. 

동남아를 떠올리는 다문화가 아니라 사업으로 결속력 최고치를 달성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상호존중과 다양함, 존중을 바탕으로 하여 서로의 삶을 친밀성으로 이끌어내는 지혜를 담은 마음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청년이 정주를 꿈꾸는 곳, 다문화가 상호문화로 전환되어 동질성이 아닌 다양성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축적할 수 있는 지역적 포용의 시간, 어떠한 꿈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바탕을 도모하는 일, 그 영향력으로 건조했던 지역의 공기가 촉촉해질 수 있는 계기를 생성해내는 씨앗 같은 마음과 실행 근육을 키울 때이다.

개인의 삶이 예술과 학문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경험을 쌓고 지역의 터무늬로 뿌리 내리는 여정을 공동체적인 시각에서, 상호문화의 틀에서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나의 터무늬를 일깨우는 것부터 시작이다. 오래된 사진첩도 좋다. 사진에 담긴 스토리를 기록하고, 어르신들과 나누고 동네마을 이야기로 축적하는 것이야말로 실체의 공동체만이 아니라 내 안의 마음속 공동체를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터무늬 아카데미가 던져 준 숙제이기도 하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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