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하는 새와 수구초심

어미가 먹여주는 모이를 잘 받아먹던 새들이 좀 더 성장하면 이제 날개 짓을 하도록 멀찌감치서 어린 새들을 불러낸다. 깡충 뛰거나 성큼 다가가는 경우도 있지만 주저주저하며 그대로 멈춰버린 어린 새는 그 뒷단이 어떠할지 아쉬움만 든다. 

언젠가 강원도 영월의 동강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비오리 가족들이 벼랑 사이에 둥지를 틀고 어린새끼를 키우다 드디어 성장했다고 여기는 순간 그 높은 낭떠러지에서 낙하산 부대가 내려오듯 강으로 투하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아직은 완전체는 아니지만 강물 위의 단체생활을 하다 어느 시간에 이르면 이제 독립된 활동으로 돌아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그 자연의 섭리를 나는 넋을 잃고 집중해서 보았다.

쉰 일곱 먹은 내 생애도 이랬을까 되돌아보는 시점에 이르렀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담양을 떠나고, 대학원을 마치고 다시 담양으로 왔지만 녹록치 않아 다시 광주로 이주를 했다. 대학강사라도 해야 생계와 미래를 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립대에 전공과목이 있어도 그 학교는 담양이 연고인 나를 한번도 호명하지 않았다.

광주와 전남의 여러 대학을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에도 심지어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이 분야에 이미 선경험과 지식을 보유했음에도 그들은 이소해 버린 나를 못 본 척 하거나 아니면 차 한잔과 밥 몇 숟가락에 머릿속의 지혜를 가져갔다. 모두 이소한 탓이다. 
그들은 현재 담양이고 나는 광주이니 뭐 그런가 보다 했다. 

언제가 어느 군의원께서 내가 방송에 자주 등장하며 노대고 있으니 선뜻 꺼낸 말이 “못생긴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 잊지 말고, 고향에 기웃대지 마셔” 라고 따끔한 충고를 해 주었다.  아 그럼 난 고향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 존재감인가 싶어져 한없이 슬퍼졌다. 잘 나갈 때 숟가락 얹어 뭐라도 먹는 꼴을 경계한 것이라 여겨져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문화체육관광부의 언저리와 대인예술시장 사이에서 천방지축 현장활동을 하며 귀향했다. 50대 중반의 나이인 내게 담양은 일종의 판옵티콘 구조를 가진 사회와 같아 보였다. 모든 것이 날것 그대로 지역사회에 투과되며 개별적 인간의 기억과 희망도 발가벗겨지는 그런 모습의 사회였다. 인구소멸을 관광을 비롯한 관계인구에 의존하면서도 담양출신과 담양출신이 아닌 사람을 구별 짓는데 능수능란했고, 그 탓에 밖에서 활동하는 이는 이주민이고 안에서 조정하는 사람은 선주민이 아닌가 싶어졌다.

최근 담양군문화재단의 혁신을 위한 테스크포스 팀을 운영하며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지방소멸로 가는 시대에 고향사랑 기부제나 관광주민 등으로 어떻게든 외부의 관심과 애정을 가져 오려는 것이 전국적 상황이다. 이런 시국에 담양에 당장 필요한 것은 지역 행정과 오피니언 리더 그룹들의 변화였다.

뒷전에서 배후 조정하지 말고 정면으로 나와야 하며,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아야 한다. 지금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축적된 권력의 달콤함을 놓지 않는 순간 그 부메랑은 담양에는 사람이 클 자리가 나오지 않고 이탈하는 미래세대들로 공허한 땅이 되는 것이다. 
어려워지는 도시를 스스로 부채질 하는 것이나 다름 아닌 꼴이다.

곁을 내어주고, 품에 안아 주어야 한다. 아직 미숙하고 어려 보이지만 무언가를 도모하고 함께하려는 이들의 진정성을 진짜 받아 주며 응원하고 지지하고 연대해 주어여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담양이 지속된다. 삶의 무늬는 공간과 시간과 겹쳐지며 인간의 DNA라는 주름을 형성하고 문화를 형성한다. 여지껏 문화를 통해 담양이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도시가 되어줄 기대를 안고 기고를 해왔다. 요행인지 글에 찬성하시는 여러분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기도 했었고, 다소간의 격앙된 언사도 들었었다. 나는 다시 이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와는 다르게 떠나간다. 

넘치는 것도 많고, 지혜로운 것들도 많은 고장이지만 부족한 것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담양군문화재단의 혁신T/F 공청회에서 거론되었다. 내 장르와 소속의 임계점에서 이야기하는 본질도 나왔고, 한편으로 진지하게 미래를 염려하는 말씀도 나왔다.

통 크게 가야함을 모두 인정하는 자리였다. 이런 담론 형성의 장이 자주 열리고, 행정과 의회는 듣고 함께 지혜를 모아 대비책을 마련하고 다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새롭게 출범하는 재단은 그 모든 것의 플렛폼으로서 역할을 서둘러 수행해야 한다. 그러는 길만이 문화로 웅숭깊은 담양이 되며, 생태도시의 또 다른 서사가 구축된다. 
이 모든 것을 아는 이들이 있어 마음 편하게 이별한다. 굿바이 담양! 

( ※ 참고: 본지에 다년간 문화에세이를 기고 해 온 전고필 문화기획가는 최근 영암문화재단 대표를 맡아 영암으로 가게 됐습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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