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34)
담양뉴스는 2022년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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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여름을 맴도는 수레국화차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날씨도 무더워졌다. 여름의 단골손님, 장마가 시작되었다. 축축한 빗물 냄새가 코끝을 자극시킬 때 조금 멀리 보이는 보라색 꽃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수레국화다. 보라색의 꽃들이 요동치듯 피어나기 시작하면 여름으로 흠뻑 들어온 것이다.

아마도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는 한 번 정도 들어봤을 것이다. 황금마스크의 주인인 투탕카멘은 20세기 이전에 죽어 이집트 역사 기록에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굴되지 않는데, 발굴 당시 발굴자 카터의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름다운 황금마스크 보다도 이마 옆에 놓인 수레국화 한 다발이었다. 이 수레국화는 아마도 남편을 잃은 어린 왕비 안케세나멘이 남편에게 바친 최후의 선물이라 여겨진다. 이처럼 애틋함이 스며들어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하늘거리는 수레국화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마음이 잔잔하게 일렁인다.

독일 이전의 프로이센 왕국을 대표하는 꽃, 수레바퀴를 닮아 수레국화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꽃. 사실 독일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수레국화는 조금은 크고 엉성하게 보였다. 드넓은 밀밭 가운데 보라색으로 피어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반면 한국에 귀화하여 피어나는 수레국화는 크기도 아담하고 꽃잎이 풍성하며 단맛이 깊어 한국 환경에 적응한 수레국화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꽃차 중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수레국화는 국화과의 식물로서 간열을 내리고 안구 충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맛과 화분향이 가득한 차맛을 느낄 수 있다. 수레국화의 푸른색은 안토시아닌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찻물의 산성이 강할수록 붉은색, 알칼리성이 강할수록 푸른색을 띈다. 이러한 이유로 수레국화차에 레몬즙을 뿌리면 수색이 분홍색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수레국화는 꽃차로서도 사랑을 받고 있지만, 수레바퀴도 혼자서 움직이지 않고 사람이 끌어주어야 움직이듯 다른 차와의 혼합 즉, 혼합차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수레국화는 허브차, 홍차, 각종 열매차 등과 섞어 혼합차(Blending Tea)를 만들 때 감초처럼 쓰이곤 하는데, 적은 양이든 많은 양이든 혼합차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꽃 중에 하나이다.

막 개화한 수레국화를 채취하여 꽃잎을 분리한다. 통꽃으로도 가능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혼합차로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분리하여 만드는 것이 좋다. 분리한 꽃잎을 팬에 올리고 덖어서 차를 만든다. 꽃잎이 매우 얇고 수분이 적어서 짧은 시간 안에 차로 완성할 수 있다. 양이 많다면 식품건조기에 45℃ 12시간 건조한 후 팬에 살짝 덖어준다. 수분 체크 후 병립하여 필요할 때마다 소량씩 덜어서 사용한다.

다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짙은 물비린내가 스쳐 지나간다. 수레국화차 0.5g을 300ml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내어 마신다. 찻잔 속에서 춤추듯 피어나는 꽃을 보니 어느새 기분이 환해진다. 습한 여름향기에 수레국화차 한 잔 하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야겠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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