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나 군수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하고 고민했던 아이디어를 시·군정에 쏟아부어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게 꿈이리라. 

그 원대한 꿈을 안고 험난한 선거를 치르고 마침내 꿈꾸던 정책을 실천에 옮긴다. 그 정책이 아주 시의적절하거나, 지역여건과 잘 맞아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그 사람은 성공하는 것이고 재선,삼선을 할 수 있으리라. 많은 자치단체장 입지자들이 그런 꿈을 안고 단체장에 도전한다.

하지만, 우리 한번 딱 까놓고 생각해보자. 
진정 우리지역 살림살이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아이디어를 갖고, 충분히 공부하고, 실행방안을 만들어서, 다시 말해 ‘살림살이’를 잘 준비해서 단체장에 도전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솔직히 말하면 ‘권력욕’ ‘명예욕’에 빠져, 아니면 자신이 가진 ‘금력’이나 ‘네트워크력’을 믿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시장·군수가 되고자 하는 욕망만 앞세워 출마하는 이들이 거의 대부분 아닐까? 

광역의원이나 기초단체 국장, 면장, 부군수, 국회의원 보좌관 했으니 다음은 군수 한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가발전론에 빠져 깃발드는 이들이 대다수 아닐까? 예외가 있겠지만 이런 부류에서 벗어나는 입후보자들이 많지 않다는 데 한 표 건다. 한 나라의 체질과 근본을 바꿔 보겠노라 평생 공부하고 준비했던 'DJ' 같은 분의 10분의 1이라도 노력한 시장 군수 입지자들이 있을지…. 나는 회의적이다. 

문제는 설령 그렇게 출마했더라도 가진 여건 고려하고 전문가 이야기 잘 들어가며, 또 시·군민의 중지를 모아 한 도시의 미래를 새롭게 할 정책을 펴 살림살이를 바꾸면 다행이다. 본인도 이름을 남길 수 있고 시·군민들은 행복한 미래를 얻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감히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다시 시작된 이래 30년 동안 광주전남에서 그런 인물은 다섯 손가락도 못 채울 것 같다. 곤충 하나로 군을 만방에 각인시킨 모 군수, 컬러PR 전략과 섬이라는 독특한 자산을 활용한 지역알리기에 적극적인 모 군수? 외엔 창의적 아이디어로 지역을 바꾼 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시군별로 한번 생각해보자. 
지난 30여년 동안 시군마다 적어도 4~5명씩의 단체장을 맞아 보냈는데 소위 명군수, 명시장이라고 자랑할 만한 단체장이 얼마나 되는지. 그나마 감방 가거나 중도 탈락하는 불명예를 면한 경우라면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겨우 이름석자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그 많은 단체장들의 경우를 우린 어떻게 봐야 할까?  

있었는지 없었는지 존재감조차 없는 그 많은 단체장들도 열심히 했던 일들은 있다. 준비가 안되었으니 애먼 공무원들 닦달하고 쥐어뜯어 말도 안되는 정책 세운 뒤 예산 낭비에 앞장선 일들이다. 얼토당토 않는 아이디어 밀어부쳐서 축제 만들고 수십억 원의 예산 쏟아부었다가 임기 끝나자마자 폭망 해버린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래도 치적을 만들어야 했으니 예산 그러모아 그럴듯한 건물 몇 개 짓고, 도로 포장이나 한 일은 참 많으리라. 계장,과장 승진시키는 데 얼마씩 받아먹고, 심지어는 사모님을 선거경비 회수책으로 내세웠다가 ‘큰 집’ 간 분들도 꽤 있다. 대부분은 평생을 군민 위해 복무해야할 공무원들을 무슨 머슴이나 집사부리 듯 큰소리나 치고 갈구다 임기 마쳤다. 

생각나는 게 더 있네. 일했다는 핑계도 얻고, 인심도 좀 챙길 수 있는 사업도 많이 했다. 멀쩡한 군 심볼 바꾸고 선거 때 도움 준 마을에 팔각정 세워주기, 전임자가 숙고해서 만든 조직이나 사업 갈아엎기 등도 자주 한다. 그런 일에 열중하며 녹봉이나 챙겼을 이들은 과연 지금 뭘하고 있는지. 

단체장들이시여, 또 단체장을 꿈꾸는 입지자들이여. 제발 공부 좀 하고 나오시라. 
우리 지역의 약점은 뭐고 강점은 어디며 20년 30년 후를 내다보면 무슨 정책을 펴야할까 공부좀 하시라. 백년대계는 욕심도 내지 않겠다. 아래 공무원들은 군수 큰소리나 받아주고 신문스크랩 하고 심기 경호나 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정책 연구하고 군민 행복을 위한 아이디어 내라고 있으니 그들을 수족으로 부려먹을 생각은 좀 버리시라. 

전임자가 잘한 거 있으면 통크게 다 이어가시라. 말도 안되는 구호 내세워 반대로만 가지 말고. 재선·삼선 욕심에 억지 부리지 말고 한번만 하더라도 한 30년 후에 빛 볼 일을 구상하시라. 길 하나를 뚫어도 여러분 자식들이 대대손손 살아갈 마을이라 생각하고 만들어보라. 
제발 군민에게, 또 아래 공무원들에게 물어보고 일하시라. 그래야 공무원들이 일한다. 그럴 자신과 용기 없으면 나오지도 마시라.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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