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36)
담양뉴스는 2022년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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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보랏빛 향기 라벤더꽃차

더운 바람이 다가선다. 뜨거운 태양도 한 몫 한다. 벌들이 붕붕대며 라벤더꽃향기에 머물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여름철 땀냄새와 습기로 인한 축축한 냄새가 라벤더향에 덮힌다. 여행에서 보았던 라벤더꽃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향을 맡으며 꽃차로, 화장품의 원료로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라벤더는 화장품 원료로서 대표적인 꽃이다. 사실 처음부터 라벤더를 화장품 원료로 정해둔 것은 아니고, 꽃차를 업으로 삼으며 늘 새로운 도전을 좋아했기에 다양한 형태로 샘플들을 확보해두었었다. 라벤더를 다루는 제조기술과 다양한 샘플을 확보해놓은 것을 기반으로 화장품회사와의 제품 개발을 함께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선주문 계약생산이라는 새로운 유통 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당시에는 전국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도 라벤더꽃을 대량으로 수매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재배를 하기로 결정, 논에 12만 본의 라벤더를 식재하여 계약 물량을 납품할 계획이었으나 경험 부족으로 재배에 처참히 실패를 하고 말았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귀가 아플 정도로 전화기를 붙잡고 전국을 뒤졌다. 마침내 라벤더 농가를 찾아내 첫 번째 납품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극적인 첫 번째 시제품 출시로 이후 원료 주문은 나날이 상승세를 타게 되었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은 안정적으로 라벤더를 수매하여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라벤더를 찾아 헤매던 지난 시간들을 더듬어 보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두드려도 문이 열리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어쩌면 책과 씨름하고 발로 뛰어다니던 노력들이, 마침내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 새로운 분야는 늘 설렘과 동시에 많은 시행착오를 수반하고, 과정의 쓰디 쓴 경험들은 달콤한 향기로 오늘을 채워주니. ‘고진감래(苦盡甘來)’, 옛말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라벤더는 농장에서 수확한 꽃이 도착하면 우선 납품을 위한 규격에 맞게 꽃대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정리한다. 그 다음부터가 본격적인 작업이다. 꽃차용과 화장품용을 나누어 분리해서 건조기에 넣고 각 사양에 맞게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팁이 있다면, 길이 조정을 위해 잘라서 버려진 줄기들은 따로 건조하여 ‘향낭주머니’를 만들 수 있다. 라벤더를 작업하는 시기는 꼭 땀이 많이 나는 시기이지만, 향을 잘 사용하면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나날을 보랏빛 향기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처음부터 꽃대에서 꽃을 분리해 꽃차를 만들기도 하지만 화장품 원료 납품건으로 많은 양의 꽃을 작업하다보면 꽃이 작아 떨어지는 양도 상당하다. 꽃으로만 50~60kg이 떨어지니, 이 또한 재작업을 통해 꽃차로 재탄생한다. 이 경우 오히려 손으로 작업한 것보다 꽃의 형태가 살아있는데, 일석이조인 셈이다. 

먼저 꽃을 채에 거르고 이물질을 골라낸 후 식품건조기로 45℃ 18시간 건조 과정을 거친다. 건조된 꽃을 수증기에서 약 20초간 짧게 찌고, 3회 반복해서 덖으면 꽃차가 완성된다. 라벤더의 강한 향은 화장품에는 적절하지만, 꽃차로 음용 시에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제조 시 은은한 향만을 남게 하여 사용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라벤더꽃은 줄기가 붙어있는 스틱꽃차, 봉오리만 제다한 라벤더꽃차, 녹차와 블렌딩한 라벤더황차 등이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라벤더를 재배하는 농장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라벤더꽃을 활용한 음료 시장에도 작은 물결이 번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많은 시도와 도전이 이루어질 것을 생각해보면, 상상만으로 가슴이 설렌다.올해 다시 시도해본 라벤더 재배는 또 다시 풀과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정원형 농장’을 조성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목련나무 아래에 라벤더를 심는 시도를 해보았으나, 라벤더는 실 같은 몸속에서 살짝 보이고는 친환경 멀칭과 함께 풀 속으로 사라졌다. 라벤더는 더 쓴 고배도 안겨주었던 작물이기 때문에, 본래 식용꽃 농사는 작은 실수도 큰 실패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낙담하진 않았다.

비록 올해까지의 실패로 라벤더 재배는 숙제로 남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내년 여름을 기다릴 이유가 하나 늘어난 것 아니겠나. 라벤더의 보랏빛 향기가 농장에서 춤을 추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라벤더꽃차 한 잔을 우려서 장맛비에 젖은 마음을 달래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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