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지는 장대비로 관방제림 아래 물이 턱까지 차 오르는 것을 보았다. 
몇 년전 둑을 넘어서 피해를 입었던 천변리를 기억하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했던 몇일이 지나고 햇볕 드는 시간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한켠에서는 ‘이 비가 지나면 얼마나 뜨거운 햇살이 쏟아질랑가 모르것네!’라는 이야기로 뜨거워질 한 여름을 생각한다.    
 
몇 년전만 해도 늘상 있어왔던 계절의 관례처럼 생각하고 그때그때 대처하는 것으로 보내왔지만 이제는 피부로 와닿는 기후 변화를 절감하는 때가 되었다. 

‘극한호우’ 라는 표현까지 사용되는 현재의 기후를 보면서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생활의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극한 호우, 기후변화, 기후위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너무 피상적이지 않나 싶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일회용품을 자제하고,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2019년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의 연설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온실가스 감축과 각종 환경공약을 내세웠음에도 실천에 나서지 않는 것을 비판했으며, 오롯이 경제성장에만 매몰되어 생태계가 무너지고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인류에 대해 각성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과 넷 제로를 위한 준비에 들어서기도 했다. 

더 나아가 EU 집행위원회는 EU 자연복원법을 제안하면서 2030년까지 육지와 바다 생태계를 20%까지 복원시키며, 농지의 10%를 초지로 전환하며, 화학살충제 사용을 50%로 감소시키고, 2050년까지 복원조치 적용대상을 EU 전체로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7월 12일 가결시켰다. 가결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기는 하지만 전 지구적인 위기 상황에서 EU의 정책은 친환경 정책으로 바꿔가고 있다. 요즘은 기업들도 ESG 경영을 하고 있다. 

환경 (Environmental Risk), 사회(Social Risk), 거버넌스(Governance Risk)를 나타내는 재무적 자료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다는 경영활동이다. 세계의 기후위기 흐름에 맞춰 얼마나 친환경인 경영을 통해 미래사업을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전환의 대책이다. 기업이야 세계 경제 흐름과 무역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으로 변화를 갈구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탄소배출의 큰 요소였던 기업도 기후위기와 환경변화에 동참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담양군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조례를 발의하여 2022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 내용 중 ‘탄소중립·녹색성장을 위한 부문별 시책’을 보면 ‘친환경에너지 전환’, ‘녹색건축물의 확대’, ‘녹색교통의 활성화’, ‘숲 등 탄소흡수원 확대’, ‘1회용품 사용 제한’, ‘탄소 중립 생활 실천 전개’ 등 구체적인 시행 내용들이 담겨있다. 

담양은 생태도시로서의 친환경적 정책들을 펼치고자 하는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생활적인 측면에서 보면 주민들이 분리해놓은 재활용품들이 쓰레기 수거 차량에 의해 한꺼번에 모두 실어가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되고, 일회용품은 여전히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녹색도시,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담양이 생태도시가 맞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하는 여행객들을 접하기도 한다. 좀 더 적극적인 실천의 행정이 필요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표면으로 표출되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실행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것, 탄소중립으로 가는 것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실행해야 하는 생활 태도를 바뀔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은 행정과 의회의 몫이다. 좀 더 강력한 규제와 시행규칙을 필요로 한다. 일회용품 사용금지가 조례에만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지역내에서 기후위기,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는 한가지만으로는 작동이 불가능하다. 기후위기, 탄소중립에 대한 전담부서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확산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담양의 기후위기대책은 무엇이며, 실천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군민들이 알 수 있게,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군민들의 선량한 의지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기후위기는 문화도시와도 무관하지 않다. 문화도시는 지속가능성을 묻는다. 문화적 측면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고유성을 토대로 시민들의 삶이 문화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고 지속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문화도시는 ‘문화’라는 키워드로만 한정된 것이 아님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생태로 부유해지는 도시, 농촌이 풍요로워지는 도시, 군민이 도시의 주체가 되도록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문화로 형성하는 것이다.  

문화도시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거대담론으로 느껴지지 않고 시민의 의식변화가 꾸준하게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는 역할, 실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SG 경영이 문화도시와 맞물려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문화도시는 기후위기를 위한 체계적인 거버넌스 안에 협력과 실행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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