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차(茶)가 유명 ‘다전리(茶田里)’로 불러 
담양 대나무밭, 세계농업유산 지정의 중심마을

▲삼다리 내다마을 전경

▲마을 앞 연방죽

대나무숲이 17만 평인 담양읍 삼다리.
몇 명의 지인이 삼다리가 아름답다는 말을 반복해서 오래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마을이다. 이전의 마을 이름은 동다(東茶)·서다(西茶)·외다(外茶)이며, 3개 마을을 합해서 삼다리(三茶里)라고 불렀었는데 지금의 삼다리는 내다(內茶)·외다(外茶) 마을로 나눠졌다. 오늘 탐방하는 내다 마을은 삼다리 1구의 마을 명이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에는 다전리(茶田里)로 불렸고 자생 차가 유명해 이곳의 차는 임금님께 진상했었다고 구전으로 전해진다. 삼다리는 대나무 숲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마을로 17만 평에 달한다. 이곳은 대숲이 달팽이 또는 소쿠리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지대가 높아서 마을에서 무등산이 바라다보이고 마을 앞에는 영산강의 지류인 용천이 흐른다. 

또 2020년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담양 대나무밭 농업시스템이 등록되었는데 이 마을이 중심지다.(유네스코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은 근현대 농업이 지나치게 생산성에 편중돼 세계 각지에서 산림 파괴와 수질 오염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지역의 고유문화와 경관, 생물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설됐다.)

마을 주거지-농경지-하천을 연결하는 수자원 관리를 통해 담양만의 독특한 농업시스템을 형성하였으며 차·죽순·버섯류·약용식물 등과 황로·백로 등의 조류서식환경을 제공하는 생물 다양성 보고역할을 하고 있어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예전에 이 마을은 네모난 대바구니에 뚜껑이 있는 ‘석작’을 만드는 마을로 유명해 호황기에는 담양 죽물 시장의 80%가 삼다리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삼다리에 대나무 숲이 보존된 비결은 대나무 숲이 산에 있기 때문이다. 평지에 있었던 대나무밭은 플라스틱이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대나무를 제거해서 일반 농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마을 이장님과 일정이 맞지 않아서 난타 동아리에서 알게 된 이봉금 선생님 댁에 먼저 가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봉금 선생님은 도시에서 살 때 몸이 안 좋았다. 아는 분이 차를 권해 배우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차가 좋다는 곳을 찾아다니며 차 이파리를 따서 덖기 시작했다. 녹차 이파리를 따러 자주 다니던 이 마을에 일제 강점기의 죽로차 밭이 600평 딸린 빈 집이 있어 이사 오게 된 것이 15년 전이며 녹차를 덖기 시작한 지는 30년이 되었다. 

차는 혈액과 정신을 맑게 해주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며 울분도 가라앉혀 주어 몸이 건강해졌다. 현재는 다정원이라는 사업체를 운영, 다양한 종류의 차를 생산하고 ‘차인’으로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고 제자를 양성하면서 지인들과 차를 나누며 사는 지금이 정말로 행복하다. 이봉금 선생님은 ‘홍차 조청’으로 수상도 했고, 앞으로는 학교에서 ‘차 밥’(우린 찻물로 밥을 짓는 것)을 학교급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명가혜 체험장

▲마을 내 찻집과 펜션안내

마을 위로 조금 더 올라가니 ‘명가혜’ 상호가 보였다. 
명가혜 국근섭 대표는 차가 좋아 이곳에 이사 온 지 25년이 되었고, 죽로차를 생산하면서 판소리 체험·맨발 걷기·나무 껴안기·숲속 남도 육자배기 감상하기 등이 가능한 한옥 민박을 운영한다.

또 대나무 잎으로 만들어 황금빛 찻물이 우려지는 ‘죽신(죽순의 전라도 사투리) 차’를 개발해 담양을 대표하는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국근섭 대표는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며 ‘감성무’공연도 하는 팔방미인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외관에 정성을 들여 지은 황토방이 보여 마당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이 없어 사진만 몇 장 찍었다.

▲대숲 산책로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내다마을에서 시루봉까지 이어진 2km의 대나무 숲 산책로를 걸었다. 삼복 더위에 모기가 많았지만 대나무 잎 낙엽으로 두껍게 깔린 산책길은 샌달을 신고 걸었는데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웅장한 분죽과 수형이 아름다운 소나무들을 감상하다 보니 더위도 모기도 잊게 되었다. 가을에 가족과 함께 꼭 다시 와야겠다. 물론 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소개해야겠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으면서 산책할 수 있어서 죽녹원보다 더 매력적인 장소일 수도 있겠다.

마을 정자에 가면 마을주민들이 계실 것이라고 해서 정자로 갔다. 
정자에는 어르신들 자가용만 보이지 한 분도 안 계셨다. 덕분에 정자에 누워도 보고 바로 정자 앞에 펼쳐지는 백련 방죽도 감상할 수 있었다. 한참을 쉬고 나니 어르신 한 분이 오셨다. 오늘은 마을 사람들이 외지 식당으로 나가 점심 식사하기 때문에 정자가 비어있다고 했다. 이 정자에서 10여 명 이상씩 모여 음식도 만들어 먹고 밖에 나가서 식사하기도 한단다. 작년에는 연 방죽에서 가물치를 많이 낚아 마을주민들과 나누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산다고 했다. 

그늘에서 자라 항산화 물질인 카테킨이 많아서 건강에 좋은 죽로차를 직접 만들어서 마실 수 있고 멋진 대숲 산책로와 2500평의 아름다운 백련 방죽이 있는 이곳에 귀촌이나 귀농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양홍숙 군민기자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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