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열어 타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담양문화

지난 4월부터 필자는 담양군문화재단(이하 재단) 한 테스크포스팀의 단장을 맡아 일했었다. 

문화정책과 문화기획, 지역문화, 시각예술, 공연예술,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관련 법규 및 조례, 노무행정 등을 망라한 전문가들과 함께 두 달간을 숨가쁘게 지냈었다.

창립 10년차로 접어들 즈음의 재단은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흔히들 재단이 너무 시각예술 중심이었다고 이제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느 장르 하나 쉬이 꾸려나가기 힘든 것이 지역의 현실인데 시각예술 부분에서 지방에서는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양가적인 평가를 한다. 특히 전시와 공간운영, 특별한 기획전 등을 수행했다는 평가는 밖에서나 들을 수 있었다. 

그럼 그간 소외 받았던 장르 부분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싶어 들여다보면 분파는 갈라져 있고, 장르예술 전체를 바라보며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화급한 일에 더 얽혀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런 상황은 결국 중심을 잡기가 어렵고 앞으로의 비전을 설정하고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을 아예 좌초하는 힘을 가진다.

예술이 특정한 개인의 힘에 의존할 때 그것은 분명 편파적이고, 사적이고, 이해관계이자 문화의 혼종과 융합을 방해하는 요소를 지님을 수없이 목격했었다.
일선 현장의 보다 정리되고 체계화된 말씀을 구하는 것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했을 때 사실 실망보다는 더 큰 희망을 느끼기도 했다.

즉, 서로 말하는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법정문화도시를 향한 노정에서는 일상의 문화와 접점을 형성하는 지라, 장르 예술에 대한 관심보다는 삶의 현장과 만나며 문화적인 삶을 구하는지라 그 성격이 다르다.

재단은 보다 근본적으로 장르예술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가장 최전방에 두어야 하고, 이 지대가 주민들의 삶과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이다.
그런데 재단이 시각예술에 천착하느라 다른 것을 소홀히 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시각예술은 자리를 차고 전진하는데 다른 부분에서는 개시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 문제의 중심은 바로 재단의 본부이다. 중심을 다잡고 나가야 하는데 정작 현장의 예술인과 대화의 마당 한번 열지 못한 것이 더 문제였던 것이다.

문화도시에서 수없이 떠들던 라운드 테이블이나 포럼, 집담회 같은 것이 재단에서는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이유는 백가지도 넘은 사연을 댈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재단의 간부들이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을 수시로 만나니까 라는 이야기는 그럼 재단 간부가 선호하는 이들만 만난다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뒷담화를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마주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마당이 필요한 것인데 우는 아이 먼저 달래는 방식이라고 두서없이 다니게 되면 일이 더 꼬이게 된다. 

결국 재단은 시각예술 부분에서도 이제 지난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할 위치에 서 있고, 공연예술부분에서는 어떻게 전통과 현대와 생활 동아리 사이를 반석에 올릴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문화예술교육 부분에서는 학교,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문학부분도 결코 소홀히 말아야 하는데 지금은 송순문학상과 한국가사문학관에 연연하는 정책을 현대문학부분의 확장과 레지던스 등을 통해 더 강화할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단의 혁신안을 공감하고 부족한 부분을 듣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을 때 군수님과 의장님이 함께 오셔서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시겠다는 약속을 하고 가셨다. 그리고 이제 재단의 대표는 공모제를 통해 경험이 풍부하고 정책생산 능력과 네트워크가 확장된 그야말로 전문가를 모시겠다는 말씀도 주셨다. 얼마전 재단은 행정에서 사무처장을 보내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고 이제 조직개편과 대표이사를 모시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서두르지 않되 결코 게을리 가지 않았으면 한다. 8월이면 벌써 내년도 예산을 수립하며 본청과 얘기하고 9월이면 그 정책 예산안이 확정되는 단계라면 일의 진척이 얼마나 화급한지 아실 것이다.

그리고 이 보다 먼저 다시 한번 지역의 예술과와 현장의 일꾼들과 기획자와 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을 모아 지역문화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급선무였으면 좋겠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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