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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Ⅴ(소설)추월산 길라잡이(47화)

담양뉴스는 『기획연재Ⅴ/소설』로 2020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월2회 연재중입니다.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 출신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나 억울하게 처형됐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 / 편집자 주.                    

                              15. 1597년 11월
(제47화)

심상치 않은 소리에 능주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탕, 탕. 연이어 소리가 들렸다. 난생처음 듣는 소리였다. 석굴에 모닥불을 지펴놓고 자고 있던 능주는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총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김응회가 조총 소리라고 했다. 왜군이 추월산까지 침입한 모양이라고 했다. 왜군들이 석굴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바깥의 동태를 모른다는 게 더 불안했다. 다들 불안에 떨고 있으니 자기라도 나가서 동태를 살피고 전해주고 싶었다. 
  
문득 능주는, 미륵실 계곡에서 기도를 했던 무속인들이 총에 맞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산에서 기도 중이라 왜군의 침입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기도가 자정을 넘기는 경우는 많아도 새벽까지 기도하는 무속인은 없으니, 맞았다면 자다가 총벼락을 맞았을 것이다. 징이나 꽹과리, 장고 등을 두드리며 기도한 통에 위치가 노출되었을지도 몰랐다. 

기어서 석굴 밖으로 나갔다. 아직 갓밝이가 시작되지 않아 사위는 어둑했다. 시야 확보가 잘 되는 바위에 올라 인근을 살폈다. 미륵실 계곡을 살피기도 전에 조금 아래 있는 보리암으로 시선이 먼저 갔다. 보리암이 불꽃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듯, 한 곳에서 불이 번진 게 아니고, 법당과 요사채가 동시에 불타고 있었다. 짐작컨대 총소리는 스님을 겨냥했을 터였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인데도 보리암에서 스님들 소리가 들려오지 않은 걸 보니 이미 사망했는지도 몰랐다. 능주는 바위 등걸 뒤로 몸을 숨겨, 눈반 빼꼼히 내밀고 주위를 살폈다.
  
농바위 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미세한 움직임에 잘못 보았나 하고 시선을 집중했는데 역시나 무언가가 움직였다. 희끗한 물체였다. 분명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하얀 움직임은 잠깐 보이지 않다가 다시 보이고,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릿느릿 움직였다. 하얀 움직임은 보리암에서 석굴 쪽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는 움직임이 능주 쪽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이 시간에 수상한 움직임이라니. 왜군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능주는 심장이 반으로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제발 이곳으로 오지 않기를 바랐다. 숨죽이고 동태를 살폈다.
  
  “행님요! 빨리 피하소.”
떡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떡배는 능주를 보지 못했지만, 석굴에 숨어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떡배 니가 웬 일이여?”
능주가 얼른 떡배 앞으로 다가섰다.
  “제가 속았심더?”
떡배가 분통이 터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속았다니,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뭔 소리여?”
  “사향을 가져가면 부모님을 풀어준다고 했잖습니꺼? 전부 거짓말이었습니더. 이미 우리 부모님은 일본으로 팔려가셨습니더.”
  
떡배가 그간의 일을 빠르게 말했다. 
처음에 사향을 가져오면 부모님을 풀어준다기에 담양 부사가 준 사향을 시마즈 요시히로 휘하 장수에게 갖다 주고 부모님을 풀어달고 했더니, 사향을 받아 챙기고는 어디서 구했는지 물었다. 추월산에서 구했다고 했더니 조건을 걸었다. 추월산에 의병이 숨을 만한 곳, 4군데 이상을 알아 와야 부모님을 풀어주겠다고 했다. 두 번째 추월산에 왔을 때는 그것 때문이라고 했다. 부모님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추월산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해 주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일본으로 팔려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속았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떡배는 포로로 잡혔다. 왜군 영내에서 부모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정유재란이 터졌다. 시마즈 요시히로 휘하 장수가 김덕령 장군의 부인이 있는 담양으로 갈 거라며, 총구를 떡배 등 뒤에 겨누고 떡배를 앞세웠다. 시마즈 요시히로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장군의 부인을 사살하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라고.
  
 “왜?”
능주는 왜군이 들을지 몰라 귓속말로 물었다. 
  “욕보일라고 그런 기잖아요? 사향을 취음재로 쓰려한다고 했잖아예?”
  “이런 우라질 놈들!”
  “살아서도 욕보지만, 죽어도 그냥 두지 않습니더. 전과물로 보내려고 모두 코를 베어갑니더. 애도, 노인도, 여자도 가리지 않습니더! 닥치는 대로 베어갑니더. 그러니 얼른 피해야한다 아입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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