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록의 중요성을 두고 떠올리게 되는 수많은 아포리즘 중에서 단연 떠오르는 명구가 있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교과서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백번 옳은 말이다. 당연히 역사를 찾고, 영토를 찾은 민족은 잃어버린 나라마저 되찾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그렇다. 유대인은 2천 년 간 나라 없는 디아스포라로 떠돌았다. 그들은 1897년 시오니즘 정립과 함께 구약을 유대인의 역사로 편입시켰다. 1948년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이 재건된 것이다. 인생 역전이 있듯이 역사를 잊지 않았기에 민족과 국가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아무리 용감무쌍할지라도 영토도 나라도 없다. 흔히 용맹의 화신으로 알려지고 있는 쿠르드족이 그렇다. 그들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 등지에 족히 3천5백만명이 흩어져 산다. 그들은 독립국가를 염원해 마지 않았지만 이라크 북부지역에 독자적인 자치정부를 구성하여 살고 있을 뿐이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이기에 민족은 있지만 나라가 없는 셋방살이 형국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한민족 역사의 시점인 단군의 고조선 건국 연대를 기준으로 단군 기원(檀君紀元, 檀紀) 4356년이다. 기원전 2333년이 단기 1년이므로, 2023년을 더해 4356년이 되는 것이다. 단군과 단군기원의 연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다.

일연(一然)은 이 책에서 “단군왕검은 요(堯)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인 경인년에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이라 불렀다.”고 적었다. 이후 역사서는 “요임금 즉위 원년은 무진년이니 즉위 50년은 2284년 정사년이지 경인년이 아니다.”고 수정되었다. 단군 성탄일인 10월 3일, 개천절(당시 건국기원절)은 1920년 2월 2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7차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법률적 행정적 경과를 살펴보면, 1944년 7월 11일 국회 133명의 재석의원 중 106명이 찬성하여 "대한민국의 공용 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는 내용의 「연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4호)이 의결되었고, 같은 해 9월 25일부터 단기연호가 시행되었다. 그 이후 5.16 군사정부가 1961년 12월 2일 "대한민국의 공용 연호는 서력기원(西曆紀元)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연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775호)을 다시 제정함으로써 1962년 1월 1일부터 단군기원이 폐지되고 서력기원이 채택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일제가 가장 싫어하는 우리 역사에 관한 표현이 ‘반만년 역사’였다. 그들은 1916년 7월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반도사”에서 고조선, 단군조선 부분을 삭제하고, 단군의 역사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기술하면서 중국의 기자(箕子)나 위만(衛滿)이 동진하여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4~6세기 일본은 임나일본부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으며, “삼국사(기)”, “삼국유사” 초기 기록은 고려시대에 창작한 허위라고 매도하고 있다. 일제 말엔 심지어 동근동조론(同根同祖論),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을 공식화하는 등 식민사관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근대 구국계몽기 독립운동가이자 애국지사인 석주 이상룡, 백암 박은식, 단재 신채호는 우리 배달민족사의 시작을 기자(箕子朝鮮)나 진(秦)이 아닌 중국의 요임금 시대에 필적하는 단군이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한독립선언에서는 “우리 대한은 예부터 우리 대한의 한(韓)이요, 반만년사의 내치외교(內治外交)는 한왕한제(韓王韓帝)의 고유 권한”, 1919년 도쿄 2.8 독립선언에서는 “4천3백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은 실로 세계 제일 오래된(最古) 문명 민족의 하나”, 3.1 독립선언 역시 “우리는 이에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 반만년 역사의 권위로서 이를 선언하노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민족의 조상들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5천년 간 지켜온 자긍심의 표현인 것으로 평가된다.

즉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역사적 기원이 같다고 술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측의 왜곡이 더해지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7년 4월 6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Korea actuallyused to be a part of China,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 월스트리트 저널, 2014. 4. 19.)"는 표현은 한민족사를 외면한 동북공정의 전략적 발언으로 어불성설이다. 

그들이 추앙하는 중국의 초대주석인 마오쩌둥은 이미 1958년 11월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일성을 만나, “당신들 선조는 당신들의 영토가 요하(遼河)를 경계로 동쪽”이라고 말했으며, “당신들은 현재 압록강 변까지 밀려서 쫓겨 왔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이 역사를 기술할 때 이것을 써 넣어야 한다”(중국외교부 편찬 외빈접견 담화기록 제4책)고 말했다. 1964년 10월에도 베이징에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 이를 재확인했다. 

쩌우언라이 전 총리 역시 북한의 조선과학원 대표단에게 1963년 6월 28일 “중국의 역사학자나 많은 사람들이 대국주의, 대국 쇼비니즘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했다. 어떤 때는 고대사를 왜곡했고, 심지어 여러분의 머리 위에 조선족은 ‘기자의 후손’(箕子之后)이라는 말을 억지로 덧씌우고 평양에서 그 유적을 찾아 증명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고 밝혀 역사 왜곡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글은 지난 6월 담양문화회관 개관에 맞춰 특별강사로 초대한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의 강연내용에 크게 도움받아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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