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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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풍부한 향을 품은 발효꽃차

무더위도 슬슬 물러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입추와 말복을 보내고 처서를 바라본다. 이때쯤 찾게 되는 발효꽃차 한 잔은 서늘해진 아침공기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발효꽃차’는 제조 작업 중 정석이라고 여기던 방법으로부터 벗어난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시작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2003년. 수작업·가내공업의 한계가 늘어나는 꽃차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본이자 정석이라고 여기던 방법에서 벗어나 매절기마다 새로운 연구개발과 샘플 제조 시도를 반복하며 다양한 제다방법을 적용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각 꽃마다의 특성을 고려한  발효꽃차 제다방법의 정립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발효는 곡물, 과일, 찻잎 등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꽃도 식물체의 일부로서, 먹을 수 있는 채소라고 생각하면 발효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배추처럼 양념을 더하여 발효를 이끌어낼 수도 있고, 찻잎처럼 환경을 만들어 유익균을 이끌어낼 수 있다. 꽃차도 마찬가지다. 환경을 만들어주면 발효가 가능하다.

환경이라고 하면 마찬가지로 유익균을 이끌어내는 방법도 있고, 수분과 온도 조절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방법들은 기존의 식품가공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발효과정을 적용시켜보고 얻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제다방법이 기반이 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주는 방법으로 ‘숙발효차’를 만든다면, 손쉽게 밥솥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효인삼꽃차를 만들어보자. 밥솥을 보온에 두고 베보자기에 인삼꽃 생화를 싸서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넣어 2시간 동안 두었다가 꺼낸다.

꺼내어 전부 섞은 후 다시 베보자기에 싸서 2시간을 둔다. 다시 꺼내어 같은 과정을 반복, 총 6시간이 지나면 최종적으로 얇게 펴서 건조하면 된다. 건조가 완료되면 실온에서 15일 동안 보관한 뒤 냉장 또는 밀폐용기에 보관한다.

전통음료인 식혜의 원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운 부분은, 꽃발효도 6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6시간이 넘으면 꽃잎의 끝부분이 물러서 뭉그러지는 현상이나 색상이 탁하게 되며 쓴맛이 향상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특성에 맞게 환경을 조성하여 발효가 가능한 꽃에는 대표적으로 목련꽃차, 인삼꽃차, 괴화차, 장미꽃차, 국화차 등이 해당한다. 생발효와 숙발효가 모두 가능한 것은 목련꽃차와 장미꽃차가 대표적이고, 실패율이 많은 생발효가 아닌 숙발효에 적합한 것은 인삼꽃차와 괴화차가 대표적이다.

목련은 생발효의 경우 색상이 황금색으로 수색 역시 노란빛이 강하고 부드러움과 향이 깊어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며, 숙발효의 경우 색상이 암갈색으로 수색에서 더 붉은빛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숙발효한 목련꽃차의 향은 봄의 아지랑이처럼 화사한 부드러움이 풍부하며 단맛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숙발효한 인삼꽃차는 익힘을 통해 진초록에서 황금초록으로 꽃차의 색이 변화하고 매운맛이 적어지는 대신 단맛이 올라오며 수색 또한 짙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발효차는 햇차에서 맛볼 수 있는 산뜻함과 맑음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목넘김과 향의 풍부함, 단맛과 수색의 따뜻함이 특징적이기 때문에, 빈속이라 할지라도 속이 깎이는 등의 부담 없이 많이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식용꽃 재배 시 한 번에 수확하는 모든 양을 꽃차로 만들어 유통하는 것보다 일부를 발효꽃차로 제다하여 저장한다면 장기적인 보관 및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현재 생발효꽃차, 숙발효꽃차, 발효꽃포차, 목련둥치차, 매화숙떡차, 아카시아떡차, 장미숙차, 발효인삼꽃차 등 다양한 발효차가 보급되고 있다. 이제 단순히 꽃차를 말리고, 찌고, 덖고, 건조하여 우려 마신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간 속에 맡겨둔 꽃차를 좋은 자리에 귀한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나눌 때 꺼내어 마셔보자. 추억을 꺼내고 추억을 만들고 추억을 간직하는 시간을 향으로 기억하고 맛으로 저장하는 멋진 앞날을 계획해보자.

바람이 분다. 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을 부르는 바람이 발효꽃차 한 잔 우려 성난 피부를 진정시키고 따뜻함으로 감싸야겠다. ‘아카시아떡차’ 한 잔, 6년된 꽃차라 단맛이 풍부한 것이 벌써 마음속이 편안해진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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