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무원들의 업무행태를 오랫동안 가까이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경찰은 주기적으로 또는 불시에 교통법규위반 단속활동을 한다. 그런데 대체로 단속할 때마다 ‘주 단속 대상’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우회전 위반사고가 급증하면 운전자들의 우회전 위반행위만 집중 단속한다. 어떤 날은 중앙선 위반, 어떤 날은 정지선 위반, 또 어떤 날은 운전중 핸드폰 사용 위반 등 집중 단속 소재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집중단속 행위’가 결정되면 교통경찰이 현장에서 적발하는 행위는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약 오늘 ‘핸드폰 사용자들을 집중 단속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그날은 운전자들이 신호를 위반하거나 안전띠를 매지 않는 등 ‘핸드폰 사용’이외의 행동은 전혀 단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단속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속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그건 확실한 결론이었다.

그날 적발해야할 ‘위반 소재’ 외 다른 위반 행위들은 경찰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적발건수 할당이라도 되는 날에는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딱 그 행위’만 쳐다보기 때문에 다른 위반 행위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교통사고가 어디 정해놓고 일어나는가? 오늘은 중앙선 침범 사고만, 또 어떤 날은 유턴위반 사고만 발생하나? 현장에 배치된다면 안전벨트 미착용자도 찾고, 신호위반도 적발하고, 상황에 맞게 단속활동을 벌이면 될 일 아닌가? 본인들은 그렇게 항변하리라. 계도활동의 목적도 있고, 특정 위반활동이 많을 경우 거기에 집중한다고. 신호위반을 잡아놓고 “싼 걸로 끊어드릴게요. 안전띠 미착용으로”라는 경찰들의 행태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칸막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단세포 행동
그런데 그런 단세포적 행태는 경찰공무원들 뿐일까? 
행정이나 소방 등 분야를 막론하고 공무원들의 행태는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게 슬픈 결론이다. 지난 여름 온 국민을 아프게 했던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한번 보자.

그 동네도 분명히 다양한 분야 공무원들이 모여 비상근무라는 것을 했다. 중대재해가 예상되어 경보도 내렸고 공무원들은 호들갑을 떨며 대비를 하고 있었다. 서로 정보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엄청난 참사였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원인을 제거하지 못했고, 보내준 정보도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했다. 관내에 있는 위험시설은 뻔한 데도 그걸 사전에 예측하지도 못했고 각종 정보와 위험요인을 통합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도 못했다. 경찰도 소방도 행정도 그러하지 못했음은 만천하에 알려져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해 그 많은 청춘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도 똑같았다.

그럼 원인이 뭘까? 나는 그게 공무원들의 칸막이 행정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업무를 철저하게 칸으로 막아놓고 ‘너는 이 일만 해’라고 하니 ‘그래 나는 이것만 할 거야’라는 태도가 몸에 굳어버린 것이다. 웃기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업무분장만 그런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과거엔 없던 칸막이가 다 쳐져 있다. 모든 공무원들의 책상엔. 그렇게 칸막이 안에 일만 쳐다보고 앉아 옆 칸에서는 밥이 되는지 죽이 끓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게 지금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다. 몸에 뱄다.

◆통합적 사고는 요원
오송 사고 후 원인 등을 공무원들과 이야기하다 들은 얘기. 장마예보로 비상근무가 결정되면 각 부서별로 위험지역을 둘러보거나 현장에 가도록 하는 근무명령이 내려진단다. 그런데 A 부서가 간 곳은 별일 없고 B부서가 맡은 곳에서 재해가 났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A부서원들도 B부서 담당지역으로 가면 될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위에서 공문을 내려야 B지역으로 갈 수 있단다. 아니 노골적으로 공문부터 보내라고 말한단다. 문서로…. 이런 게 오송지하차도같은 사고가 계속 나는 이유다. 내가 맡은 일이 아니면 자율적 판단이 안되고 그런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말 하면 ‘업무의 효율성’과 ‘책임소재의 한계’ 운운할 것이다.

그러나 9급부터 평생을 자기 칸막이안만 바라보고 살고 있으니 칸막이 밖, 칸막이와 칸막이 사이는 1도 관심 없고 과장 국장이 되어도 똑같은 공무원들의 행태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공무원 각자가 통합적, 통찰적인 사고를 하고 조직이 그렇게 돌아갈 수 있게 할 방법은 진정 없을까? 누가 할 일일까? 답답할 노릇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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