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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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가을을 부르는 뚱딴지꽃차

처서가 지나자 아침저녁의 공기가 시원해졌다. 점점 따뜻한 차의 온기가 다가오는 듯하다. 뚱딴지꽃차 한잔을 파란 하늘에 비추어본다. 가을이 시작될 때부터 꽃봉오리가 시작되어 추석 때쯤이면 만개해 돌아오는 가족들을 환하게 반겨주었던 꽃, 뚱딴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했던 젊은 시절, 새벽안개를 가로질러 담양에서 무정을 지나 곡성과 구례를 넘나들곤 했을 무렵이었다. 가는 길에는 피곤함에 미처 못 본 꽃들을 돌아오는 길에는 마주할 때가 많았는데, 무정면을 들어서면 교회 아래 노랗게 무리지어 피어나있던 꽃이 바로 뚱딴지였다. 마음이 포근해지고 고향 같은 편안함이 전달되면 어느새 나의 보금자리인 월산면 도동마을에 도착하곤 했다.

정말인지 아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뚱딴지는 ‘맛이 엉뚱해서’, ‘덩이뿌리가 감자처럼 생겼는데 감자가 아니라서’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달린 지상부는 해바라기나 삼잎국화와 그 모습이 비슷하여 혼동이 되기까지 하니 알쏭달쏭한 매력을 품은 식물이다.

예로부터 돼지감자는 가축사료로 사용하였지만 근래에 와서는 당뇨감자로 불리기 시작하며 건강식품의 재료로 급부상하였다. 한방에서는 꽃을 국우(菊芋)라 하여 해바라기와 마찬가지로 여름감기, 해열 등에 사용하였다. 영양성분으로는 탄수화물, 철, 인, 칼륨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앞으로 꽃차 시장에서 기대되는 꽃이기도 하다.

뚱딴지꽃과 비슷하고 혼동되는 꽃으로는 해바라기, 삼잎국화, 루드베키아 등이 있다.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지만 관심 없이 보면 혼동하기 마련이다. 기본 품종에 따라 개화시기를 참고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루드베키아는 개화시기가 5~6월의 초여름이고, 삼잎국화는 7~8월이라 여름국화라고 칭하며, 해바라기는 8~9월이 절정이다. 뚱딴지는 8월 말에서 9월에 피어나니, 개화시기를 기억하면 쉽게 꽃을 구별할 수 있다. 단 해바라기는 품종이 다양한 덕분에 3월부터 10월까지 볼 수 있는 꽃이라서 조금 더 헷갈릴 수 있다. 

이렇듯 겉보기에 혼동이 쉬운 부분이 있으므로 식품으로 제조 및 가공을 할 경우, 식약처 식품공전에서 식품의 원재료로서 사용 가능 여부 및 사용 가능 부위를 꼼꼼히 확인 후 사용해야 한다. 국내 식품 공전 기준으로 현재 뚱딴지는 통꽃 사용이 가능하다. 루드베키아는 불가하며 해바라기는 꽃잎만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침출차의 경우 다른 식품과 달리 식품 원재료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참고할 수 있다.

뚱딴지꽃차를 만들기 위해 장성의 당귀댁 농장을 찾았다. 함께 꽃을 따주실 아주머님들과 키다리 뚱딴지 꽃대를 휘어잡아 한 가지에 두세 개의 꽃을 따느라 사람의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헤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채취한 꽃은 건조기에서 50℃ 30시간 전후로 건조 후 3회 증제해준다. 오렌지빛의 황금꽃차 완성, 꽃잎만 분리한 것도 예쁘지만 꽃송이 하나하나가 그림이었다. 뚱딴지꽃차 3송이를 300ml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우려내어 마신다. 한 송이씩 펼쳐지는 모습이 파란 하늘 바람에 일렁이는 뚱딴지꽃 모습이었다. 2분쯤 지나자 찻물이 저녁노을처럼 만들어졌다. 목넘김에 매운맛과 단맛, 그리고 독특한 가을의 정취를 담은 향까지 행복 자체를 마시는 것 같다.

지금은 뚱딴지를 재배하는 곳이 많아졌다. 사실 꽃보다는 덩이뿌리인 돼지감자의 기능성을 주목하고, 돼지감자를 목적으로 재배가 이루어지지만 말이다. 집에서는 자투리 척박한 곳에 뚱딴지를 심어 매년 고추잠자리 날갯짓하면 꽃의 환한 웃음과 마주한다. 지금 꽃대를 세우고 있다. 며칠 있으면 보게 될 뚱딴지 꽃을 오늘 찻잔에서 마주한다. 행복을 담아 천천히.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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