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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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풍요와 건강을 생각하는 호박꽃차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하다. 절기는 무시할 수 없다. 
동네 어르신들이 심어놓은 호박넝쿨이 산책길까지 넘어오고 꽃들이 인사하는 시기다. 새벽엔 물안개가 피어 시야를 아름답게 만든다. 저녁이 되면 지는 해는 하늘에 매일 다른 수채화를 그린다. 그래서 이맘때면 새벽 물안개와 저녁노을을 보고자 산책길을 즐긴다. 시작은 차가운 이슬방울이지만 마무리는 따뜻한 하늘이 해준다. 
내가 살고 머무는 담양, 그리고 용흥사를 멀리 넘어보는 그곳이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는 농촌이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1970년대 초반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학우들 간에 송년회를 갖고 선물교환을 하곤 했다. 같은 반 친구 중 여름에 전학을 온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아토피를 앓고 있었는데, 청소년기 친구들의 눈에는 그저 피부병이라 여겨졌는지 그 친구를 멀리했었다. 

선물교환을 하게 되는 날, 학생들은 모두 서로 다른 꽃이름을 부여받고 선생님이 꽃이름을 호명하면 꽃이름에 해당하는 선물을 받는 식이었다. 짝꿍은 그 친구였다. 짝꿍의 꽃이름은 ‘호박꽃’, 내 것은 ‘글라디올러스’. ‘호박꽃’은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왜곡된 시선이 많지 않았던가. 꽃이름을 받고 난감해하는 짝꿍에게 꽃이름을 몰래 바꿀 것을 제안했다.

‘글라디올러스’가 호명되어 짝꿍이 선물을 받고 ‘호박꽃’이라는 이름이 호명되자 아니나 다를까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왜인지 못생기거나 독특한 선물일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정작 내가 받은 선물은 아주 커다란 선물이었다. 호박꽃과 관련된 아련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호박꽃차를 소개할 때면, 늘 항상 그 친구 생각이 함께 난다. 

호박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드럽고 풍부하다는 느낌과 다정함을 겸비한 꽃이다. 
흔히 한 여름철에 호박꽃을 채취하여 꽃차를 만들기도 하는데, 수분량이 최대치에 이르고 꽃의 크기 자체도 매우 크기 때문에 여름 호박꽃은 꽃차를 만들기에 쉽지 않다. 절기상 백로가 지나면 하루 일교차가 현격하게 벌어지는데 이때 꽃의 수분량이 줄어들고 크기가 작아지게 된다. 따라서 백로부터 상강 사이에 호박꽃을 채취하는 것이 꽃차를 만들기에는 적절하다. 또한 암꽃과 수꽃이 있는데 수꽃을 전부 따면 암꽃의 수정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니 참고한다.

호박꽃은 통꽃으로 식용이 가능하지만 꽃 전체의 수분량이 많기 때문에 작게 잘라서 만드는 것이 좋다. 수증기 양에 따라 가감은 하되 30~40초씩 3회 반복해서 찌고 식히기를 반복한다. 식품건조기에 45℃ 24시간 건조 후 팬에서 살짝 덖어준다. 호박이라는 열매에서의 풍미가 아닌 꽃에서의 단맛과 부드러움은 많이 마셔도 부담이 없다. 짜고 매운 음식 후에 아주 좋은 차로 추천할 만하다. 호박꽃차 1티스푼을 300ml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내어 마신다. 따뜻함과 편안함이 뱃속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박꽃전

호박꽃은 음식의 재료로도 귀하게 사용된다. 
2009년 안면도국제꽃박람회 꽃음식관에서도 ‘호박꽃찜’은 눈에 띄게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메뉴였다. 2018년 대전음식문화체험박람회 때는 호박꽃을 사용한 호박꽃전, 호박꽃찜, 호박꽃튀김 등으로 출전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사실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 뿐, 일부 다른 나라 문화권에서는 호박꽃이 흔한 식재료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사업 차 하와이 북아일랜드 프리마켓을 방문했을 때, 주키니호박꽃이 묶음으로 진열되어 있어서 신선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고 바라보지 않았던 꽃들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쓰임을 살펴보면 자원으로서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열매와 꽃의 비율을 꼼꼼히 비교하여 생산성을 따져본 후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한다면 부가가치를 보다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박꽃도 그 소재 중 하나이다. 호박꽃에서 늘 새로움을 발견한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이 아닌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견하는 것도 꽃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조석으로 선선하다. 새벽으로 보일러가 한 차례 돌아가면 따뜻함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물 끓여서 호박꽃차 한 잔 하며 풍요로운 가을을 마중하러 가야겠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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