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목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조선 시대를 열어 나간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다. 이방원은 무인 출신으로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이를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고려 충신 정몽주, 뛰어 난 지략가 정도전, 심지어 사돈까지도 희생되었다. 그래서 태종은 두려운 존재였고 파란만장한 당시의 역사 이야기들은 태종 이방원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면 그런 태종이 죽고 난 후 역사는 그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태종실록 4년 2월 28일을 보면 親御弓矢 馳馬射獐 因馬?而墜 不傷 顔左右曰 勿令史官知之, 사냥을 나갔던 태종이 말에서 굴러 떨어졌을 때 벌떡 일어나 하는 말의 첫 마디가 이 사실을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사관(史觀)이 모르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관이 알게 되면 이 창피한 낙마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고 역사로 기록되어 후대까지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사실은 고스란히 역사에 기록되었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했던 태종이 두려워하였던 역사를 기록하는 조선시대 사관(史觀), 그들은 지금의 7~9급에 해당하는 낮은 직급이었지만 외압과 부정청탁을 뿌리치고 죽을 것을 각오하고 사실을 기록하는 직무에 대한 자존심과 책임감이 투철한 관료들이었다. 종일 국왕의 곁에서 국왕의 언행은 물론 대신들과 논의한 제반 국정업무, 지방의 관원들이 보고한 업무 내용과 정치인들의 잘잘못(褒貶)을 모두 기록하여 역사를 만들었다. 국왕 이하 모든 정치인들은 자신이 어떻게 기록되어 후대에 물려질 것인지를 두려워 양반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언행을 조심하였다.

오늘날 그 사관의 역할은 언론사의 기자가 대신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있고 각 부서 담당기자, 경찰청 사건 담당 기자 등이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공직자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고 사건을 취재하고 사회의 밝고 어두운 면을 찾아 이를 알리고 있다. 어쩌면 이런 기자들의 직무에 대한 충실함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밝고 공명정대한 사회가 만들어 지고 있는지 모른다.

반면 몇 년 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청문회를 앞두고 도중 사퇴한 분이 있었다. 이 분은 당시 한 언론에서 강연 내용 전체 문맥을 인용하지 않고 부분만을 편집 보도하는 바람에 자신이 친일적이고 민족 비하적인 인물로 비쳐지게 되었다고 굉장히 억울하게 생각했다. 예를 들면 "우리 민족이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고 말한 부분은 윤치호의 발언을 인용하였는데 인용부분을 빼버려 청취자들은 그 사람의 직접적인 발언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방송 기사는 다시 다른 언론매체와 SNS를 타고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고 국민들의 분노 속에 결국 여론에 밀려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국민의 여론을 이끌어 나가는 신문과 방송의 힘은 이와 같이 대단하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현장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의 시각에 있고 기자들은 자신들의 시각이 정당하고 기자로서 자부심을 갖는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고 이 사회를 이끄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듣고 바람직한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그 역할을 기자들 자신은 사명감을 가지고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명을 감당해야 할 기자가 바르지 못하고 부패하면 이 나라 이 사회가 부정과 비리 속에 빠지기 쉽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위에서 언급한 총리 지명자의 능력은 아마도 지식과 경륜에서 보통 사람들의 수준을 넘어서는 장점들이 많이 있기에 지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 없다. 단 1%의 약점을 가지고도 100%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이 언론의 힘이라는 것을 사실로 보여주었다. 국가의 방향을 이끌고 국민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기자의 시각과 글재주에 달려있고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력한 힘을 가졌을 때 그 힘을 바르게 쓴다면 그것은 정의가 된다. 요즘 우리사회가 혼란스러운 것은 힘을 가진 자가 부패하고 타락하였기 때문이고 부패하고 타락한 그 힘에 대하여 사실을 바로 알리고 시정을 요구하는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힘을 가진 갑의 대열에 힘을 가진 언론이 같은 갑의 역할로 가버리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담양에 몇몇 언론사가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담양뉴스라는 언론매체가 탄생하였다.
담양뉴스가 담양군민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오로지 담양뉴스의 기자들의 시각과 글재주에 달려있다. 밝고 어두운 현장의 명암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갑의 편에 서지 말고 을에 편에서 그들의 입을 대신하여 줄때 담양 군민은 다른 어떤 신문보다 담양뉴스를 신뢰하고 애독자가 될 것이다. 책상에 앉아 들어오는 기사를 편집하지 말고 직접 발로 뛰고 기사를 써서 담양군의 모든 조직과 군민들이 바르게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역사를 두려워할 때 나라는 튼튼하고 정치는 바로 서고 국민들은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역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기자들의 역할이다. 다시 말하면 기자들이 바르지 못하고 나태하게 되면 정치는 낙후되고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쳐다 볼 것이다.

담양뉴스가 새롭게 출범하는 이 시점에 담양에 근무하는 모든 공직자가 담양군민을 바라보고 담양군의 행복지수가 높아 질 수 있도록 담양뉴스가 큰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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