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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95)/ 추석을 맞아 효(孝)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박환수 칼럼위원(전.조선이공대 교수)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죽기 2년 전 당시 86세의 나이에 한국의 효(孝)사상과 경로사상, 가족 제도 등의 설명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효 사상은 인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사상’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효’ 문화를 전파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렇게 한국의 효(孝)문화는 우리에게 효(孝)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었고 전통이며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아왔다. 우리 조상들은 매달 명절을 정해 절기를 지켜왔지만 이제 설과 추석만이 남았는데 그 마저도 효(孝)사상의 쇠퇴와 함께 황금연휴가 소규모 가족단위의 휴가로 변질되어 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예초기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추석 전에 조상 묘들에서 자란 풀들을 깎아내고 봉분의 상태를 점검하여 무너진 곳은 보수하고 조상의 공덕을 기린 비석들을 닦아내고 정성을 쏟는 시간을 갖는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지만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형제자매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보인다. 주위의 산들을 바라보면 정성스럽게 벌초를 끝낸 묘들은 황토 빛이 나면서 그 속에 영면한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감사하며 복을 내려줄 것 같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벌초 대행을 한다는 현수막들이 많이 걸려있다. 직접 벌초를 하지 못하는 묘들에 대해 벌초를 대신 해주는 한시적 직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벌초를 끝낸 묘들은 후손들이 있고 아직 고유의 효(孝) 사상이 살아있어 보이지만 우거진 잡초 속에 공덕비와 봉분이 그대로인 것을 보면 인생무상을 느끼게 만든다. 결혼을 기피하고 자녀를 낳지 않고 딸 아들 구분을 안 둬 전통적 가문의 단절현상이 나타나고 꼭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들도 생겨났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을 어듸두고 백골(白骨)만 무첫난이. 잔(盞) 자바 권(勸)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35살의 사대부 임제가 평안도 부임길에 개성의 황진이 묘를 지나면서 술 한 잔 따라주며 읊은 시다. 살아있을 때는 찾는 이 칭송하는 이 많았지만 죽고 나면 잊혀 진다는 세상인심의 허무함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뼈대 있는 가문은 명절과 제사를 가족의 중대사로 여긴다. 명절은 물론 조상의 제삿날은 일가친척이 함께 모여 가족관계를 다진다. 우상숭배를 배척하는 종교의 탓도 있지만 지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연스럽게 이런 미풍양속을 시들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한번 무너진 탑을 다시 세우기 어렵듯 대가족 중심의 명절차례는 이제 점점 우리 사회에서 멀어진 것 같다. 오죽하면 퇴계 이황의 ‘불천위(不遷位)’ 제사가 온라인으로 열리는 일이 발생하였겠는가. 

이번 추석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3일 개천절까지 6일 연휴로 고향을 찾는 흔히 말하는 명절 민족의 대이동이 예상된다. 추석은 설과 달리 명절 전에 벌초도 해야 하고 명절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인해 추석 전 주말의 도로는 정체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철도 노조는 14일부터 18일까지 이 주말 한시적 파업을 단행했다. 그렇잖아도 멀어지는 효심(孝心)을 잡아두기 위해 좀 다른 날짜를 택해 서민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지금 노년과 청년 실업률이 높아졌고 청년들의 과다한 대출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오른 물가는 추석 명절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먼 옛날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은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나갔고 추석이면 좋은 옷 입고 부모님 선물 들고 고향을 찾았다. 기차표나 버스표를 예약하기 위해 줄을 서도 힘들지 않았다. 어려운 살림에 고향을 못 찾는 사람들은 한가위 큰 달을 보며 눈물을 짓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효심이 있고 가족 간의 정이 있어서 고향을 동경하는 귀소본능(歸巢本能 the homing instinct)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족 대이동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이러한 이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기울어가는 효심과 함께 명절의 의미도 퇴색되어 지고 있다. 효(孝)를 중시하고 고유의 전통을 이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년 추석을 맞이하면서 떠오르는 단상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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