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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41)

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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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흙 속의 보석 양하꽃차

바람이 불고 가을비가 후두둑 지나갔다. 툭, 두두둑 소리에 살며시 햇살 마중하러 나가보니 밤나무 옆에 양하꽃이 인사한다. 늘 이맘 때 추석을 전후하여 땅속에서 수줍게 향을 피우는 자색의 보석이다.

30년 전 담양에서 처음 접한 양하꽃. 양애갓 또는 양해라고도 불리었다. 두줌 되는 양하를 끓는 물에 데쳐서 헹군 다음 호박나물과 함께 볶아먹은 것이 첫 만남이었다. 생소한 향과 맛으로 어색하기만 했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양하꽃 필 때를 기다리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맛의 중독과 향의 매력은 신이 준 선물인 듯하다. 그렇게 시작된 양하는 집 뒤뜰에서 봄에는 양하죽이라고 하는 새순을, 여름에는 푸르른 잎을, 가을에는 마침내 꽃으로 인사한다.

양하(蘘荷, myoga/Japanese ginger)는 학명으로 Zingiber mioga로 표기한다. 생강과 생강속에 속하는 식물로 생강은 높이 60~70cm이나 양하는 1m 내외이다. 생강보다 잎의 크기도 크다. 간혹 생강과 혼돈할 때도 있다. 뿌리가 대나무뿌리와 같이 옆으로 뻗어 번식을 한다.

하나씩 관찰하고 공부를 한 덕분에 지역향토음식으로써 양하의 쓰임새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담양에서도 추석 전 5일장에 가면 어르신들이 양하를 바구니에 담아 파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에 직접 접했던 담양의 향토음식과 양하를 접목시킨 레시피를 만들어내 ‘EBS한국기행’에서 양하된장무침, 양하전, 양하생채, 양하김치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양하의 쓰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서해안으로 가보면 고창, 군산 등 해안가를 끼고 젓갈을 담글 때 양하를 사용하여 생선의 비린내를 중화시키고 염분의 양을 조절하며 그 위를 양하잎으로 덮어 방부 효과를 기대했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서귀포 재래시장과 제주시 5일장에서 양하(양애)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제주의 양하는 기후가 온난해서인지 크기도 작고 색도 조금은 연한 자색이다. 쓰임새는 귀하여 차례상에 산적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튀김이나 장아찌, 나물 등 다양하게 쓰여왔다. 제주를 방문하면 무와 양하를 장아찌로 제공하는 토속 음식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꽃, 식(食)비즈니스의 세계’ 다큐촬영을 할 때도 나는 어김없이 제주를 소개했다. 이는 담양이라는 곳에 양하가 텃밭에서 길러질 수 있고 음식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던 덕분이다. 뒤뜰에서 자라고 있으니 주목할 수밖에 없었고 기록하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오늘날, 전국적으로 분산되고 흩어져있던 ‘양하’라는 자원의 쓰임새와 활용가치가 ‘식용꽃’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묶여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에 반면 담양은 한반도 식물의 80% 정도를 접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꽃이라는 소재 하나로 구석구석을 공부하여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은 과연 축복이다.

양하는 꽃이 피기 전의 상태가 가장 최상이다. 자색의 꽃봉오리가 보이면 땅 속에 파묻혀 있는 하얀 속살까지를 잘 채취하여야 한다.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있는 사이사이에 꽃봉오리가 하나씩 들어있다. 수분이 많기 때문에 통째로 건조하는 것은 힘들다. 반으로 잘라서 식품건조기에 45℃ 70시간 건조하면 자색이 선명한 보라색으로 변한다. 건조된 양하꽃은 수증기에 40초씩 3회 반복해서 쪄주고 식혀주는데 뚜껑을 닫고 쪄야한다. 증제 후에는 잔여수분을 확인하여 병립한다.

양하꽃차 1송이(반쪽으로 된 것 2개)를 300ml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2분 간 우려내어 마신다. 생강처럼 매운 맛과 조금 다른 이국적인 향, 단맛에 한 번 빠지면 자꾸 생각나게 하는 가을의 꽃차이다.

꽃은 땅위에서 나무에서만 피는 것이 아니다. 땅 속에서 보석처럼 살며시 나와 은둔의 향을 피워 발목을 붙잡는 것도 있다. 양하꽃차 한 잔을 우려 뒤뜰 양하꽃을 보러 나가야겠다. 위만 보지 말고 앞만 보지 말고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접어 땅을 바라봐보자. 숨어있는 보석을 만날지도 모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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