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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98)/ 공직사회의 경직성김옥열 칼럼위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사무실 건물 우편함에는 과거 이곳에 세 들어 살던 이들에게 우편물이 여전히 많이 온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나 사업을 중단하면서 주소 이전 등 뒷마무리를 하지 않아 10년도 더 넘게 관공서 등에서 우편물이 계속 온다. 

그래서 하루는 한 우편물을 살펴봤더니 관할 구청 세무관련 부서에서 보낸 것이었다. 마침 봉투에 업무 담당자 전화번호가 적혀 있길래 전화를 걸었다. 

“이차저차에서 이 사람은 아주 오래전 사무실을 비우고 가버린 사람이라 우편물을 안보내면 좋겠다. 확인해보라는 뜻으로 전화하니 조치 바란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 공무원 대답이 기막히다. “사연은 모르겠고, 주소지가 그곳으로 되어 있길래 보내는 것이다.

그 사람의 주소지가 달라졌다면 당신이 동사무소에 가서 말해 달라”는 것이다. 이건 무슨 말인가? 어이가 없어 “아니 이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런 도움의 말이 있으면 공무원이 부서간 연락해서 충분히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라고 말하고는 기가 막혀 전화를 끊었다. 사업장이나 사업주 주소지 등의 업무는 세무업무와는 상관없어 나는 못하겠으니 당신이 하라는 것 아닌가? 내 일 아니니, 내 소관 업무 아닌 것은 알 바 없고 신경 쓰기 싫다는 말씀.

이런 일도 있었다. 재개발을 위해 주민들을 거의 다 이전시키고 철거를 앞둔 어느 마을에 기록사진을 찍기 위해 갔다가 있었던 일이다. 사람은 다니지 않는 골목길을 걸어가는 데 어디서 물이 ‘콸콸콸’ 흐르는 소리가 났다. 둘러보니 어느 빈 집 마당 수도관이 터져 물이 철철 흘러 우수관으로 들어가며 나는 소리였고 열린 대문 사이로 밖에서도 확인이 됐다. 양이 너무 많아 아까운 세금이 세는 것이니 신고해주고 싶었다.

인터넷을 뒤져 신고부서 전화번호를 찾은 뒤 전화했다. 처음엔 알았다고 접수했고 나는 곧바로 조치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그쪽의 말이 걸작이었다. “그곳이 길가인가 가정집 안인가?” 묻기에 “가정집 안이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럼 가정집 안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무리 빈집이어도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런데 당신은 거길 어떻게 들어갔느냐”고 따진다. 아니 이건 무슨 경우인가?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더니 신고했더니 무슨 소리?

공직사회, 상당수 공무원들은 너무 경직된 사고에 갇혀 있다. 이런 얘기하면 공무원들은 당연히 이렇게 들고 나온다. 업무가 과중하다, 인력이 부족하다, 법에 그런 규정이 없다. 안다. 공무원 각자가 맡은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많지 않은 월급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민원에 시달려 힘들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일이 많고 힘들다는 것하고 일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그리고 민원인의 입장에서, 또 공적인 가치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공무원은 그렇게 일하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주고 정년도 보장해주지 않는가? 

앞서의 예를 들어본다면, 관공서의 어떤 통지문을 받아야할 사람이 10년이 넘도록 연락이 안된다면 확인해봐야 하지 않나? 10년 동안 보낸 통지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현장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업무담당자가 바뀐다 해도. 심지어 관은 몇 년단위로 기업체 현황조사도 대면으로 하고 있다. 그런 것도 전혀 활용하거나 확인않고 10년 이상 우편물만 보낸다면 그 비용과 행정력 낭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근거남기기만 하는 듯한 인상이다.

또 새는 수돗물은 어떻게 하고 그 비용은 누가 책임지나. 원칙대로라면 물이 새는 곳이 가정이든 도로든 상관말고 즉시 출동해서 조치를 취하는 게 공복의 할 일 아닌가?
공무원들의 이런 경직된 태도는 고쳐야 한다. 그런 정도의 태도와 자세라면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에 대해 나는 결단코 반대하고 싶다. 해고하고 싶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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